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단장 “배아는 사람 아냐…연구 막고 유전병 환자 기대 꺾을 건가”
전방욱 학회장 “의학적 효용성만 강조해선 안 돼…인간배아 오남용 우려”

▲ 전방욱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왼쪽)과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오른쪽). 김 단장이 3일 <네이처>에 발표한 유전자가위 인간배아 실험을 두고 전 학회장을 비롯한 생명윤리학자들이 우려를 보내는 등 양측의 생명윤리 논쟁이 뜨겁다. (사진=한명섭 기자/강릉원주대)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만병을 고칠 수 있다면 실험용 인간 배아를 만드는 것도 허용해야 할까. 인간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배아를 생명으로 보고 연구를 금해야 하느냐, 인간의 효용과 기술의 발전을 위해 연구를 허용해야 하느냐는 지금도 유효한 논쟁이다. 유전자가위 연구의 선봉에 선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국내 생명윤리학계를 대표하는 전방욱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강릉원주대 교수)이 이 논쟁의 전면에 섰다.

김진수 단장은 잇따른 연구 성과를 통해 유전자가위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던 그가 인간 배아를 사용한 실험에 성공했다.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교수 등과 공동으로 유전성 심장병인 비후성 심근증 유전자를 갖는 인간 배아에서 해당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를 3일 <네이처>에 게재했다. 유전자가위의 한계로 지적되던 모자이크 문제(유전자가위가 적용된 세포와 적용되지 않은 세포가 섞인 상태로서 유전병이 그대로 일어남)와 표적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를 바꾸는 표적이탈효과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가 발표된 다음 날(4일), 전방욱 학회장이 속한 한국생명윤리학회와 서울생명윤리포럼은 우려를 담은 성명을 냈다. 김 단장과 공동 책임자로 참여한 미국 연구진은 실험 과정에서 유전자가위와 정자를 섞은 후 난자와 수정시켜 실험용 인간 배아를 만들었다. 이것이 한국의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불법일뿐더러, 이번 연구가 인간 배아에 대한 오남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측은 지난 주말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격론을 벌였다. 김진수 단장은 성명서 게시글에 댓글을 달며 조목조목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고, 전방욱 학회장도 이에 맞섰다. 하지만 양측 주장을 상호 검증하는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본지는 김 단장과 전 학회장을 8일 각각 서울대 연구실과 교대역 근처에서 만나 양측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주장을 들었다. 학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파급력이 큰 유전자가위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독자의 판단을 돕고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 :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전) : 전방욱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

Q. 인간 배아에 유전자가위를 도입한 연구는 앞서 중국에서도 세 차례 나왔는데,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평가한다면.

(김) “이번 논문 이전에는 표적이탈효과와 배아의 모자이크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서 <네이처>지에 논문이 실릴 수 있었다. 2년 전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한 모라토리움(위험한 활동의 일시적 정지)을 주장했던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인류를 위한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학계 전반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다.”

(전) “이번 실험에서 모자이크 현상과 표적이탈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앞선 실험과 배아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이다. 앞선 연구는 정상적인 발생이 어렵거나 수정 후 남은 배아였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배아를 수정시키면서 진행했다. 정자와 동시에 유전자가위를 집어넣은 것이니 당연히 발생학적으로 모자이크 현상을 피할 수 있다. 실험을 위해서 배아를 생산한 격이며 비후성 심근증이 아닌 다른 질환의 경우도 효과를 발휘할지 알 수 없다.”

▲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사진=한명섭 기자)

Q. 실험에 인간 배아를 사용해야만 했느냐는 것이 쟁점이다. 반드시 배아를 사용해야만 가능했던 실험인지, 다른 방법으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짚어보자.

(전) “실험용 생쥐에 유전자가위를 실험했을 때 의도치 않은 다른 부위에 작용하는 표적이탈효과가 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쟁이 있었던 것은 맞다. 그럼 동물의 세포를 갖고 표적이탈효과를 개선하려는 방법을 왜 고민하지 않는가.”

(김) “이미 생쥐, 원숭이 등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던 수백 건의 연구가 있지만, 인간 배아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다르므로 이번 연구와 관련이 없다. 온타깃 시퀀스(돌연변이의 원인이 되는 해당 염기서열)가 종마다 다 다르고, 표적이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알아봐야 하는 오프타깃 시퀀스(유전자가위가 작용할 수 있는 다른 염기서열)도 다르다.”

(전) “정 어렵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잔여 배아를 사용해서 기초 연구를 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왜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은 다른 개체를 사용하는 전 임상시험이 없고 바로 치료의 대상인 배아에 대한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가.”

(김) “잔여 배아는 변이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번 논문에서 인간 배아와 줄기세포를 동시에 실험해 보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줄기세포로는 모자이크 현상을 실험할 수도 없다. 산전유전자진단법(PGD)도 유전자가위의 대안이 아니라 함께 사용돼 착상에 적합한 건강한 배아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Q. 미국 연구진이 연구과정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는 과정에 유전자가위를 넣어 실험을 위한 배아를 만들었는데, 이는 윤리적 문제가 있지 않은가.

