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본지 논설위원 / 경일대 교수,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평가단장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마련’과 ‘비정규직 제로’를 표방한 새 정부가 “단 1원의 국가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결연한 다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목표에 이르기까지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적잖아 보인다. 

경총에서 나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켜 궁극에는 일자리를 감소킬 수 있다’는 반응은 일자리 정책 앞에 펼쳐질 험로를 예고하는 듯하다. 일자리 만들기의 방법론이 복잡하게 얽힌 역학관계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 신문고까지 설치한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진력한다면 일정 수준의 성과는 거두리라 믿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한 세대의 청년을 잃을 것’이라고까지 언급한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 큰 틀에서의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미리 두어 가지 확장의 여지를 짚어본다.

정부의 복안이 있으리라 믿지만, 지속적인 재원이 필요한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을 추가경정예산에 의지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지우기는 어렵다. 이후의 세수 계획이 준비돼 있다 하더라도, 세금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에게는 촛불처럼 뜨거웠던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사태를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 기업 인수ㆍ합병 등의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속출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은 물경 21억 달러가 넘는 금을 모아 빌린 돈을 갚았다. 이제는 기업이 나설 차례가 아닐까. 기업으로서도 변혁 대상의 자리에서 머뭇거리기보다는 변화의 주체로 거듭나는 게 미래를 위한 일일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는 선순환 만들기의 다른 이름이다. 대통령 공약의 하나인 적폐 청산이 결국 ‘사회의 선순환 구현’을 위한 것이라면, 적폐 청산과 일자리 만들기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같이 굴러야 할 운명이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라는 청년실업률은 우리 사회의 혈전현상이 어느 때보다 위험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다. 조속한 적폐청산으로 혈류를 도와야 한다. 적절한 청산을 위해 적폐의 현상과 본질을 잘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종양형도 있고, 우리 폐부 깊숙이 쌓인 미세먼지형도 있다. 다양한 적폐의 근저에는 교육을 너무 오랫동안 개인의 이기적 성취욕에만 내맡긴 부작용이 자리한다. 지금 정부가 더 긴 안목으로 선순환을 이루고자 한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한 헌법 제1조에 부합하는 교육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개·돼지가 아니라 ‘주인’이 돼 함께 살아가는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는 만큼 일자리 나누기도 수월해질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자리 창출에 승부를 걸고 있는 현 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국에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전망을 가볍게 여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원회의 대응책을 아직은 짐작하기가 어렵지만,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학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을 것이다. 대학의 기능을 온전히 작동한다면, 말 많은 취업률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대학과 일자리의 관계가 설정될 수 있다. 대학이 점점 입지가 좁아져가는 인간의 존재 의미와 할 일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그 성과를 정부·기업·국민과 공유하는 소통과 실천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자리 만들기 국면이 펼쳐지리라 본다. 대학이 이 역할 수행의 채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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