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취업 준비 단계부터 “해도 안 되겠지…일단 휴학부터”

전문가들, ‘진로교육 부족’…어디로 취업해야 할지 몰라

대학, 진로교육 강화 쉽지 않아…인력충원도 힘든 상태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장기화된 취업난으로 10년 사이 ‘취업 휴학생’이 대폭 늘었지만, 막상 취업을 준비하는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실 도피성 휴학이 증가한 이유를 ‘진로교육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5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한 비율이 인문계의 경우 2005년 11.4%에서 2014년 25.2%로 13.8%p 증가했고, 사회계열은 20.5%에서 33.8%로 13.3%p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육계열의 경우 2.8%에서 9.1%까지 높아져 3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그 밖에 공학·자연·예체능계열도 취업 휴학 비율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 취업 준비를 위한 휴학 경험 비율(출처=KRIVET Issue Brief 125호 자료 참조)

문제는 취업 휴학은 늘었지만, 막상 취업 준비에 뛰어든 비율은 줄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고 싶은 일에 관해 최소한의 정보 탐색을 하는 ‘취업 목표 설정’ 비율이 동일기간 60%에서 48.2%까지 떨어졌다. 직업훈련 경험도 15.1%에서 13.2%로, 해외 어학연수 경험도 10.9%에서 9.7%로 낮아졌다.

정부가 청년 취업과 관련된 정책과 예산을 꾸준히 늘려온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정부는 대학 내 분산된 진로지도와 취·창업지원을 위해 2015년 대학창조일자리센터를 20개교에 설치했고 올해만 해도 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61개교까지 확장했다. 또 대학과 고용부가 협약을 맺고 ‘학년별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내·외연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취업준비 시작부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 연구위원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준비 단계에서부터 청년들이 낙담하고 있다”라며 “청년층이 일찍부터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니트족은 일할 준비도,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영국에서 유래된 신조어다.

지난 4월 한 취업포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5명 중 1명은 자신을 니트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3%가 취업이 어려워 자연스럽게 니트족이 됐다고 말했으며, 경쟁이 치열해 구직에 질렸다고 답한 비율도 상위권에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청년 니트족 비율이 평균 15% 정도인 것에 비해 한국은 18.5%로 평균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진로교육 부족’이 근본적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박우식 취업 컨설턴트는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어디로 취업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라며 “취업 정책은 늘어났지만, 본인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우왕좌왕한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대학 내 진로상담센터는 인력이 부족하고 그만큼 진로교육의 체계성이 떨어져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학교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대기 시간이 길어 사설업체를 알아보는 경우도 흔하다. 수도권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불어)씨는 “취업진로센터에 상담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예약자가 많아 2주 후에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라며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마음이 급해 외부 기관이라도 알아보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학은 진로상담사 인력이 부족하고 이마저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진로상담의 질이 높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수도권 사립대 취업지원과 한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 등 대학 사정이 좋지 않아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다보니 상담의 질이 높아지기 힘들다. 학생들의 진로상담 질을 높이려면 상담사의 고용안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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