(전) “실험을 위해 인간 배아를 생성한 것은 국내 생명윤리법에 위배된다. PGD로도 가능하니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만약 대립유전자 중 하나만 있어도 발현되는 우성 형질의 질환에서, 두 쌍이 모두 병을 일으키는 동형 접합 질병 유전자를 갖기 때문에 오직 이 방법으로만 가능한 극단적 상황이라면 모르겠다. 이번 연구는 그런 상황도 아니다.”

(김) “이번 연구는 착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배아를 만들고 일정 기간 후 폐기하도록 돼 있었다. 미국 연구진은 오리건대의 IRB(생명윤리위원회) 심의 규정에 따라 사전에 허가받은 방식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이번에 사용된 ICSI라는 기법은 인공수정 클리닉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만약 의문이 있는 생명윤리학자가 있다면 오리건대에 정식으로 문의해 보길 바란다.”

Q. 배아는 생명인가, 아닌가? 입장에 따라 유전자가위가 맞춤형 배아를 만들 수 있어 연구를 금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유전병에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김) “배아는 특수한 지위를 지닌 세포 덩어리지 생명체는 아니다. 배아가 산모의 자궁에 착상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태아가 되지만 그 시점을 무 자르듯 명확히 할 수 없다. 만일 배아가 한 사람에 준하는 인격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생명윤리법은 모순이다.”

(전) “맞춤형 배아가 나타난다는 것은 다소 확대해석이라 보지만, 만병통치약처럼 신봉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유전자가위 연구진 중 일각에서는 유전자치료라는 말을 쓴다. 치료의 대상이 어떻게 무생물인가. 배아를 환자로 보는 한 배아는 생명일 수밖에 없다.”

(김) “법에 의해 매년 인공수정 클리닉에서 보관하고 폐기하는 잔여 배아가 수만 개에 달한다. 이번 연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수십 년 전 시험관 아기 시술에 반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유전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국내에만 수십만 명 있다. 당장 상용화는 어려울지라도 연구는 허용해야 한다.”

(전) “의학적 효용성만 너무 강조하는데 그럴 문제가 아니다. 당장 인간 배아에서 모든 실험을 하고자 하면 사용해야 할 배아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 1만 가지가 넘는 유전질환을 완전히 정복하려면 한 유전자당 몇 개의 난자가 필요하겠는가.”

▲ 강릉원주대 교수인 전방욱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 (사진=강릉원주대)

Q. 특정 조건 외엔 실험용 배아를 만드는 것을 금하는 한국의 현 생명윤리법에 대한 입장은.

(김) “현행 생명윤리법은 유전질환의 변이가 있는 환자의 정자, 난자를 수정해 배아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배아 연구를 불허하는 법이다. 변이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잔여 배아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현행법은 개정돼야 한다. 이번 연구가 편법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미 IBS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바 있고 과거에도 국내 연구진이 미국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사례가 있다.”

(전) “생명윤리법은 황우석 사건 당시 단순 연구부정이라는 입장을 넘어 난자 착취와 같은 윤리적인 비판이 모여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연구자 개인의 성과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바꿔야 한다면 그것은 곤란하다. 이미 기술의 발전에 맞물려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난치병과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가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 실험을 위한 배아를 생성하도록 법을 전반적으로 개정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Q. 윤리적으로 논쟁적인 연구에 있어 과학자들의 책임 있는 자기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유전자 재조합 대장균 실험 중단을 촉구했던 아실로마 회의가 대표적인데 어떻게 보는가.

(김) “2015년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모라토리움을 주장하자, 그해 12월 워싱턴D.C에서 미 국립과학원 등 주관으로 ‘인간생식세포 유전자교정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가 아실로마 회의를 모델로 한 것이다. 내가 참석해서 전 세계 과학자, 생명윤리학자, 법학자, 철학자에게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2박 3일 동안 토론했다. 그 결과 배아 연구는 허용하되 임상 적용은 시기상조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일부 생명윤리학자들은 이런 ‘책임 있는 자기규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시민의 참여는 당연하고 국내 생명윤리학자와 과학자 간 대화와 소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전) “이번 문제는 국내법을 우회해 미국에서 배아 생성을 통한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규제철폐를 주장하는 이들은 왜 공을 미국에 넘기느냐 주장하는데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한국에서 실행되면 안 된다는 윤리적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국가 간 일관된 규제가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해 민감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눠서 시행한 것은 책임 있는 자기규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다우드나 교수도 대중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듯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 유전자가위(CRISPR-Cas9) =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면 거의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를 고칠 수 있다. 유전자가위는 작업할 유전자를 찾는 대장균의 RNA 염기서열(CRISPR)과 가위의 날 역할인 ‘Cas9’ 단백질이 결합한 인공효소다. 기존의 유전자 조작이 줄기세포가 있어야 가능했다면, 유전자가위는 수정란에 유전자가위를 주입하기만 하면 된다. 유전자가위가 발견된 2012년 이후 다양한 생물 종에서 수백 건의 유전자가위 연구가 발표됐고 1만여 개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의도대로 유전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윤리적 우려도 따라 나온다.

■ 착상전유전자진단법(PGD) = 착상 전 배아 단계에서 유전질환이나 염색체 이상의 유무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유전질환이 있거나 원인이 되는 인자를 갖고 있는 부모가 자녀를 출산할 시, 8세포기나 포배기 상태의 배아의 세포를 떼어내 유전질환을 검사한다.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를 착상하지 않고 임신중절을 피할 수 있어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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