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반…사회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체인지 메이커 육성’ 방점

‘교육부터 재정지원·네트워킹 구축’까지 완벽한 3박자
이미 사회 바꾸기 시작한 한양人들…해외에서도 비지땀

▲ 한양대 체인지 메이커 액션러닝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친환경 위생 화장실을 제작하는 에코-팜켓(Eco-Farmket)과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는 모습.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한양대는 199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사회봉사단을 조직했다. 이 같은 학교의 남다른 결단력은 이 대학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과 맞아떨어지며 학생부터 교직원, 동문까지 20년이 넘도록 사회봉사에 앞장설 수 있었던 마중물이 됐다. 올해 한양대는 사회봉사의 외연을 ‘사회 혁신’으로 확장해 그간 다져왔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또 사회 혁신에 앞장서는 인재 배출을 위해 시야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넓혔다. 동아시아 대학 중 최초로 글로벌 사회 혁신 선도대학들의 리그인 'Ashoka U' 가입을 준비 중이다. 미국의 브라운대, 듀크대, 존스홉킨스대 등과 같은 내로라하는 해외 유수 대학들과 밀접한 교류를 통해 사회 혁신의 장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데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리핀 상공회의소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전문가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모아 소셜벤처 부트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양대의 이 같은 노력의 근저에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체인지 메이커 육성’이라는 목표가 있다. 학교는 이를 위해 대학교육을 기반으로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방점을 찍고 교육부터 재정지원, 네트워킹 마련까지 촘촘한 커리큘럼을 완성해왔다.

■ 책상에만 앉아있는 교육은 NO…문밖으로 나가라 = 한양대의 사회 혁신 커리큘럼인 △사회 혁신 캡스톤디자인 △체인지 메이커 액션러닝 △사회 혁신 융합전공 등은 눈여겨볼 만하다. 학교는 국내 대학가에 만연한 주입식 교육의 병폐를 과감히 미뤘다. 학생들 스스로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우선순위에 뒀다. 학생이 과목을 수강하면 정식으로 학점도 부여해 참여율까지 끌어올렸다. 캡스톤디자인과 액션러닝 과목을 수강할 경우 학점에 따라 사회 혁신 융합 관련 전공 학위까지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도 상당하다.

사회 혁신 캡스톤디자인 과목은 인트로(Intro)와 러닝(Learning), 프로젝트(Project) 총 3단계로 나뉜다. 학생이 문제 분석과 해결에 필요한 방법론을 학습하고, 현장에서 문제를 직접 해결해본다. 이후 전문가의 피드백까지 받으며 스스로 역량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인트로와 러닝 사이 2주간 아시아개발은행과 얼반유스아카데미가 운영하는 단기 글로벌 청년 교육연수 프로그램인 ‘아시아태평양 청년교류 프로그램(APYE; Asia-Pacific Youth Ex change)’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야를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세계 속 지역사회로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체인지 메이커 액션러닝은 현장실습 과목이다. 한양대와 성수 지역의 사회 혁신기업이 공동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수강 학생은 최대 15학점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체인지 메이커팀은 네팔로 투입됐다. 친환경 위생 화장실 건축을 완성하고, 모이는 배설물을 유기 비료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유기농 작물 판매에 필요한 마케팅 전략까지 수립하며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실습이 이뤄져 호응을 얻었다.

■ 사회 혁신 이룬 성과 모여…글로벌 플랫폼 ‘HUGE’ 탄생으로 = 지난 5월 한양대는 아시아개발은행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한 ‘열린 아시아 청년포럼'에 초청받았다. 청년주도 사회 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포럼을 통해 이영무 총장은 한양대만의 ‘HUGE(Hanyang University for Global Engagement) 플랫폼’ 운영을 천명했다. 이 플랫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 혁신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교육으로 탄생한 체인지 메이커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까지 실현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통합 시스템이다.

이 같은 HUGE 플랫폼이 구축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한양대의 사회 혁신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한양대입구역 소액기부 콘텐츠 '대트리스'

한양대입구역에는 ‘대트리스’라고 불리는 테트리스 게임기가 있다. 단순한 놀이시설이 아니다. 후불 교통카드를 접촉하면 1회에 300원이 기부된다. 다시 말하면 기부되는 모습이 테트리스 블록으로 묘사되는 ‘소액기부 콘텐츠’이다. 최규선·양재형(경제금융)씨와 김은서(산업공학)씨 등 학생들이 팀을 꾸려 기부 활성화를 위해 고심하면서 만들어졌다. 기부는 ‘안 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것’이라는 접근으로 기부가 가능한 기계를 지하철역에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고 누구나 알고 있는 테트리스 게임으로 시각적 재미까지 더했다.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었다.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이 오가며 소액기부에 동참했고, 교내 환경미화부터 네팔 지역 화장실 건축, 교내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에 수백만원이 모였다.

박형준(경제금융)씨는 에코-팜켓(Eco-Farmket)이라는 친환경 위생 화장실 에코산(ECOSAN)을 제작해 배설물을 비료로 전환해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소셜벤처를 세웠다. 기업은 한양대의 체인지 메이커 액션러닝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덕분에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다녀갔고 학내에서는 산학협력 우수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기업은 농림과 보건, 도시개발부 등 네팔 정부 기관과 지역 대학에서도 지원을 약속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한양대 경영학부 ‘혁신 랩(Lab)’과 협력해 해외 물류 마케팅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지수(스포츠산업)씨가 세운 니노니나 클로딩(NinoNina Clothing)이다. 기업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양질의 의류를 생산할 수 있지만, 경제적 능력 부재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의류 제작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장소와 기계, 인력을 확보하고 의류 샘플까지 제작해 현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 현지 최대 엔지오(NGO;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 기업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지난 2월 필리핀의 관광명소나 로컬음식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담은 'Larga! Santa Rosa'와 한양대 관광학부 동아리 티움(Tium)이 필리핀 현지에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의 관광명소나 로컬 음식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담은 'Larga! Santa Rosa'는 변주영(화학공학)씨가 세운 벤처기업이다. 지난 2월 한양대 관광학부 동아리 티움(Tium)이 필리핀에 파견돼 기업과 협력해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친환경 관광(Eco-Tourism)이라는 테마로 애플리케이션 제작이 마무리 단계이다.

아시아태평양 청년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양대 학생들이 팀을 꾸려 YCM(Youth     Change Makers)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사회 혁신을 청년들이 주도해야 하는 이유부터 문제 인식, 해결방안 구축 과정 등을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실제 고등학생-대학생-교사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성해 학생이 거주지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실습을 1학기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처럼 한양대는 사회 혁신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왔다”라며 “학생들의 재능이 지역사회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HUGE 플랫폼의 체계적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벤처기업과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전공을 연계해 현장실습을 나가고 수익까지 창출해보는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 발전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사회 혁신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학내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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