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측 “용역업체가 협상 중”…타 대학보다 수 많다며 830원 인상 ‘난색’

▲ 서경지부 연세대분회가 25일부터 백양관 내 총무팀 앞 복도와 총무팀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농성장 한가운데로 학생이 지나는 가운데, 벽에는 노조의 게시물이 나붙어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시급 인상안에 합의한 대학들이 나오면서 대학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이 변곡점을 넘겼지만, 연세대는 노조의 집회와 농성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대학의 청소, 경비, 시설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연세대분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연세대 총무팀이 위치한 백양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7월부터 연세대의 위탁을 받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한 용역업체와 두 차례 협상을 갖고 시급 830원(미화직 7780원, 경비직 6890원)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용역업체가 250원 인상안을 내놓아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조합원 350여명이 속한 노조는 지난달 4일부터 총장 공관과 언더우드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연세대의 입장 표명과 시급 인상을 요구했으나 답을 듣지 못하자 총무팀 농성을 시작했다.

연세대 협상이 결렬되는 동안 인근 이화여대를 비롯해 △광운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KAIST 경영대학은 시급 830원 인상에 합의했다.

노조는 “총무처장을 만나려다 주저앉은 것”이라며 업무와 농성을 병행하고 있다. 파업을 벌일 경우 대학과 용역업체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다.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총무팀과 백양관 1층 복도에서 농성을 시작하는 오전 8시 반보다 1시간~2시간 앞서 출근해 평소 일과를 진행하고 있다. 총무처장‧팀장 등 총무처 주요 보직자들은 사무실에 없지만, 다른 교직원들은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기원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장은 “총장이 연초에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좋은 말을 했었지만, 우리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총무처장도 답변과 면담을 피하고 있다”며 “용역업체의 250원 인상안은 정부의 시중노임단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농성을 하는 노조 조합원도, 총무팀 교직원도 일상 업무를 병행하며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사진은 총무팀 사무실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조원들. (사진=김정현 기자)

반면 연세대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한 용역업체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타 대학에 적용된 임금 830원 인상안에 대해서는 재정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김효성 연세대 총무처장은 답변을 피한다는 노조 입장에 대해 “어느 대학이나 노조와 용역회사가 이야기하는 것이지 우리가 직접 민주노총과 대화하는 일은 없다. 총무팀에서 농성하고 있으니 다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이어 “등록금도 대학마다 다르고, 숫자도 이대가 400여명인데 우리는 전체 739명이다. 다른 대학이 인상했다고 일률적으로 간다는 법은 없다”며 “용역업체가 노조와 대화를 하며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경지부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17개 대학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한 용역업체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되자 각 대학에 속한 분회와 개별 업체간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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