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자료 보유대학 거의 없어…대체자료 소장 대학 24%에 그쳐

“예산증진 어렵다면 국가기관과 네트워크 형성해 서비스 제공해야”

▲ 서울 소재 한 사립대 도서관 서가. (사진=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장진희 기자] 대학에 진학한 장애학생 수는 7000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을 위한 대체자료를 보유한 대학도서관은 4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에 한정돼, 장애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서울 소재 주요대학 9개(△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대)를 조사한 결과 이들 대학은 대체자료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서울대, 이화여대 정도만 점자도서 각각 143점, 183점을 보유하고 있고 서강대가 대활자도서 150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각장애인 대체자료에 한정됐다. 

대체자료는 일반 도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특수 제작된 자료로 △점자도서 △대활자도서 △화면해설영상물(DVD) △녹음도서 등이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106개 대학 도서관 중 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를 소장하고 있다고 답한 대학은 26개(24.5%)에 그쳤다. 그중 점자도서가 51.1%로 대체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성공회대 박사과정의 박명수씨는 실제로 학교 도서관 이용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박씨는 “대체자료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일단 그런 자료를 검색하는 것 부터가 우리에겐 높은 장벽”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특정 해외 도서 등을 봐야할 때 필요한 시기에 책을 받아보는 것도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는 대체자료를 대학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제작해 받아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대체자료를 보유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대학 도서관 관계자들은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애인 대체자료 보유에 필요한 예산을 따로 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인학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한 권을 만드는 데만 80만원이 소요된다”며 “대학 도서관은 대체자료를 보유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 도서관 관계자도 “장애인 대체자료 구비 등을 위한 예산이 따로 없다”면서 “장애 학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만큼 좀 더 편리한 학습을 위해 서비스 증진의 필요성은 있다”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자료에 대한 이용률도 낮아 굳이 대체자료를 확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주로 학생들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대체자료를 지원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수업에서 필요한 교재에 한정됐다.

전문가들은 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전반적인 대체자료 현황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용득 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장애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국가기관 등에 자료를 의뢰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의 학습 환경이 현재 매우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학 도서관이 직접 대체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니 국가기관과의 활발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도서관 장애인 서비스 개선을 연구해 온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장은 “장애학생 학습권 개선이 대학의 책무 중 하나”라며 “국내의 여러 장애인 관련 특수도서관 등과 대학이 연계해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명수씨도 “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요 조사한 내용을 해마다 업그레이드 하고 관련 자료나 파일을 배치하는 서비스는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예산 때문에 안 된다고 외면만 한다면 장애인 대학생에 대한 서비스 개선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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