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나 채소를 팔아 평생 모은 돈을 아낌없이 대학에 기탁하는 할머니 얘기를 종종 접할 수 있 다. 하지만 이같은 '할머니 독지가'의 시혜를 입는 대학은 매우 운이 좋은 경우. 대다수 대학은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한다.

그런데 장학금 기탁을 위해 찾아오는 할머니 독지가를 무려 4명씩이나 만난 대학이 있다. 충북 청주에 소재한 충북대(총장 주자문)가 바로 그곳.

지난 79년 김유례 할머니(97년 작고)가 당시 금액 5천만원과 건물 한 동을 기탁한 것을 필두로 93년 신언임 할머니가 30억 상당의 재산을, 97년 전정숙 할머니가 건물 한 동을 각각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기탁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임순득 할머니(76)가 평생 동안 콩나물, 두부 등을 팔아 사들인 시가 12억 상당의 건물을 이 대학에 기탁했다.

충북대가 이같은 혜택을 누린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이 할머니들을 극진히 모신다는 사실이 소문이 났기 때문일 것"이라 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대학은 할머니 독지가를 위한 묘지를 체육관 뒤편 양지 바른 곳에 마련해 두고 있다. 현재 이 묘소에는 고 김유례 할머니와 전정숙 할머니의 부군이자 지난해 3월 작고한 최공섭 할아버지의 묘소가 마련돼 있으며 신언임 할머니를 위한 가묘도 마련해 두고 있다.

대학 측은 이처럼 독지가들이 사망할 경우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학내 묘소에 안장한다.

독지가들이 생존해 있을 때는 입학식과 졸업식을 비롯한 학내 각종 공식행사와 문화행사에 빠짐 없이 초청하고 있으며 의료비, 생활비, 문화행사비 등의 경비를 제공,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모시 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우리 학생들을 자식처럼 생각해 장학금을 기탁하신 만큼 학교측도 그 분들을 부모처럼 모시고자 한다"며 "장학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매년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 며 추모행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