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향 공간은 舊시대 전유물…소통 가능한 ‘개방형 공간’ 구축

산학협력 기반…실무형 인재양성 위한 ‘학습법’ 변화
전공학문 문턱 낮춰…“배우고 싶은 만큼 배워라”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혁신을 하겠습니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최근 개최된 한양미래위원회에서 교육 분야의 대대적인 혁신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지식을 잘 아는 인재보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러한 융·복합형 인재 양성은 전 세계 대학가의 화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한양대는 주입식 교육을 과감히 접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투자에 눈을 돌렸다. 현재 한양대는 ‘공간’과 ‘학습법’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교육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 한양대 디자인대학

■ 자유로운 의사소통 위한 벽 허물기…‘교육공간’의 변화 = 대부분 학교 강의실은 학생들이 한 명의 교수를 바라보는 구도로 설계돼 있다. 토론 수업을 하더라도 시야가 한정돼 모든 학생이 의견을 내고 다자간 소통을 하는 일이 힘들었다. 한양대는 교육혁신의 첫 단계로 공간의 변화에 주목했다.

모든 단과대학의 1층을 소통을 위한 개방공간으로 바꿨다. 강의실도 ‘인터랙티브(Interactive)’라는 기조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고 있다. 또 미국 명문대를 벤치마킹해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직접 실습할 수 있는 ‘한양 개방형 창의공간’과 ‘아이큐브 랩’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경험을 통한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학교 공간부터 바꾸고 나선 것이다.

▲ 한양대 아이큐브 랩 조감도

■ 시대가 원하는 인재 간파…과감한 ‘학습법’의 변화 = 한양대는 이 같은 공간의 변화에 적합한 학습법의 변화에도 집중했다. 학내 구성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공제도와 교수학습 시스템 등에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학교는 모든 학과에 산업체자문단을 설치하고, 국내 최초로 프로젝트 학기제를 도입했다. 다수에게 융·복합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이크로 전공제도를 신설했다. 또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 간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 전체 수업의 20% 이상을 스마트 교육으로 바꿀 계획이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개편을 진행 중이다.

먼저 ‘학과별 산업체 자문단’ 설치는 산업계에서도 시쳇말로 핫(HOT)하다. 한양대는 올해 초 국내대학 최초로 서울캠퍼스와 에리카(ERICA)캠퍼스의 모든 학과에 산업연계 교육 자문위원회(IAB; Industry Advisory Board)를 도입했다. IAB는 학생의 진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과 협회, 연구소 소속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위원회다. 이미 세계 유수 대학들은 IAB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양대는 학과당 7~10명의 업계 전문가와 자문위원을 꾸려 서울캠퍼스 465명, 에리카캠퍼스 371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AB의 핵심은 ‘산학연계’라는 점이다. 그간 대학교육과 실무현장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했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 소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IAB를 통해 이러한 틈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을 커리큘럼으로 편성해 실무에 꼭 필요한 지식을 우선순위로 올렸다. 시시각각 변화를 요구하는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한양대는 특색 있는 교육 과정들을 과감히 합쳤다. 국내 대학으로서는 최초로 창업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프로젝트 학기제’가 그것이다. 창업 교육과 한양대만의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을 결합했다. 액션 러닝은 학생들에게 문제 상황을 주고 체험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교육 방식이다.

프로젝트 학기제는 말 그대로 강의식 수업 대신 한 학기 내내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해볼 수 있도록 짜여있다.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교수를 만나 주어진 프로젝트에 관한 조언을 들으며 과제를 완성해간다. 올해만 50여 명이 지원해 면접 등을 거쳐 최종 25명이 선발됐다. 학교는 선발된 학생들에게 1인당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무공간까지 마련해줬다. 장석권 경영대 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교수가 말하고 학생은 듣기만 하는 ‘일방통행’ 수업 대신 도전하며 스스로 배우는 교육이 효과적”이라며 프로젝트 학기제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한양대는 또 ‘마이크로전공’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복수·다중전공의 경우 해당 학과 수업을 36학점, 부전공의 경우 21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이크로전공은 12학점만 이수하면 된다. 여러 학문을 공부하고 싶지만, 이수 학점이 높아 부담을 느꼈던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또 진로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전공에는 없는 수업을 전략적으로 수강할 수 있다는 이점도 크다.

예를 들어 PD가 되고 싶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생이 있다면 아트테크놀로지학과에 개설된 캡스톤디자인, 사운드·비주얼 컴퓨팅 등을 수강해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학위는 따로 수여되지 않지만, 성적증명서에 해당 학문을 학습했다는 의미의 마이크로전공이라고 표시된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한양대는 인문학과 공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유사성이 거의 없는 학문 간의 장벽을 낮춰 학문 융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통해 융합 인재 양성도 가능해졌다”라며 “마이크로전공은 올해부터 시행하며 내년부터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PBL룸

한양대는 문제중심학습(PBL; Problem Based Learning) 또한 강조하고 있다. PBL은 학생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학습자 상호 간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방법이다. 현장 중심 역량과 창의력,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학습법 중 하나다. 한양대는 저학년의 경우 다양한 기초학문을 PBL 방식으로 학습해 전공에 대한 흥미를 고취하고, 고학년이 되면 PBL을 기반으로 이론과 실습을 접목해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론’이라는 과목의 경우 ‘롯데캐논 안산공장 직무설계 평가결과 보고하기’나 ‘이직을 원하는 유능한 직원 설득’과 같은 실제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인적자원관리의 이론과 현장을 접목해 학습할 수 있다. ‘데이터 애널리틱스(Date Analytics)’ 과목은 ‘광고회사 신입사원으로서 2017년 아디다스 축구 의류 광고 캠페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상황분석 보고서 제출하기’와 같은 시나리오를 통해 광고 분야에서 꼭 필요한 자료 분석과 해석능력을 키워볼 수 있도록 수업 방향이 설정돼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PBL을 기반으로 한 교육혁신을 통해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있다”라며 “산업 현장에서 마주할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면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 협업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한양대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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