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희 숭실대 총무처장

▲ 한철희 숭실대 총무처장은 인터뷰 동안 소통을 강조했다. 소통이 없이는 좋은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철희 처장은 매월 1회씩 팀장과 간담회를 열고 대학의 주요정책과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숭실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한철희 숭실대 총무처장은 1985년 4월 입사했다. 햇수로만 32년을 근무했다. 학생처와 총무처, 단과대학, 교무처, 연구처 등 다양한 부처를 거쳐 지난 2월 총무처장에 임명됐다. 한 세대에 달하는 기간 동안 대학을 지켜보고 또 직접 운용에 참가해온 한철희 처장은 대학을 “학생 배출을 넘어 사회 발전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대학이 교육만 강조하던 시대를 벗어나 이제는 대학이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더욱 강력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철희 처장은 그게 대한민국의 최고 인재들이 모여 있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철희 처장의 30여 년 대학행정 철학을 지난달 28일 숭실대 접견실에서 만나 들어봤다.

- 32년간 대학에 근무하셨다. 한 세대에 달하는 기간이다. 어떤 업무를 주로 하셨나.
“교무 쪽 일을 오래 했다. 교원인사와 연구업적평가를 맡았는데 둘 다 제도와 규정을 만들고 그에 근거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제도가 미비하면 지원이 잘 안되니까 제도를 고도화하고 정비해야 하는 게 이 업무의 특징인데 그게 성격과 맞았다. 대학 업무 중에 같은 행정이라도 제도화할 수 없는 게 있다 학생상담이나 봉사지원 등은 일관된 틀로 규격화하기 어렵지 않나.”

- 교무처에서 일하면서 대외활동도 활발히 한 것으로 안다.
“2012년과 2014년 전국대학교무처장행정관리자협의회 서울지회장과 전국회장을 했다. 2002년에 교무처로 발령이 났는데 와서 보니 비정규직과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인사부분과 연구부분의 규정이 빈약했다. 그러다 2007년 기간제법 개정과 2010년 시간강사법 제정으로 대학 내외의 이슈가 커졌다. 그러다보니 협의회 차원에서 교육부에 자문을 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었다. 교무처에서만 약 12년 근무했으니 그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었다. 시간강사 문제만 놓고 보면 법안 제정 당시 시간강사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그게 실제로 나타나 안타까웠다.”

- 교수들을 상대하면 어려움도 많았겠다.
“교수만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편의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걸 제도화를 통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이 맞았다. 그런 기회를 통해서 교수들과 벌어져 있는 인식의 차이도 줄이고. 교수들의 요구와 수요를 파악할 수 있어서 교무 쪽에도 기여가 됐다.”

- 소통을 강조하시는 건가.
“그렇다.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나 조직에서 요구하는 정책의 방향은 대학본부가 설정할 수 있지만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 아무리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효과도 떨어진다. 공청회든 개인면담이든 회의성격의 기구를 만들든 사전에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눈 후 추진하는 게 제도화된 뒤 효과면에서도 뛰어나다. 알고 따르는 것과 모르고 따르는 것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중요한 행정절차다.”

- 지난 2월에 총무처장으로 보임됐다. 역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낮은 자세로 의견을 청취하려는 생각이다. 나도 이제 곧 정년을 맞는다. 아직 젊었을 시절 소통의 단절을 많이 느꼈다. 일방적으로 내리누르는 권위적인 태도를 벗어나 낮은 자세로 동료 직원들을 모시고 소통하고 존중하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총무처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어 다소 다가가기 힘든 보직이었다면 그 벽도 허물고 싶다.”

- 팀장급 햄버거 타임을 한다고 하던데.
“팀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학의 규모가 커지면서 만날 기회가 부족하다. 팀장 간담회를 통해 정책도 공유하고 동료 간 혹은 선후배간 애로사항도 들어보고 학교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에 대한 사전 논의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다. 햄버거 타임이란 말은 만나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점심에 햄버거라도 먹으면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월 1회 정도 만나려 하고 있다.”

▲ 1985년 숭실대에 입사해 32년간 근무해 최근 총무처장직에 오른 한철희 숭실대 총무처장을 28일 숭실대 접견실에서 만났다. 한철희 처장은 "대학은 사회 발전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숭실대 제공)

- 직원들도 대학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중요하다고 보는데.
“맞다. 직접적으로 강의를 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직원들은 학생의 역할이나 사회 진출 뒤 지성인이 갖춰야 할 도리 등을 학사제도와 학생서비스에 구현하고 교수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면서 충분히 교육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생활적으로도 교수들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학생의 실생활을 상담하거나 장학지원을 해주면서 좋은 형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직원들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이 교육활동뿐만 아니라 연구와 봉사를 넘어 사회를 선도해야 하는 역할을 더욱 강하게 부여받으면서 직원들은 단순히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대학을 발전시키는 전문가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교수들의 학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의 요구를 직원들이 정책개발자와 기획자, 발굴자, 실천자로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사회가 괄목할만한 것으로 적절한 방향을 찾아주거나 국가정책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후배 직원들의 역량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겠다.
“대견스럽게 변했다. 과거에 비해 전문가적인 자질을 보유하고 있다. 그게 어학능력이건, 각종 개인적인 스펙이건 혹은 해외연수건 과거에 비해 능력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깊이도 깊어졌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반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에 관심을 보이는 후배가 많아졌다. 좋은 자원들이 대학에 많이 진입하고 있다.”

- 대학도 변해 왔을 텐데.
“많이 변했다. 과거의 대학은 교육만이 화두였다. 대학의 역할이 곧 교육이었다. 지금은 세월이 갈수록 사회적으로도 기구마다 존재가치에 대한 평가와 사유, 진단을 받게 되고 평가를 받지 않나. 대학도 그런 영향을 받아 교육중심에서 대학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발전시켜 사회를 선도하는 역할로 변모하고 있다. 교수들의 역할도 사회적인 발전이나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대학은 학생을 배출하는 부분을 벗어나서 사회발전의 단초를 제공하는 곳이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을 바꾸고 그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대학에서부터 그것이 시작돼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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