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3년 10월 교육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를 1주기,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2주기, 2010년부터 2022년까지를 3주기로 하는 대학구조개혁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1주기를 마치고 2주기를 시작할 무렵 끝났고, 올해 5월 10일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지난 4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임명됐다. 이제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가 시행한 1주기 대학구조개혁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우리나라 대학을 대학답게, 고등교육을 고등교육답게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되짚어 보면서 문재인정부가 펼쳐야 할 대학 정책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후반기부터 시행한 대학평가에 따른 대학구조개혁과 재정지원 차별화 정책의 기조를 이어받았으며 이를 더욱 강화했다. 구조개혁이라고 했지만 대학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수와 대학 정원을 줄이는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우수대학의 부실을 가리는 대학평가 방식의 문제점, 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정지원사업의 비효과성, 대학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기는 재정지원 차별화 정책에 따른 대학 줄 세우기와 길들이기, 대학 구성원의 교육·연구 외적 업무의 폭증, 국립대학 총장 선출 과정에 대한 압력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대학의 부실화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학 구조개악’이었던 셈이다. 한마디로 ‘고비용 부실화’ 정책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박근혜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학과 고등교육의 공공성,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대학이 어려워진다고들 하는데, 이러한 인식은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국가의 고등교육재정에서 학생 1인당 지원액이 늘어나게 되고, 점차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된다고 봐야 한다.

둘째, 학생 수 감축 방법에 대한 사고 전환이다. 그동안 대학평가에 따라 등급을 매겨 하위 등급 대학을 폐교하거나 학생 수를 더 많이 감축했는데, 이렇게 한다고 하여 상위 등급 대학의 교육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 대학이 많은 것이 아니라 종합대학의 입학정원이 많다. 대학 등급과 상관없이 학생 수를 감축하고 학생 1인당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여야 한다. 정원외 입학을 없애고, 연구중심대학과 우수대학이 먼저 학부생 수를 줄이고 대학원생 수를 늘려야 한다.

셋째, 대학 등급화를 위한 평가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 등급화는 대학 간 경쟁을 통해 대학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평가의 목적과 방법이 적정하지 않으면 평가의 부작용이 나타나 역효과를 초래한다. 그동안 대학 등급화를 위한 평가는 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평가지표의 문제, 평가상의 불공정성, 대학 교직원의 본연의 직무 외적인 업무 부담으로 인해 대학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넷째, 재정지원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각종 재정지원 방식의 비효과성을 감안해 대학평가에 따른 재정지원사업을 폐기하고 각 대학에 일반경비로 지원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립대는 점차 등록금을 없애고,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경우는 일반 경비성 정부지원금을 늘리면서 공익형 이사를 도입하는 등 공공성과 민주성을 바탕으로 자율성을 갖출 수 있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늘려가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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