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우선 ‘악한 고리’인 사학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사학비리대학들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도 벌써부터 사학비리재단의 연명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본지는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꼽히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현재 상황과 중장기적 대책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연재기획_사학비리 근절대책>

上. 사학분쟁조정위원회 10년, 만신창이 상지대와 개선방안은
中. 사학비리 근절, 법개정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은
下. 사학비리 근절 중장기 대책, 해법은 입법이다
 

재단중심 이사회 견제할 ‘개방이사제’…측근 선임으로 유명무실
학내 구성원들의 열린 참여 보장할 법적 제재 담보 

▲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지난 5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사립대 부정·비리 엄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윤솔지‧김진희 기자] 文정부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사학비리 근절을 공언해왔다. 전체 대학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학은 일부 재단의 제멋대로식 대학 운영과 각종 비리로 인해 적폐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2007년 재개정된 사학법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실상 사학비리에 대한 제대로 된 징벌이나 감시에 있어 무용지물이었다. 2005년 개정 시 재단을 균형 있게 감시하기 위한 장치로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를 도입했지만 일부 “사학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반대에 부딪혀 그 기능이 후퇴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학법 재개정은 개악”이라며 “제재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우리나라 사학은 대기업처럼 오너 일가에 의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결국 대학 공공성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최근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의 ‘비리‧분규 사학 현황’에 따르면 전국 22개 대학이 비리사학으로 명단에 올랐다. 아직까지도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며 미해결 상태이거나 수면 위로 공론화되지 않은 사학비리도 있었다.

광주 소재의 A대학은 재단의 이사회 장악과 전횡이 심각했다. 가족 ‧측근 인사로 이사회와 학내 주요 보직을 구성해 대학을 족벌체제로 운영하고, 20억이 넘는 금액을 교비에서 횡령해 불법적으로 지출했다. 이사장의 승용차 구입과 유류비, 심지어 가사도우미 급여까지 개인적 목적으로 교비를 지출한 점도 포착됐다. 2015년에는 평생교육원 운영비 4억1000만원을 변호사 선임료로 쓰기도 했다. 교직원 인건비에서 4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드러나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서울 소재의 B대학 모 총장은 교직원 특별채용, 과다한 입시수당의 수령, 근속수당, 출장비 부당수령, 수의계약으로 지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 측근이 주도하는 이 대학 이사회는 결국 모 총장을 연임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의 앞선 임시이사 파견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B대학의 대학평의원회는 제대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강원 소재의 C대학은 구재단 측 인사들의 이사회 장악으로 대학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2010년 사분위의 대학 정상화 조치 이후 끊이지 않는 학내 분규와 갈등으로 구성원 간의 대립이 극심했다. 계속된 학내 분규로 대학평가와 재학생 충원율에서 뒤떨어지며 재정 상황마저 악화됐다.

이들 사학비리의 공통적 분모는 이사회의 족벌경영 체제다. 학교를 좌지우지할 힘이 이사회에 있고 재단의 각종 비리나 교비 횡령에도 눈감고 용인하는 부분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폐단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잘못을 저지른 구재단이 사분위의 결정으로 다시 복귀하거나 대학 운영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개방이사제는 견제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마저도 족벌경영의 그늘 아래 있다. 전국 사립대 284개 법인 중 67.3%에 해당하는 191개 법인에서 설립자, 이사장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8개 사립대 법인 중 절반에 가까운 91개(43.8%) 법인은 개방이사로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 인사를 선임했다.

이에 대학 내 구성원은 중장기적으로 사학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재익 수원대 교수(건축)는 “현행 사학법은 대학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재단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유명무실하다. 재단의 비리를 고발하면 학내 구성원이 오히려 탄압을 받는 구조다. 교수, 직원, 학생들의 고른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강제성을 띤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전체 구성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으로 사학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2005년 참여정부가 개정했던 당시 수준으로 사학법이 다시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평의원회를 현재의 수준에서 의결권까지 갖고 있는 기구로 격상하고 이사회를 견제하는 개방이사에 대한 추천권 역시 대학평의원회에 주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교법인 이사 정수 추천권과 학교법인 1인 감사 추천권을 대학평의원회 권한으로 하고, 예·결산 자문기능도 심의기능으로 격상하거나 자문내용과 다르게 시행하면 대학평의원회와 관할청에 서면보고 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학평의원회의 구성도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생평의원을 최소 2인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동문이나 발전기여자의 수를 교수와 직원, 학생평의원 각각의 수보다 적게 구성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회의록도 5년간 공개하고 위원들에게 ‘비밀유지’를 강요하는 조항도 삭제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진 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지난 10년간 비리를 저지르고도 정상화를 명목으로 대학에 다시 돌아온 비리 당사자들을 보면서 새롭게 도입이 논의된 제도다. 비리로 적발돼 한 번 교육계에서 퇴출되면 다시는 재진입이 불가능하도록 하자는 제도다. 현재 공무원의 비리가 드러날 때 직위를 바로 해제하거나 퇴출시키는 제도로 활용되고 있고 기업 등에도 일부 도입돼 있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이런 제도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인근 국가 대만은 이사들이 직무를 남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선고 판결을 받거나 해임·면직된 경우 이를 이사의 결격사유로 보고 학교법인 임원 자격을 박탈한다. 그러나 국내 사학법에서는 부정·비리 당사자들도 5년이 지나면 이사들의 3분의 2 찬성이 있으면 복귀가 가능하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국문)는 “일부 견제의 기능이 평의원회에 있는데 제대로 활성화돼 있지 않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도 대학마다 유무가 다양하다. 두 부분의 교육부 차원의 제재도 없는 현실이다. 민주적 장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 사례처럼 이사회는 물론,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학내 구성원 참여 기회를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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