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대학 구성원 대다수 체불임금도 받지 못해 생활고

교원 신분 보장·대학구조개혁기금 통한 지원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지희·김진희 기자]“지방대에서 시간 강의도 했는데 그마저도 지방은 강의자리가 많이 없어 녹록지 않다. 거의 실직상태나 다름없다. 강사를 하면 실업급여가 나온다고 해 노동청에 가보려고 한다. 한때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았다.”

폐교된 한 지방 사립대 정모 교수는 폐교 이후 심경을 이렇게 고백했다.

최근 서남대 사태로 폐교대학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부실 운영을 해 폐교 원인을 제공한 경우, 교원이나 학생들에 대한 실효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남대 사태를 바라보는 대학가의 표정은 침통하다. 한 지방 사립대 A처장은 “(폐교되면) 교수들은 다른 학교에 임용되고 학생들은 무조건 편입하면 끝난다고 생각했다”며 “다들 원만하게 합의돼가는 줄로만 알았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대학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폐교되는 대학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폐교된 대학은 총 10개 대학으로 4개 대학은 자진폐교, 6개 대학은 강제폐교 절차를 밟았다. 2012년에는 4개 대학이 무더기로 폐교됐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4개 대학이 또 폐교됐다. 특히 성화대학은 감사 시작 후 6개월 만에 폐교절차가 완료됐다.

▲ 지난 2일 서남대 폐교 소식에 서남대 구성원들이 교육부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연희 기자)

■ 폐교대학 그 이후…학생은 편입, 교수는 어디로? = 학생은 사정이 좀 나은 편에 속한다. 인근 대학으로 편입학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에서 보장하기 때문이다. 폐교대학 학생의 편입학에 대한 강제적인 규정은 없지만 다른 학교의 동일학과나 유사학과로 편입하게 되면 학생정원은 정원 외로 처리된다. 또 학교는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졸업생 등에 대한 수업진행이나 편입학 지원을 돕고 있다.

문제는 교원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전무한 상황이다. 교육공무원법 12조에 따르면 폐교대학의 교원은 교육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할 수 있도록 한 법령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재량사항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대학 교원에게 정교사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전문대학 교원으로 국한된다. A교수는 “실제로 폐교 이후 교수들 재임용은 거의 안 됐다”면서 “교육법에서 중등학교까지는 교원 신분 보장을 해주는데 고등교육의 한 주체인 교수에 대한 신분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전대련) 측은 교원 재임용 및 신분 보장에 대해서는 현재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위헌법률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은 비용 문제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다. 경북외국어대는 유일하게 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신청했지만 패소하면서 법적 구제도 힘들어졌다.

폐교된 사립대 교원들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점도 폐교 대학 교원들의 불안요소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근로자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실업급여가 지급되지만 사립학교 교원은 사학연급법상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연금을 미리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조기 수령 시 금액이 적어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학교법인의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소송 중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덕재 전대련 대표는 “40세에 실직한 경우 분할해서 나눠 받으면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사학연금을 받지 않고 국민연금으로 대체해 60세 이후로 연기 신청해 노후에 받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 교원 신분 보장은 재량사항…보다 구체적인 대안 필요 =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원 구제 방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크게 △교원 재임용 및 신분 보장 △대학구조개혁기금 조성 △국가연구교수제 도입 등으로 추려진다.

우선 재임용이나 신분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영훈 변호사는 “교육공무원법 12조의 특별채용은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이를 개정하는 입법을 요청하자는 것”이라면서 “현재 교원은 신분 보장의 근거조항이 있지만 어느 정도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대학에도 이런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안은 대학구조개혁기금 조성이다. 전대련 측에서는 대학구조개혁기금을 조성해 교원들에 대한 재취업이나 재교육을 지원하고 퇴직위로금 등으로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도 이 같은 기금지원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사학진흥재단이 관리하는 대학구조개혁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면서 “폐교 대학 청산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폐교 대학 교원의 임금이나 재취업을 위한 교육비 등으로 기금에서 지급하면 된다. 그 이후에 재단이 청산하면서 환수되는 금액을 기금이 돌려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사법 대안으로 논의됐던 국가연구교수제(가칭) 도입도 언급했다. 국가에서 연구교수로 폐교대학 교수를 임용해 국가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구는 물론 강의를 나갈 수 있게 지원하면서 급여나 신분은 공무원에 준하는 형태로 운영하자는 제안이다. 이후에 대학에서 교원 신규채용이 이뤄질 경우 국가연구교수제에 속해 있는 교수들을 우선 채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교수 재임용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봤다.

■ 적법한 폐교절차 명시하는 의견도 =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후대안을 마련하기보다 애초에 정당한 폐교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폐교 기준을 설립 기준처럼 고등교육법에 구체화하자는 주장이다. 대학 운영자가 자가진단을 하면서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지원본부장은 “현행법에서는 학사 운영이 어려워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폐교가 가능하다고만 돼 있다”며 “대학의 설립운용 기준처럼 기준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설립을 안 해주듯 법상으로 재정이 열악하거나 학교 요건이 안 되는 학교에 기준을 마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폐교 대학 안전망에 관해 “(폐교 대학 교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폐교 교원들에 대한 조항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법안이 올라와 있지만 통과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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