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리, 음악 등 각 서점마다 특유의 개성 뽐내…북 콘서트 등 문화 공간으로 떠올라
- 기존 출판사 견제, 독립출판물에 대한 선입견 고충도

▲ 이화여대 부근에 위치한 독립서점 '퇴근길 책 한 잔'에서는 영화 상영, 콘서트, 낭독회 등 문화 활동이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진= 주현지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눈에 띄게 줄어들던 대학가 서점의 빈자리를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는 ‘독립서점’이 메우고 있다.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대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수는 1996년에 5378개에서 20년 새 70% 이상이 감소했다. 대학가 서점들도 예외 없이 줄지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서점의 몰락은 1990년대 후반 IMF위기 이후 대학가에 불어 닥친 취업난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침체에 따라 청년들이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우선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 독립서점이 사라진 서점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2010년 홍대 부근에 문을 연 1세대 독립 서점 ‘유어마인드’를 시작으로, 신촌 일대에만 독립 서점 15곳이 운영 중이다.

독립서점은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작가들이 자체적으로 출판한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룬다. 소자본으로 운영돼 넓지 않은 공간에 소량의 서적을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도서들이 진열되기 때문에 각 서점마다 특유의 개성을 갖는다. 신촌의 추리 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이화여대 앞 음악 서적을 다루는 ‘초원 서점’ 등이 그 예다.

S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하는 박 모 씨(23)는 “예술 관련 서적을 찾아보러 자주 들른다”며 “독립서점에는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독특하고 창의적인 서적들이 많이 판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경의선 신촌역 옆에 위치한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사진= 주현지 기자)

독립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화여대 부근 독립 서점 ‘퇴근길 책 한 잔’의 김종현 대표(35)는 “마이너한 영화 상영, 낭독 콘서트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도 열고 있다”며 “대단하지 않은 공간일지라도 사람들과 함께 모여 생각을 공유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독 독립서점이 대학가에 몰리는 이유로는 ‘취향의 다양화’가 꼽힌다.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사회심리학)는 “다품종 소량화가 대세인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대학가는 타 지역에 비해 문화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독립 서점이 밀집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청년들이 문화생활을 하고 싶더라도 경제적 부담이 따르지만, 복합 문화 공간으로 떠오른 독립 서점은 최소비용으로 청년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영신 고려대 교수(심리학)는 독립서점이 늘어나는 추세 자체가 상업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봤다. 성 교수는 “물질주의가 정점에 도달하면서 자본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미니멀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상업화된 공간보다는 서점 주인의 가치관과 개성이 담겨있는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비롯된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아직 독립서점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다. 홍익대 앞 독립 서점 ‘77page’의 이상명 대표(37)는 “독립 서적 주 구매층인 20~30대를 제외하고는 ‘이게 책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출판사들이 판매가 잘 되는 독립출판물을 경계하거나, 출판사의 책을 공급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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