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위해 계약학과 확충할 것

대학·기업 “오히려 주문식 교육과정 정비 필요”
각 제도 장점 살린 ‘새로운 제도’ 모색 요구도

[한국대학신문 황성원·김진희 기자] 문재인정부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계약학과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대학과 기업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채용을 보장하는 형태의 계약학과는 중소기업과 지방대가 서로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해 학생 미달이나 폐과 등 실패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인재 유입을 촉진하고 재교육 확산을 위해 2022년까지 ICT 융합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계약학과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수 기술인력 유치 등을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계약학과 제도는 2003년 산학협력 촉진을 위해 도입됐으며,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계약학과는 2008년 사업을 시작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제도는 채용조건형과 재교육형으로 나뉘는데 채용조건형은 산업체와 대학이 계약을 맺고 해당 학과에 입학한 학생이 산업체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전형이며, 재교육형은 재직자를 위해 교육을 의뢰하는 유형이다.

문제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7년 중소기업 계약학과 현황에 따르면, 현재 계약학과 재교육형에는 38개 대학 46개 학과에서 1322명이 재학 중인 데 비해, 채용조건형은 17개 대학 19개 학과에서 전체 10%에 불과한 153명만이 재학 중이다. 이 중 오는 8월에는 2개 학과가 폐과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채용조건형이 재교육형보다 참여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대학과 기업 간 니즈(Needs)의 미스매치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회사는 지원금 등을 부담하더라도 고급 인력을 끌어오길 원하지만 학위를 위해 배우는 지식으로는 실무 적용률이 떨어져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꼬집었다.

학생과 기업을 연결하는 학교 역시 ‘눈높이’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수도권 사립대 산학협력팀 관계자는 “계약학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대학, 학생과 기업이 서로 이름값을 따지는 실정”이라며 “유명한 대학이 아니고서는 이름 있는 기업과 계약을 맺기 힘들고, 학생들도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요 자체가 적다”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인력을 위한 교육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 계약학과 사업 개요에 따르면, 정부가 등록금의 65%를 지원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학생과 기업이 부담해야 하며 기업은 반드시 50% 이상을 내야 한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 법률 시행령에도 계약학과 운영을 위한 산업체 부담금은 50% 이상으로 못 박혀 있다. 채용조건형의 경우 기업이 연구활동 지원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경영난과 구인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절반이 넘는 등록금과 지원금을 부담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학과 기업 관계자들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제도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과 기업이 자유롭게 협약을 맺고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 및 교재개발까지 함께하는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인 ‘취업약정형 주문식 교육과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는 기업별 세제지원 혜택이 제공되지만 주문식 교육과정의 경우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그러나 대학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어 계약학과 제도에 비해 참여하고 있는 기업 수가 3배가 넘는다.

교육부도 올해 하반기 전문대가 운영하는 주문식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5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문식 교육과정 근거법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지역 사립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주문식 교육과정의 경우 참여 기업은 많지만 기업 인센티브가 없어 상대적으로 취업과의 연계가 떨어지는 편”이라며 “제도 유지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장점을 살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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