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유네스코 등재 목표로 준비…지역 대학들과 협업

학계 “전문가·후학·문헌자료 부족 함께 고려돼야”…“지속적·장기적 대책 필요”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시한 ‘고대 가야사 복원’을 두고 경상남도 등 관련 지자체들이 분주하다. 이른바 6가야로 불리는 연맹체가 위치했던 지역인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 등은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가야사 복원 사업 추진에 만반을 기하는 모습이다.

기초조사 분야를 담당하게 될 대학과 가야사 학계는 이번 정부 방침을 통해 그동안의 성과와 노력들을 인정받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또 이번 계기를 통해 가야사가 고대사의 한 축으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이에 걸맞은 장기적 대책들도 함께 고려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고령 지산동 고분군 518호분 발굴조사보고서. (사진=문화재청)

■ 경남도 대학·지자체 중심으로 준비 활발 = 경남도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중앙부처의 방향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군별로 가야사에 대해 발굴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단계에 있다”며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1963년)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1991년)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2011년) 등의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개발이라면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할 것이고, 연구·발굴 부문에서는 문화재청이 맡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부처의 추진 방향이나, 사업 목적을 발굴·개발과 학문·연구 사이에 어느 정도로 구분을 둘 것인지 등은 좀 더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가야사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경남도는 지난달 말에 조영제 경상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했고, 오는 14일 계획돼 있는 ‘전문가 포럼’ 등 영·호남 지역의 전문가들과의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초조사는 대부분 대학을 통해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 청취할 계획”이라며 조영제 교수를 비롯해 이영식 인제대 교수와 남재우 창원대 교수와도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제 교수는 “가야 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인력·재원이 투입되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3개 고분군뿐만 아니라 함안 남문외 고분군(경남도기념물 제226호, 2000년)은 단 1기도 복원이 되지 않았고, 산청 중촌리 고분군도 시급히 복원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 가야사, 고대사의 한 축으로 = 그동안 고대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아왔던 가야사 연구 지시를 통해 학계는 가야 문명을 재조명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모습이다. 빈약했던 가야 연구의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것과 식민사관으로부터도 완전히 탈피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고대사에서 이제까지 가야는 중앙집권 고대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연맹체로 남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계속된 연구를 통해 가야도 백제·신라처럼 고대국가의 요소를 갖춘 흔적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또 《일본서기》의 임나일본부설로 대표되는 식민사학을 바로잡는 데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본서기》의 가야에 대한 기록과 근거들이 왜곡됐다는 결론을 한·일 양국 학계에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30년 전인 1980년대부터 활발해진 가야사 유적·유물에 대한 발굴이 이러한 과정의 초석이 됐고, 이후 지방자치제 시행도 한몫을 담당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남재우 교수는 “경부고속도로 낙동강 유역 구간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야 유물·유적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며 “1990년대의 지방자치제 실시를 통해서 지자체들이 저마다 차별성을 기하기 위해 관광상품 개발을 모색하면서 가야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가야사 연구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의 ‘가야사’ 언급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또 하나의 가야사 연구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자신들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에 추진력을 보태줄 것을 바란다는 이야기다. 학계는 지자체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관광개발에만 혈안이 되지 않고 학문적으로도 함께 지원하며, 가야사 학계가 처한 현재 문제점들도 함께 돌아봐주기를 바라고 있다.

▲ 고령 지산동 518호분 발굴현장 전경. (사진=문화재청)

■ 가야사 연구, 장기적으로 가려면 = 백제·신라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야사의 비중이 적었던 탓에 학자와 관련 텃밭 형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가야사가 영·호남 지역에 치우쳐 있고, 가야사 전공 교수도 많지 않은 실정”이라며 “전문가 조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의 지적처럼 현재 가야사를 연구하고 있는 전국의 학자 수는 10명 남짓이다. 게다가 이 가운데 대학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교수의 수는 6명 정도에 불과하고, 후학 양성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가야사 연구·복원’이 과연 장기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계는 이번 정부방침에 대해서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전문가·문헌사료·후학세대 양성 등이 턱없이 부족한 현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관광 개발 등 단기적인 계획에만 얽매인다면 졸속·부실 추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영식 인제대 교수는 “가야사 연구로만 봤을 때 유네스코 등재가 장기적으로 학문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학문 연구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학술중심센터와 후학세대 양성, 학예사의 신분·여건 보장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호남 지역에 집중돼 있는 가야 유적에 대한 연구는 결국 지방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방대와 인문학에 대한 연구 환경,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고려돼야 학문 분야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식 홍익대 교수는 “백제와 신라에 대한 문화재청의 왕경정비사업과 같은 분야에 가야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가야가 고대국가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오랜 선입견에서 탈피해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가야가 4국시대의 일원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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