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의원회 등 견제감시 기구 위상부터 높여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문재인정부 공약 중 '공영형 사립대' 정책 핵심은 정부 재원을 받는 대신 설립자 또는 대학법인의 운영권을 그만큼 내놓는 것이다. 운영비를 지원 받으니, 그에 준하는 비율 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공익형 이사로 교체하는 개념이다.

개념만 두고 보면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은 개방이사제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방이사제는 지난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사립대 운영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공익형 이사와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를 내실화 또는 정상화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개방이사를 선임할 때 법인 또는 교단의 입김이 상당하고, 그 결과 개방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방이사제가 취지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영형 사립대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법인(종교 대학은 교단)과 대학 구성원 간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조선대 구성원들은 지난 2월부터 개방이사를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추천하는 인사들로 선출하는 ‘국민공익형 이사회’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학 민주동우회는 지난 5월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법인 사무실을 봉쇄하고 농성 중이다.

덕성여대 이사회는 교육부가 개방이사로 추천한 2인의 승인을 보류한다며 지난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취임승인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교육부는 승인을 반려한 이유로, 개방이사 재선임을 조건으로 지난해 5월 당시 두 개방이사를 사퇴시킨 뒤 다시 개방이사 후보로 선출한 데 기존 임원들이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밖에도 동국대는 지난해 3월 개방이사 한 명의 후임으로 총동창회 추천인사가 선임되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한신대는 개방이사 2인의 총장 표결권이 박탈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홍으로 이어졌으며, 동덕여대는 비리 당사자였던 조원영 전 총장이 지난 2015년 개방이사로 복귀해 논란이 됐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개방이사는 이사정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로 꾸려야 하며,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돼 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열 수 있는데,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절반만 참여할 수 있다.

개방이사 자격요건으로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 ‘해당 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는 모호한 글귀와 함께, 더 구체적인 자격과 선임방법, 기준은 모두 법인 정관으로 정하게 돼 있다. 대학 구성원을 대변하는 대학평의원회조차 법인과 대학본부에 가까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사립대 개방이사들이 법인의 운영을 감시 및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특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143개 4년제 사립대학 법인과 99개 전문대학 법인 등 총 242개 법인에 재임 중인 개방이사는 모두 591명이며, 그 중 사학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에 있는 사실상 내부이사를 선임한 대학이 43.8%, 임원 수 기준으로는 161명(27.2%)으로 나타났다.

161명 중에는 해당 법인의 전직 이사거나 산하 대학 총장이나 부총장 또는 교수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84명(52.2%)에 달했다. 현직 이사장이나 총장이 개방이사로 재직 중인 사람도 20명으로 12.4%였다.

박경미 의원은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이해관계자를 개방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개방이사의 구체적인 자격요건 등을 법제화 하는 등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공영형 사립대는 중장기적인 정책인데다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개방이사제 정상화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 사립대학과 사립학교의 민주적 자치를 강화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개방이사제 법령이 미비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어떻게 뽑느냐’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등 구성원 단위 자치를 강화하고, 개방이사 추천권을 가진 대학평의원회가 구성원 뜻에 따라 독립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후 개방이사 단독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등 대학평의원회 위상을 높여나가야 비로소 본 취지에 걸맞은 개방이사를 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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