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교수 절반 넘어…향후 10년 내 약 30% 은퇴

임금·정년보장 등 불안정한 신분에 대학 교수 인기 ‘시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원 필요”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김진희 기자] 대학 교수 사회가 늙어가고 있다. 향후 10년 내 약 30%의 교수들이 정년퇴임하는 만큼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재정 문제로 교수 특히 젊은 교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학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16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연령별 교수 분포는 △25~29세 243명(0.3%) △30~39세 9190명(11.8%) △40~49세 2만7258명(34.9%) △50~59세 3만1036명(39.7%) △60~65세 1만0351명(13.2%) 등으로 나타났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교수 가운데 50대 이상 교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3%로 절반이 넘는다. 이 중 일반대학은 약 34.0%, 전문대학은 약 30.7%의 교수들이 향후 10년 안에 대거 정년퇴임을 한다.

▲ 교육통계연구센터가 발표한 2016년 교육통계연보 '연령별 교원수'

이러한 교수 사회의 고령화 현상은 대학들의 개교 시기와 관련이 깊다. 1990년대 초 김영삼정부 당시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적용하면서 대학의 수는 우후죽순 늘어났고 당시 대거 채용된 교수들이 퇴직연령에 가까워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발표된 1990년대 △일반대학 54개교 △전문대학 41개교 등 총 107개교의 고등교육기관이 새롭게 세워졌다.

문제는 정년퇴임으로 빠져나간 만큼 젊은 신임 교수를 충원하지 못하거나 비정년 트랙으로 빈자리를 채운다는 것이다. 이는 교수 사회의 고령화를 촉진시켰다. 강원지역 소재 B대학 교수는 “문제는 재정 압박으로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라며 “채용하더라도 비정년 트랙 혹은 비정규 시간강사 형태로 이뤄지다보니 교수 사회의 고령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 교원 신규채용이 필요한데 재정적인 문제로 할 수 없으니 정년퇴임하고 나간 빈자리를 채울 중간 허리가 없어질 위기에 놓인 상태”라고 토로했다.

애초에 연령대가 높은 신규 전임교수를 임용하는 것도 한몫했다. 호남지역 C전문대학 교수는 “대학들이 구조개혁평가 등 각종 평가로 인해 전임교원확보율이나 재정 여건을 우려해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를 초빙한다”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원 수도 줄여야 하는데 젊은 교수보다 나이가 많은 교수를 임용하면 자연 감소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수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피해보는 건 결국 학생이라는 지적이다. 50대 중후반 교수들의 경우 물론 장점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학생들과 세대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괴리감 등으로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기술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약한 것도 문제다. 특히 이전보다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이러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나이 많은 교수들은 빠른 변화속도에 잘 따라가지 못할뿐더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강의 방법 등에서의 변화를 꾀하는데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젊은 신임교원을 뽑으려 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 대학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급여, 정년보장 등이 불안정해지면서 교수에 대한 인기도 그만큼 시들해진 탓이다.

충청지역 D전문대학 교수는 “과거처럼 대학이 인기가 없다. 과거에는 연구소에 있던 사람들이 대학으로 옮기려고 줄 섰는데 요즘엔 그냥 연구소에서 연구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더라”면서 “신분보장은 쉽지 않으면서 옛날처럼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입학, 취업까지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 E대학 교수도 “다른 대학에 비해 신규 채용을 많이 하는 편이나 젊은 사람들이 교수 지원을 잘 안 한다. 교수 지위 자체가 격하됐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교수 사회에 논문 수를 두고 성과연봉제를 적용해서 경쟁 시킨다. 이렇게 교수를 압박하는 제도들이 많이 생기다보니 교수에 대한 매력도가 반감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재정지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학들이 수년째 등록금 동결을 하는 등 재정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인데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줘야 교수 사회의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지역 F대학 교수는 “신규 채용이 더뎌서 교수들이 나가는 자리를 모두 채우지 못하는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여건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퇴임 속도를 맞출 수 있을 만큼 교수의 신규 채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들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대학가들이 부족한 재정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돈줄을 쥐는 대신 각 지역 대학들에 강력한 재정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국가장학금으로 쓰는 예산이 17조원에 이른다. 이런 항목을 학교 재정으로 직접 들어올 수 있게끔 변경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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