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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논문표절 … 정치에 밀려난 연구윤리기술적 표절 검증의 한계 …학계 전문적 검증 이뤄져야
이재·이하은 기자  |  jael2658·truth01@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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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6  22: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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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논문표절, 쉽게 제기되고 너무 쉽게 정치적 공방 이뤄져”

   
▲ 고위공직자 논문표절 의혹이 도덕성 검증을 위한 단골로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제대로된 검증 없이 정치적 공세의 도구로 논문표절이 활용되는 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사퇴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는 모습. (사진= 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이하은 기자] 논문표절 시비에 휩싸였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민의당의 전향적인 참여로 무사히(?) 임명됐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논문표절 공세는 거셌지만 임명이 된 뒤 논문표절 의혹 자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학계에는 상당한 영향을 남겼다. 이번에도 학계는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마다 단골소재가 된 논문표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표절은 남의 학문을 도둑질한 것이란 야당의 원색적인 비난과 여당의 궁색한 변명 속에 연구윤리는 여전히 정치적인 도구에 불과했다.

교육부가 2007년 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3장 12조 3항에 따르면 표절은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다. 3항의 각 목은 표절행위에 속하는 출처표시 항목을 보다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 △타인의 저작물의 단어·문장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 등을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보면 김상곤 부총리의 석·박사논문은 표절 의혹을 비켜갈 도리가 없다. 여당에서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표절은 아니라고 강조해왔지만 2006년과 2007년 서울대와 교육부가 마련한 연구윤리 개념에 따르면 김상곤 부총리의 논문은 명백한 표절에 가깝다.

그러나 학계는 김상곤 부총리의 논문을 표절이라고 비판하지 못했다. 침묵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지영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장도 ‘연구부적절행위’라는 기존의 결과를 반복할 뿐 김상곤 부총리의 논문이 표절인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다. 장지영 위원장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규정상 표절이라는 용어는 없다. 연구부적절행위와 연구부정행위가 있을 뿐”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유는 하나다. 김상곤 부총리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이 학계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쓰인 학위 논문이 표절인지 아닌지 가리는 것은 사실 학문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당시는 연구윤리 개념이 명확히 도입되기 전이라 연구윤리 측면에서도 김상곤 부총리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한다고 해서 학계의 연구윤리가 쇄신되는 것도 아니다.

대학가의 연구윤리 확립을 강조해온 이인재 서울대 교수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게 올바른 학술활동을 진작하고 연구자의 윤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반대세력의 고위공직자 임용을 막는 용도로 활용됐다. 특히 교수 출신으로 있다가 공직으로 가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최근 여야가 바뀌면서 정치권에서 연구윤리를 이현령비현령하고 있다. 정치적 논리와 입장에 따라 연구윤리 위반을 용인하는 잣대가 바뀐다. 정치논리가 개입되니 그것을 바라보는 학계나 일반시민의 입장에선 혼란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9일 진행된 김상곤 부총리 인사청문회로 돌아가 보자. 당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인사청문회에 투입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는 여야의 바뀐 입장과 표절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표창원 의원이 밝힌 것처럼 이 발언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본인의 하와이대 박사논문 표절 공격에 대해 반박한 말이다.

“20년 이상 이전에 써놓은 논문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각주가 달리지 않은 논문이 여러 개 있을 거라 본다. 필요한 부분은 뒤로 참고 문헌으로 돌리고 이전에 있었던 연구에 대해선 인용을 해서 썼던 부분이 많이 있다. 20년 지난 논문을 현대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치적 공세다. 이론 부분을 인용해야 논문이 되는 게 아니냐. 인용·도용 비율이 60%가 아니라 80%면 어떠냐.”

