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창업펀드 조성·해외 진출 투자만 384억원

▲ 취·창업 지원센터에 앉아있는 학생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한국대학신문DB)

창업 지원금만 챙겨가는 ‘창업 좀비(Zombie)’까지 성행

전문가들 “돈으로 창업 성공 못해…‘역량’ 키워주는 교육에 방점 찍어야”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문재인정부가 돈이 없어 창업을 포기하는 청년이 없도록 하겠다며 각종 펀드나 예산을 투입해 지원책 마련에 한창이지만, 청년 창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대학 창업센터에서는 재정지원의 폭만 넓히는 정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정지원이 청년 창업을 장려할 수 있겠지만 창업 성공으로까지 견인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교육부는 한국벤처투자와 손잡고 대학생들이 대출로 창업하는 시대는 끝내겠다고 선언하며 고려대‧서울대‧연세대‧전남대‧부산연합 5개 대학조합을 선정해 총 171억원 상당의 대학창업펀드를 조성했다. 6월 초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는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7월 이 같은 맥락의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한 ‘모태펀드 청년계정 신설’을 예고했다.

신규 청년 창업기업의 해외 진출 투자도 늘리는 추세다. 지난달 25일 중소기업청(중기청)은 창업‧벤처기업 750개사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공공기관)이 각각 1대 1로 총 213억원을 조성해 ‘상생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 사업을 개시했다. 신규 청년 창업 기업을 350개사까지 선발해 사업모델 혁신부터 아이템 검증, 해외 진출 등에 드는 비용을 기업당 1년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토록 정부가 창업 자원 마련에 적극적인 이유는 대출을 받아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층은 늘고 있지만 동시에 상환을 못해 도산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취업난과 정부의 창업 활성화 사업으로 청년 창업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중기청이 발표한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2016년 신설법인은 총 7만959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947개)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중 30세 미만 창업가가 세운 법인은 939개로 전년 대비 22.9%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이는 1%(297개)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40대 창업에 비하면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와 동시에 정부의 청년전용창업자금을 대출받아 상환하지 못해 빚더미에 앉는 청년 창업자들도 매년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발표한 ‘청년전용창업자금 약정 해지 현황’에 따르면, 창업자금을 대출받았지만 상환을 못해 약정이 해지된 건수는 2013년 80건에서 2015년 221건으로 약 2.7배 증가했으며 액수로 환산하면 44억원에서 124억원까지 3배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일반창업은 1067억원에서 1398억원으로 1.3배 늘어나는 데 그친 것에 비하면 청년 창업자들의 상환율은 현저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그간 청년 창업을 위한 재정적인 투자를 늘려왔지만, 수익 분기점을 넘는 청년 창업기업은 손에 꼽힌다는 것이다. 청년 창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대학 창업지원센터에서는 단순히 재정지원만 늘려서는 창업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호 경성대 창업지원단장은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청년창업을 성공 단계까지 올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창업 성공의 열쇠는 창업자 역량과 아이템, 자원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닌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지원 사업이 산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민 충북대 창업지원단 주임연구원은 “대학 내에서도 창업 관련 중복 사업이 꽤 많다. 정부가 사업비만 내려주기보다는 운영기관 정리부터 선행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구자록 울산대 창업지원단 부단장도 “최근 들어 대학의 창업지원 사업이 늘어나며 학생들 입장에서 중구난방식이라는 느낌이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창업지원 사업에 참여해 지원금만 받아 챙기는 창업 좀비(Zombie)가 늘고 있다. 창업을 두고 모럴해저드(Moral Hazard)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청년창업을 위해서는 ‘기업가 교육’ 강화와 ‘종합적인 창업 프로그램 투자’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서진석 동의대 창업교육센터 소장은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졸업 전 창업에 성공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오히려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창업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끌어줄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종호 단장도 “창업을 떠미는 지원이 아닌 역량을 길러주는 체제 개편부터 절실한 상황”이라며 “현재 창업 상담도 단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의 심리와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창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창업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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