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대학 일부 문제…지역별 입학 수익금 격차 ‘천차만별’”
입학사정관 인건비 부담 큰 학종 확대 기조와 정면 배치

[한국대학신문 대학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입 전형료가 과도해 수험생과 학부형에게 부담을 준다"며 사실상 전형료 인하를 지시하자 대학가에서는 대학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규제라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각 대학 입학처장들은 서울·수도권 일부 상위권 대학만 전형료 수익이 높다며 이외 대학이나 지방 대학 간의 격차를 감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여러 단계로 진행돼 인건비가 많이 투입되는데, 이는 학종을 확대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 대입수시입학정보박람회장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들

■ “지역별 격차 천차만별인 점을 고려해야”= 김수형 전남대 입학본부장은 지역 대학 간의 전형료 격차가 상당한 점을 지적하며, 이런 현실적 편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서울의 대규모 사립대는 경쟁률이 높은 편이라 어느 정도 수준만 유지해도 상당한 전형료 수익을 올리지만 지역에 위치한 대학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서울의 대규모 사립대 입학전형료 수입 규모로 지역의 대학까지 평가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며 "현재 우리 대학은 평균 5대 1 수준의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전형료가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대학의 교비가 입학 절차에 역투입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입시 자체가 부실해져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용진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전형료를 재산정한다고 하는데, 표준이 얼마로 고시가 될지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전형료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전했다. 차 처장은 상위권 대학이 전형료를 앞장서서 올리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전형료 상승을 촉발했다며 그 이외 대학들만 피해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형료를 올리면 재정지원사업에서 감점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올리기가 힘들었다”며 “숙명여대는 9년 동안 전형료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박재윤 경남대 입학처장은 “지역에 있는 대학은 전형료가 비싸지도 않고 적당하게 받고 있다. 경남대는 오히려 전형료를 내렸다. 비싼 전형료를 받는 서울의 대학을 기준으로 낮추게 되면 지방 대학이 되레 피해를 볼 것이다. 서울권 대학은 대입 전형료를 올리든 안 올리든 지원자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조효완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대학마다 전형료 수입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전형료 자체가 마이너스가 돼서 교비를 투입해야 하는 대학도 많다”며 “흔히 상위권이나 경쟁률이 높은 대학은 전형료 수입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오히려 교비가 들어간다. 일률적으로 전형료가 많다 적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대학마다 여건이 다르다. 그래서 일괄적 기준으로 표준화시켜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입학사정관 수가 다르고 평가 일수도 다르다. 그러므로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경훈 경기대 입학차장은 “지원자가 많은 대학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지원자가 적은 대학은 정말 힘들다. 마지노선이 4만원에 1만명이라고 하면 5000명 지원하면 적자다. 입학 선발 과정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학종 확대하라면서 전형료 인하하면 부담 가중될 것”= 문상현 광운대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입시 관련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학종을 늘리는 분위기에서 전형료를 낮추는 것은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처장은 “정시는 컴퓨터로 채점이 되는데 학종은 입학사정관 면접 평가 등에서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며 “등록금도 10년째 동결되고 있다. 여기에 입학금 받지 말라고 하고 입시전형료까지 낮추라고 하면 사립대는 정말 대책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수형 전남대 입학본부장은 전형별 편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본부장은 “실기선발하는 전공은 입학전형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 우리 대학은 실습 전공 전형료를 10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심사위원 초청과 장소 섭외, 보조원 배치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실습이 없는 다른 전공의 전형료 수입에서 충당하고 있다. 실무자들은 5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윤진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실기전형은 다른 전형보다 비싼데도 상당히 적자다”고 전했다. "심사위원과 조교가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무용과의 경우 시설 내 냉·난방 비용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A대학 입학처장은 “서류만 보는 전형과 서류 및 면접까지 보는 전형은 비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형료는 바로 이러한 전형 진행 단계에 맞게끔 각각 책정한 건데 이걸 고려하지 않고 인하만 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욱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회장(동명대 입학처장)은 학종 위주로 선발하는 대학은 적자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입학사정관이 1단계에서 서류 심사를 하더라도 교수가 투입돼 같이 살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논술의 경우 문제 출제하려면 교수들을 일주일 동안 격리해야 한다.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백광진 서울 9개대 입학처장협의회장(중앙대 입학처장)은 “전형료를 결산해보면 남는 게 없다. 경쟁률이 높지 않은 대학들은 입시 자체를 전형료만 갖고 치르기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아무나 시킬 수 없고, 교육을 거쳐 투입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까지 전부 전형료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B대학 입학처장은 대입 전형료가 감액될 경우 학종에서 면접이 파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입학전형료라는 게 대학에서 무턱대고 돈 벌겠다는 게 아니다. 지금도 교육부에 엄격한 기준이 있다. 대학에서 전용을 못 한다. 남으면 돌려주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대학들 입학 전형료 부담 낮추려 노력해왔다” =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최근 3년간 전형료를 동결해 온 상태다. 전형료를 낮추고 대학 등록금도 동결되면 더는 대학의 재정 확보가 어렵지 않겠나. 합리적인 전형료 책정이 돼야 한다. 당연히 과도한 액수의 전형료는 학부모들도 부담되고 우리도 당연히 반대한다. 다만 필요한 만큼의 경비, 전형을 올바르게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인 액수로 정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효완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국공립대학 같은 경우 비용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다 국고보조금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사립대학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전형료 수입으로 여러 가지를 끌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전기료라든지 시설 사용료 혹은 시설 보수. 시험보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돈이다”고 말했다. 또 심사과정에서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대입 전형료가 많다 적다 개념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당장 올해 전형부터 입학전형료를 인하해야 한다면 모든 대학이 고시한 입학전형계획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인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명채 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은 “국가권익위원회와 국회에서 대교협에 검토할 것을 요청한 입학전형료 표준화가 올해 초부터 논의 중"이라면서 “전형료 표준화는 입학원서 접수 대행업체 수수료를 제외하고 최대 전형료를 정하는 작업인데, 현실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각 전형별로 어느 정도 입학전형료가 필요한지 연구를 수행한 뒤 대학이 따라가는 것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대학 입학전형료 문제는 대학과의 협의를 통해 학생・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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