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양질 교육과정·저렴한 비용’ 교육과정 운영 주목

반년 앞둔 SW교육 의무화…사교육 시장 ‘너도나도 원생모집 올인(All-In)’

전문가들 “과도한 사교육 의존 경계, 검증된 교육기관 충분히 활용할 것”

▲ 부산대 SW교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SW 교육강사 양성과정'에서 수강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초·중학교 소프트웨어(SW) 교육이 2018년부터 의무화되면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의무교육이 시행되면 수천 개에 달하는 초·중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함에도 관련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 가운데 국내 대학들이 사교육과 차별화된 SW 교원양성과 저렴한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SW교육을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SW교육 의무화가 반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은 눈치작전이 한창이다. 실제 중학교는 2018년부터 선택 과목이었던 ‘정보’가 34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는 필수 교과로 바뀌고, 초등학교 고학년은 2019년부터 실과에서 12시간 다루던 ICT단원이 SW 기초교육으로 바뀌며 17시간 이상 이수로 의무화된다.

■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학생 가르칠 수 있다?…사교육 시장 ‘과열양상’ =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교는 6100개, 중학교 3209개로 초등학교 SW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5~6학년의 경우 학급만 3만9000여 개에 달한다. 초등학교는 학급 담임교사가 SW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당수의 교사가 SW 연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단 60시간의 기초 소양 교육만으로 양질의 SW교육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학교에서 SW교육을 할 수 있는 정보 교사도 부족하다. 미래부·교육부의 ‘SW교육 활성화 기본 계획’에 따르면, 중학교의 경우 학교 정원과 정보 교사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2020년까지 500명 이상의 교사가 필요하다.

학원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빌미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기화된 SW 강사 양성과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일부 학원에서는 하루 단위로 수업 일수를 쪼개 단계별로 수료증을 발급하고 있었다. 한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IT 전문 멘토'라며 “딱히 집에서 할 일 없고 돈은 벌고 싶은 분들이 주로 SW 강사를 준비하고 있다. 더 궁금하면 연락 달라”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외에 “인터넷 강의만으로도 아이들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라거나 “3개월만 공부하면 자격증 1급 취득이 가능하다”라는 등 ‘조금만 공부하면 취업할 수 있다’며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정부부처는 대학과 손잡고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부산대 SW교육센터에서는 미래부, 부산광역시와 함께 ‘제2기 SW 교육강사 양성과정’을 열고 지난달 21일까지 수강생을 선발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초·중학교 방과후 교실이나 자유학기제 SW 교육강사와 평생교육강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라며 “기초부터 체계적인 학습과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형 커리큘럼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 수료 후에는 초·중학교 SW교육강사나 부산대 SW교육센터 강사 등으로 취업이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 검증 안 된 'SW교육' 비싸도 OK? = 문제는 SW 교원양성뿐만이 아니다. 학생을 위한 SW교육도 전문성 검증이 생략된 채 진행되고 있었다. 국·영·수를 가르치던 보습학원에 SW교육과정이 개설되기도 하고, IT 회사에 재직하거나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 등도 1대1 과외를 해주겠다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경력 9년차 SW 개발자”라며 “강남 학군을 돌며 바쁘게 과외를 하고 있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은 미루면 안 된다. SW 과외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외에 지역별로 SW교육 학원을 홍보하는 글도 상당수다. 문제는 학원마다 커리큘럼이 다르고 수준도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박재완 세종대 교수(ES연계전공)는 “SW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사교육 시장이 심각하게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SW 교원양성과정이나 학생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사교육 시장에서는 3~4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강의나 단기과정을 강조하는 사교육 시장과 달리 SW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을 하기도 하고, 학생이 직접 프로그램을 시연해보며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둔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여대 ICT교육원은 지난 3월부터 6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SW코딩’ 과정을 운영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내년부터 초중등학교에 SW 수업의 단계적 도입에 대비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한 것”이라며 “서울여대 전문 강사진이 꼼꼼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해 호응이 좋았다”라고 밝혔다. 이 대학은 지난 3월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초대해 SW교육과 관련해 특강을 개최하기도 했다.

세종대는 소프트웨어교육단체와 손을 잡고 지난 4월부터 5월 20일까지 초ㆍ중학생을 대상으로 SW교육을 진행했다. 대학은 처음 SW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본 교육부터 심화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으며, 참가 학생들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시연해보며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관계부처 및 대학 관계자들은 “무작정 사교육을 찾기보다는 대학의 무료 교육이나 정부 주도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하라”고 제언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ICT교육원장은 “SW교육 의무시행을 앞두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며 “국가에서도 공적 교육을 통해 SW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미래부 소프트웨어정책과 팀장은 “다수의 지자체에서 양질의 SW 교원양성과정을 운영 중”이라며 “미래부에서도 하반기부터 ‘찾아가는 소프트웨어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센터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할 예정이다. 의무화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정부 주관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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