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풀이·암기식 교육 조장 … 미래형 인재에 안 맞아

사교육 경감대책으로 도입 … 사교육시장 3천억원 규모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EBS-수능 연계정책이 존폐 기로에 섰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재검토 의사를 밝힌 데다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학생과 교사 등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이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사교육을 잡기 위해 도입됐지만, 창의적 사고를 저해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온 수능 연계정책이라 폐지도 유력해 보인다. 

김상곤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EBS-수능 연계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 재검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꾸준히 EBS-수능 연계정책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답 하나를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 미래사회를 이끌 능력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BS-수능 연계정책은 EBS 교재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일정 비율 반영되도록 한 정책이다. 사교육을 받을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학생이 TV나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EBS 강의를 들어도 수능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이 정책을 도입하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고액 사교육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자료=교육부,통계청)

그러나 실제론 달랐다. EBS-수능 연계정책 뒤 최근 오히려 사교육은 증가 추세다. 지난 3월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생 대상 사교육 시장은 약 3200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개인당 2만원이 늘어난 액수다. 게다가 사교육 참여율도 2.3% 증가했다. 

문제는 또 있다. EBS-수능 연계정책이 강화되면서 공교육 수업이 EBS 교재 암기로 변질됐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 연구팀이 지난해 11월에서 12월 EBS 교재로 수능 공부를 한 대학생 805명과 고교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능 연계정책이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설문 결과 응답자들은 EBS 교재가 창의적 사고(2점)와 비판적 사고(2.2점)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과목에 대한 흥미(2.24점)와 학습동기(2.5점)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입식 강의(4.2점)와 암기(3.5점)에는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5점으로 갈수록 ‘매우 그렇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EBS-수능 연계정책이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2017) 보고서에서 △사교육비 경감 △실력 향상 △창의성 교육에 두루 실패했다고 적시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수능 연계 문제집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창의적 수업을 위해 전면적 검토를 해야 한다”며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절감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지난달 20일 수험생,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청구인단은 헌재에 ‘2018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보장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다양한 교재로 창의적 학습을 할 기회를 박탈하고 교사의 자유로운 교재 선택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2010년 교육부와 EBS가 맺은 MOU에 불과한 수능 연계가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개혁 전망과 과제’(2016) 보고서에서 “문제풀이와 암기 중심의 학습 풍토는 미래 융합형 인재 양성과 미래 핵심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방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능 연계정책을 대체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도 기계적 문제풀이에 익숙한 학생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특정 지식만 달달 외우는 방식은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수능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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