이처럼 논문표절 의혹이 정치공세로 변질되면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김상곤 부총리가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활동 당시 집요하게 제기한 논문표절 의혹으로 취임 13일 만에 낙마한 장본인이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이번 일을 두고 11년 만의 공격과 수비의 교대, 김병준의 복수 등으로 얘기되는 것도 들었지만 그럴 마음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표절 문제가 더 무겁고 신중하게 다뤄졌으면 한다. 너무 쉽게 의혹이 제기되고 너무 쉽게 정치적 공방이 이뤄진다. 2006년 제 사건도 그랬다. 교수단체가 성명을 내기에 앞서 검증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이 점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많은 분도 그렇게 권유했다. 하지만 김상곤 후보자에 대한 공방이 너무 거세고, 이런 상황에서 저의 마음이 청문회를 통해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불출석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부총리의 발언은 논문표절 의혹이 정치적으로 소비되고 이후 가라앉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계의 철저한 검증을 주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병준 전 부총리의 이런 우려는 지금 학계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치권에서는 논문의 문장 유사성을 확인하는 ‘카피킬러’ 등 프로그램을 활용해 논문표절 공세를 펴는 사설기관(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판단과 국내 최고의 학문기관 중 하나인 서울대의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의 엇갈린 판단에 대해 학계의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윤리 문제는 해당 대학 혹은 학회가 검증하는 것이 법적 근거임에도 불구하고 사설기관의 말만 믿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시 이인재 교수의 지적이다. 이인재 교수는 “학계가 먼저 전문적이고 학술적으로 논의를 해서 기준을 정했다면, 그리고 그것을 일관되게 정치권이 도덕성 검증 차원에서만 활용했다면 이렇게 정파적으로 기준이 들쑥날쑥한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앞장서서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고 한두 가지 측면을 부각해 표절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계가 강조하는 학문적인 표절 검증은 뭘까. 내용은 단순하다. 문장이 반복적으로 ‘복사·붙여넣기’돼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원작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의도적으로 도둑질하려 했느냐는 부분의 해석이 필요하다. 또 복사·붙여넣기 된 부분이 일반적인 지식인지 독창적인 고유의 창작물인지에 대한 학술적인 판단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사람은 동물이다 따위의 일반적인 지식을 복사·붙여넣기 한 수준으로는 표절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제기하듯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복사·붙여넣기 됐다고 해도 해당 내용이 일반적 지식에 해당한다면 남의 것을 도둑질했다는 비난은 격이 맞지 않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지속적으로 표절 판단은 해당 학계의 전문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반기를 든 게 연구진실성검증센터다. 국내 표절과 위조, 변조 등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만들어진 이 단체는 그간 조국 서울대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와 이준구 서울대 교수, 표창원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주로 민주진보진영의 교수 출신 인사들의 논문표절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치적인 목적에서 일부 교수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의혹이 곧장 따라붙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검증 방식은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반박에 의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5년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제기한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경제학의 특성에 무지한 자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섞어가며 반박했다. 이준구 교수는 경제학의 학문적 특성과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연구윤리 지침까지 인용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준구 교수의 논문에 대해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제기한 의혹은 김상곤 부총리의 그것과 유사하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이준구 교수의 1981년 박사학위 논문과 다른 역사학자의 논문을 비교해 이준구 교수가 다른 논문을 인용하면서 인용된 부분을 겹따옴표로 처리하지 않아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치 해당 문장 표현이 이준구 교수가 손수 작성한 것인 양 사칭하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준구 교수는 “논문 도입부에 해당하는 기존 연구의 리뷰 부분이 시비의 대상이었다”며 “이 부분은 자신의 연구주제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업적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A라는 사람이 어떤 연구 결과를 냈고 어떤 주장을 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남의 창작물을 도용하는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학이나 예술이라면 어떤 문장이 표현이 독특하기도 할 수 있고 멋있기도 할 수 있어 손수 만들어낸 것인 양 사칭할 유인이 있지만 경제학처럼 테크니컬한 표현만 사용되는 분야에서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나. 경제학에서는 간접인용 표절이 일어날 이유가 없는 분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용방식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반박했다.

또 “직접인용의 경우 겹따옴표를 치라는 말은 그렇게 할 때 좋은 포맷의 논문이 된다는 것이니 그를 따르지 않으면 표절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반론은 경제학에 정용할 수 없다. 표절이라는 것은 남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어마어마한 행위인데 겹따옴표 있고 없고의 차이로 도둑질인지 아닌지가 갈린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지탄했다.

또 이준구 교수는 프린스턴대의 연구윤리 규정 등을 인용하며 “출처를 밝힐 때 특정한 인용 포맷을 잘못 사용하거나 따옴표 등 다른 표시형식을 정확하지 않게 사용한 경우는 표절이 아니다”고 못 박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프린스턴대의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면 표절(plagiarism)과 인용상의 잘못(misuse of sources)은 구분돼 있다.

그러나 이준구 교수처럼 적극적으로 이런 의혹에 대응하는 교수는 많지 않다. 이인재 교수는 “문장의 유사성만 가지고 판단하는 방식은 침소봉대의 여지가 있다. 연구의 본질과 학문적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적인 표절 검증의 한계다. 그리고 이렇게 제기된 표절 의혹으로 인해 실제 학문연구자들이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거나 연구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검증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고 짧은 기간 진화해온 것으로도 보이지만 여전한 한계”라고 분석했다.

종합해보면 연구진실성검증센터와 정치권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논문표절 시비를 제기하면서 학계의 대응은 더욱 더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판단한다는 애초의 목적 달성은 어려워졌고 학계에서조차 고위공직자의 논문표절과 도덕성 시비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부적절한 상황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고위공직자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학계에선 뜻밖에도 인내심을 주문한다. 국내에 연구윤리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2006년 황우석 서울대 전 교수 사태 이후 연구윤리 인식이 확산된 만큼 그 이전의 논문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게 학계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듯 1980년대 논문을 불문(不問)에 부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사안별로 달리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고윤 아주대 교수는 “과거의 논문에 대해 묻고 갈 수도 없지 않는가. 사회적 갈등비용이 증가하므로 생산성 없는 문제제기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일면 이해하지만 과거와 현재에 모두 통용되는 잘못은 드러났을 때 처벌하는 게 맞다. 논문표절도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친 행위라면 엄연한 도둑질이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인재 교수는 “역시 사안별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과거 연구윤리 확립 전의 논문을 따지지 말자는 것도 사회적 비용 문제에서 감안할 수 있으나 면죄부를 준다면 당시 기준을 알고도 표절을 한 사람들까지 특혜를 보는 셈이다. 과거 논문표절 의혹이 의도적인 것인지 실수인지 분간할 수 없다면 사안별로 볼 수밖에 없다. 일괄적으로 사회가 면죄부를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제도의 개선을 통해 최소한의 처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는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법·제도를 정비해 처벌을 받도록 하고 대학들도 자체적으로 논문표절에 따른 학위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논문표절 판정기구를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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