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강의 37만6721건 공개…지식공유 문화 확산
단순 정보 제공 넘어 취·창업 전문교육 지원에도 앞장

▲ 지난 2일 개최된 KERIS KOCW 대학(원)생 운영지원단 발대식에 참여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한석수, KERIS)이 지난 2007년 시범운영하면서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고등교육 교수학습자료 공동활용 체제 ‘KOCW(Korean Open CourseWare)’는 남녀노소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성인 학습자들의 학습권과 평생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고등학생의 진로선택 및 향상까지 돕는 우수한 강의 공개를 통해 지식공유 문화의 확산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5월 기준 KOCW는 국내 183개 대학의 약 1만4000여 건의 공개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유관기관과 해외자료까지 합하면 총 37만6721건의 강의자료를 공유하고 있는 국내 강의 최다 보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영국 티처스 TV(Teacher’s TV)의 해외 강의 콘텐츠 약 3800여 건을 새롭게 확보해 테마강좌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KOCW에 구축 중인 약 500개 영어강의를 아세안대학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ACU-OER 플랫폼을 통해 공동 활용함으로써 이용자가 더 많은 고품질의 해외 강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도 했다.

현재 KOCW는 대학 강의뿐만 아니라 △영어 △교양 세미나 △직업교육 △자격증 대비 등 다양한 분야의 테마강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전문대학 교육과정을 위한 KOCWC 서비스를 시작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취업·창업에 필요한 전문교육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KOCW가 국내외 대학의 교수학습 방법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교육자료 저장소로의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며 “앞으로도 KOCW가 교육을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교육 분야의 희망사다리 역할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뷰1]“평생교육 시대, KOCW는 믿을 수 있는 학업 동반자”
송태현 평생교육사

▲ 송태현씨

송태현(73)씨는 1965년 입학해 1년 뒤 휴학한 대학에 47년 만에 돌아갔다. 2012년 만학도로서 동국대 사학과에 재입학한 그는 남은 공부를 마치고 2015년 8월 졸업했다. 이미 36년간 중견기업과 종교문화단체에서 사회생활을 한 그였지만, 졸업 후 새 직업을 얻었다. 바로 평생교육사. 재학 중 부전공으로 관련 과목들을 이수해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그는 늦은 학업에 함께해준 것은 KOCW였노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는 정두희 서강대 교수의 ‘조선시대사’, 계승범 교수의 ‘한국사 강독’ 및 ‘조선시대사’, 한영우 교수의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 문화’, 이기동 교수의 ‘신라: 천년왕국의 허상과 실상’ 등 전공 사학과 관련된 강좌들을 섭렵했다. 부전공인 평생교육학 과목에서도 최진오 계명대 교수의 ‘특수교육학개론’, 유병민 건국대 교수의 ‘평생교육경영론’ 등 도서관과 집에서 거의 매일 KOCW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KOCW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배너를 타고 들어가 알게 됐습니다. 많이 활용해 어린 학우들과 어깨를 겨뤄 우수상을 받을 만큼 학업성적도 향상됐습니다. 대학교 강의만으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전국단위로 타 대학의 폭넓고 유익한 강좌를 선별해서 들을 수 있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평생교육의 산 증인이 됐다. 은퇴 후 ‘평생학습’을 했고, 이제는 서울시 시민대학 재능나눔학교에서 평생교육사로서 다시 지식을 전수한다. 직접 10회에 걸쳐 ‘한국사의 주요 사건과 해석의 프리즘’ 강의를 기획해 장·노년층 평생학습자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KOCW는 평생교육 분야의 ‘권위자’다.

“100세 시대, 인생 3모작 시대 아닙니까? 평생교육 시대에 아주 걸맞은 유익한 매체라고 볼 수 있죠. 국가기관이 운영하니 믿을 수 있고요.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해나간다는 뜻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이 이제는 더 길기 때문에, 더 풍요롭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봐요. KOCW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그는 KOCW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강좌로 한국연구재단의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좌’를 꼽았다. 굴지의 국내 석학들이 여러 주제에 대해 수준 높고 심도 있는 강의들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만 듣기 아쉬워 남들에게도 적극 권하는 강의다.

