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우리는 과거 어떤 집단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법안들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순된 경우를 많이 봐왔다. 시간강사법이 그렇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그렇다. 이제 ‘대학도서관진흥법’이 이와 같은 모순의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시설임에도 그동안 법적·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경우 각각 ‘도서관법’과 ‘학교도서관진흥법’의 제정으로 지원과 발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대학도서관은 관련법이 존재하지 않아 지원을 위한 근거조차 없이 운영돼 왔다. 그에 따른 영향으로 예산을 비롯한 좌석 및 장서 수의 경우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이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한 반면 대학도서관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해 왔다. 특히, 도서관의 핵심요소인 도서관 직원 수의 경우 공공도서관이 34.7%, 학교도서관이 60.6% 증가한 반면 대학도서관은 오히려 37.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도서관진흥법이 대학도서관 및 관련 단체의 6년여 노력과 기대 속에 2015년 3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대학도서관계의 기대는 2015년 9월 25일 시행령이 제정됨과 동시에 우려로 바뀌었다.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악용될 소지가 있는 조항도 있고,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임의조항으로 규정돼 효과를 반감시킨 경우도 있다. 실제로 시행령에 대해 대학도서관 현장에서는 ‘진흥법’이 아닌 ‘말살법’, ‘퇴행법’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대학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제정을 주도한 교육부에서는 본래의 법제정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고 있다거나, 시행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법조문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법의 제정을 통해 대학도서관이 본연의 역할 즉, 학술연구발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처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시행령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5조(사서 등), 제6조(시설 및 도서관자료), 제7조(대학도서관 평가) 등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또한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명분하에 삭제하거나 하향 평준화한 기준을 다시 재검토해 명문화 및 상향 조정하고, 이행여부가 관리감독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

향후 전개될 시행령 개정 작업은 ‘진흥법’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대학도서관의 지난한 문제의 해결과 미래 발전을 위한 방향에서 논의됐으면 한다. 법을 만들면 오히려 손해라는 모순이 ‘대학도서관진흥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통해 말끔히 해소되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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