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새 정부 교육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지난달 29~30일, 전국 202개 4년제 대학 중 138개 대학 총장들은 부산에 모여, 정부가 주도하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4년제 일반대학들의 협의체인 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을 다듬어 자율적인 정원 감축과 교육 질 제고 등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존 정책에 맞춘 대학구조개혁법에 대해서는 이를 대체하는 법안 발의 및 통과에 힘을 싣기로 했다.

138명의 4년제 일반대학 총장들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 기관평가인증 중심으로 한 자율적 구조개혁 방안과 ‘대학 인증 및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 지원법(안)’의 기본 방향 및 구성체계 등을 논의했다.

기존 정부가 실시하던 대학구조개혁평가 폐지를 요구하고, 스스로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주장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대학구조개혁 법적 기반 마련 △대학인증 중심 대학구조개혁 일원화 △국공립대 정원 보호 및 지원 △대학의 자율적 질 관리를 요구했다. 이승훈 세한대 총장은 2주기 구조개혁 기간에는 대학들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수도권 및 지역의 모든 대학이 일정비율로 정원을 먼저 줄이고,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쿼터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모집 인원에 대해 연도별 감축 등을 검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장호성 대교협 회장은 6월 29일 개회사에서 “현재 우리 대학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급속한 사회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다”며 “미래 일자리 변화를 예측하여 학생들이 졸업 후 새로운 사회에서 능력껏 일할 수 있는 교육의 방법과 내용을 혁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 회장은 “현재 반값등록금 정책의 장기화와 대학입학 정원 감소로 인해 대학 재정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 여파로 대학교육과 연구의 질적 수준이 떨어져 글로벌 교육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를 대비하는 고등교육의 선결과제는 대학의 재정이며, 교육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면 국가의 장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이야말로 21세기 미래 교육강국을 목표로 정부와 대학이 소통과 협치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미래형 고등교육 확립은 정부만의 주도나 대학만의 노력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국가 차원의 미래교육 준비를 위한 인식 전환 △미래형 고등교육을 위한 정책 재정비 △대학 재정의 획기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재정지원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지난해 열린 하계총장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았던 최일 목포대 총장과 김성익 삼육대 총장이 발제를 맡았다.

‘대학교육 회복을 위한 재정지원 방향’ 현안 발표에서 최일 목포대 총장은 국공립대학을 대표해 ‘국공립대학 발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일 총장은 국립대학의 입학 정원 문제와 재정 여건, 연구개발 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지역인재 양성과 국립대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등교육 재정지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과 실질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립대학을 대표해 김성익 삼육대 총장은 ‘사립대학 재정 현안과 건전화 방안’을 주제로 ‘대학 앞에 놓인 재정적 도전’ 현황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사립대학의 재정 건전화 방안을 위한 제도 개선,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도입 또는 대학 설립유형별 지원법 제정 등 법적 ·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학 총장들은 ‘대학교육의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를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위한 법 제정 △대학인증 중심의 구조개혁 추진 △시간강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 3개 요구사항을 새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대학 재정의 건전성과 대학 개혁의 자율성 보장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열린 대교협 임시총회에서는 신임 부회장으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인 이승훈 세한대 총장이 추대,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