“저는 지금도 KOCW 강의를 들어요. 각 대학마다 새로운 강좌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죠. 검색해봐서 좋은 강의와 새로운 강의를 찾아 들으면 제 삶도 풍요로워질뿐더러, 일반인 학생들에게 교수자로서의 역량을 쌓는 거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2] “KOCW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죠”
부산대 학생 김인섭(기계공학과 4)씨

▲ KOCW를 활용해 의수 개발에 참여한 김인섭씨는 일본의 의수 제작 기업 'EXIII'를 방문해 CTO 및 CEO로부터 기술 조언을 받았다.

김인섭씨는 KOCW 강좌를 통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대학 동기들과 팀을 짜 저렴한 환자 개인 맞춤형 의수를 제작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다.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외형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기부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일본의 의수 제작기업을 방문하기도 했다.

초기 3D 프린터 활용을 위한 설계 능력과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경험이 없었다. 김씨는 KOCW 강의 중 김영태 금오공대 교수의 ‘컴퓨터 원용 설계’ 강의를 통해 관련 기술을 익히고 실습하면서 감각을 길렀다. 김지원 백석대 교수의 ‘기능해부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손의 뼈와 관절이 움직이는 원리를 학습, 의수의 외형을 완성했다. 이후 정윤수 목원대 교수의 ‘컴퓨터구조 응용’ 강의를 들었고, 정귀상 울산대 교수의 ‘센서공학’ 학습 자료를 참고해 센서에 대해 공부했다.

김씨는 기술 개발이나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KOCW가 유효하다고 봤다. KOCW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알고 싶어하는 분야 정보를 정통한 전문가로부터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을 꼽았다.

김씨는 “요즘 시대에 한 분야보다는 여러 분야 융합기술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융합될수록 그 결과가 더 견고해진다”며 “KOCW는 많은 정보를 깊은 수준에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초석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섭씨의 꿈은 기술 혜택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학부생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둔 그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보다 첨단의 바이오 공학 기술을 배우려 준비 중이다.

“제 전공인 기계공학과 바이오 분야 융합 측면에서 근본적인 질병 치료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공부하고 싶어요. 인간 장기나 세포에 이르는 바이오기계공학 기술을 배우려고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죠. 인체 의·공학 분야의 지식이 적다보니 KERIS KOCW 강의와 RISS 논문 공부를 병행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고 있죠. 가장 큰 매력이요? 물론 무료라는 점이죠!”

[인터뷰3]배움의 호기심을 공부로, KOCW로 한 달 만에 물리인증제 합격
한영석 완도군 신지보건소 공중보건의

동신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영석씨는 KOCW와 독학으로 순전히 호기심에 시작했던 물리 공부를 통해 물리인증제 자격증을 취득했다.

물리인증제는 물리학 지식을 1~9급으로 평가하는 물리 전공 전문가 과정 시험이다. 한씨는 관심은 있었지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서적을 찾기 힘들었던 차에 KOCW를 알게 됐다. 한씨는 예과 재학 시절 겨울방학 때 과외 아르바이트 시간 외에는 도서관에서 KOCW 강의를 듣고 도서관에서 빌린 고전역학 책으로 복습한 결과 한 달 만에 물리인증제 고전 역학 전문가과정에 합격했다.

“재미로 시작한 물리 공부였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사실 자격증을 목표로 공부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게 중요하니까 누가 가르쳐주거나 함께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겠지만, 저처럼 학문적 소양을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과 시절에도 조영석 교수님의 ‘기초 전자기학’, ‘전자기학’, 이창영 교수님의 ‘양자역학1’, ‘양자역학2’, 신상진 교수님의 ‘수리물리학’ 등의 물리학 과목을 수강했다. 대학교 공부와 시험으로 바쁠 때에도, KOCW는 각 차시마다 어떤 내용을 강의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진도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한영석씨는 올해 2월 졸업 후 완도군 신지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관심 있는 학문 분야에 혼자 도전하실 분들에게 좋은 입문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이제 실무 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또 KOCW를 활용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진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부족한 부분은 틈틈이 KOCW 의학 강의와 한의학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있죠. 수학이나 경영학에도 관심이 있어서, 계속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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