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예산 없다” 학자들 “대학평가 반영” “학회 비용 책정요건 살펴야”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대학원생이 단독저자로 논문 투고에 성공해야 훌륭한 연구자가 될 텐데 지금은 논문을 쓸수록 가난해지니 대학원 입학 자체를 후회하고 있습니다.”

서울 소재 A사립대 인문·사회계열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ㄱ씨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KCI급 논문 6편을 기고하는 동안 게재 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 비용만 120여만원에 이른다. 결국 ㄱ씨는 논문게재료를 충당하기 위해 학교 밖에서 일을 해야 했고, 연구에 투자해야 할 시간은 그만큼 줄었다고 털어놨다.

논문 한 편을 게재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20만~40만원이며 학회마다 다르다. 보통 학회 가입비를 포함해 기본 페이지당 가격을 매기며, 추가 페이지당 5000~1만원 정도의 비용은 따로 청구한다. 대학원생들은 논문게재료를 지원받지 못하면서 건당 수십만원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생계에 부담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 대학에서는 박사학위 수여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제1저자 논문 게재 1편 이상’의 실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대학원생에게 논문게재료를 지원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지 조사 결과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서울 소재 대학 13곳 중 △동국대 △성균관대 △중앙대 3곳만이 ‘논문게재료’를 명목상 지원하고 있었다. 그밖의 대학은 전임교원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원생들은 후원을 받기 위해 혼자서 논문을 투고하기보다 학생 제1저자로 교수와 공동 논문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ㄱ씨는 “연구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학생이 혼자서도 논문을 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교수가 학생보다 논문 성과 측면에서 탁월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로 B사립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2015년부로 대학원생 논문게재료는 지원하지 않는다. 일단은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교원은 연구를 통해 학교의 간접비 수익에 기여하지만 대학원생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C사립대 대학원 사무팀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학원생 지원 예산 자체가 아예 없어졌다”며 “논문게재료 지원에 대해서는 논의된 적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학가에서는 대학원생 연구 지원에 대한 관심조차 미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원생 연구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논문게재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현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정책위원장(경북대 교수)은 “각종 사업의 혜택을 못 받는 인문·사회계열 학생일수록 부담이 크다”며 “대학원생의 연구 발전을 위해서 일정정도 논문게재료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대학 평가 시 교원 연구 실적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대학원생 연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득 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도 대학원생 논문 발표 실적이 대학 평가의 중요 기준이 되면 논문에 대한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원생들이 활발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원생 연구 지원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없다”며 “예산이 있다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부터 논문게재료를 받는 합리적인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기용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게재료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을 살펴보면 원인은 학회에 있다”며 “돈을 부과하는 주체인 학회 차원에서 논문게재료 책정에 대해 검토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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