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경쟁률 하락하지만 여전히 ‘나눔의 가치’ 실천하는 대학들

[한국대학신문 윤솔지‧이하은 기자] 대학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해외봉사. 이제는 대외활동계의 지는 별이 되고 있다. 대학들은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줄였고 하계, 동계마다 파견하는 선발단의 경쟁률은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학생들의 선호도도 감소하는 추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대학생들의 해외봉사 선호도는 12.5%에서 2016년 9.8%로 떨어졌다. 학생들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해외봉사 같은 활동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았다. 대신 실무경험과 커리어를 쌓아 스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턴십’이나 ‘서포터즈’ 프로그램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했다.

이처럼 해외봉사가 외면받는 상황에서도 해외로 봉사단을 파견하는 대학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봉사에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스펙’이 아닌 나눔이 주는 더 큰 가치를 찾고 있었다.

■해외봉사단 경쟁률‧관심도 ‘뚝’…참여 루트 많아지고 스펙으로 안 쳐줘=과거 인기를 끌었던 대학가 해외봉사가 최근 들어 선호도는 물론 경쟁률마저 떨어진 원인은 뭘까.

서울시립대 학생과 김선영 담당자는 “기존에는 8대 1, 7대 1까지 올랐던 해외봉사단 경쟁률이 3대 1까지 떨어졌다. 아무래도 기업이나 여러 NGO 단체와의 해외봉사 연계 프로그램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 해외봉사를 할 수 있는 루트가 대학에만 있진 않다”고 언급했다.

성신여대는 현재 학교에서 시행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이 없다. 성신여대 학생처 관계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자체 해외봉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해외봉사는 비용이 많이 든다. 소수의 학생만 참여할 수 있는 봉사인데다가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에 없앴다. 대신 교비투자를 국내 봉사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체적 봉사단을 꾸리기보단 에이전시를 끼고서 학생들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과 연계된 해외봉사 프로그램이 인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액 지원으로 학생 부담금이 없는 곳이 많고 다양한 대학생이 모이기 때문에 인맥을 쌓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순수 봉사활동만 한다고 하면 잘 안 가려고 한다. 해외를 나가도 문화체험, 동문방문 등 복합적인 프로그램 중에 봉사가 일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명지대 학생들이 라오스에서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명지대 학생복지봉사팀 유민성 계장은 “한때는 기업에서 봉사활동도 스펙으로 쳐줬다. 요즘은 아니다. 학생들이 취업이나 경력에 포커스를 둔 활동을 하려다 보니까 외부에 나가 봉사하는 것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4학년은 지원율이 다른 학년에 비해 낮다. 봉사단 구성은 2~3학년 위주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봉사현황이 게시된 자료실의 조회수도 몇 년 사이 큰 차이를 보였다. 2014년 이전 게시글은 조회수가 300건 이상이었다. 2013년도 게시글의 조회수는 557건. 그러나 2015년 이후 게시글은 가장 높은 조회수가 38회를 기록했다. 무려 10배 차이가 나는 수치다. 학생들의 봉사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낮아진 것을 방증한다.

■봉사는 ‘나눔’과 ‘섬김’의 정신…글로벌 리더로서의 소양=그럼에도 여러 대학에서는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었다.

경동대는 지난 2월 태권도 시범단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파견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시범단은 △태권도 교육·시범 및 세미나 △태권도 지도자 및 수련생 교육 △제1회 마스터 이승규 사범배 태권도대회 개막식 시범공연 등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우의를 다지는 평화봉사활동에 나섰다.

▲ 경동대 태권도 시범단은 지난 2월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나채만 경동대 교수(체육)는 “시범단에 참여한 학생들이 해외봉사를 통해 많은 자극도 받고 보람도 느꼈다. 앞으로 방학 때마다 행사가 계획돼 있고 학교, 지역사회에도 태권도 무료 행사를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이화봉사단은 지난 2000학년도부터 해외봉사를 해왔다. 활동지역은 캄보디아, 베트남, 미국, 일본 등지다. 영어, 한국어, 컴퓨터, 음악을 비롯한 교육봉사와 우리 전통문화와 K-POP을 알리는 문화 활동이 주를 이룬다.

이번 하계 캄보디아 봉사에 참가한 배지수(통계4)씨는 “봉사를 통해서 남에게 주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이 많은 것을 얻어왔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서 진짜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4학년이어서 취업준비, 인턴 활동을 할까 고민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신청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도 봉사를 가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 순천향대 ‘다문화 행복나눔 국외 프로젝트’ 해외 봉사단 몽골팀의 교육봉사 모습.

순천향대는 ‘다문화 행복나눔 국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봉사단을 몽골에 파견했다. 봉사단은 아산시 다문화가정 2세들을 멘토링한 60명의 멘토 중에서 선발된 6명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봉사정신이 있는 13명의 학생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현지에서 15일간 한국문화 교육은 물론 지역 환경미화활동과 수리봉사 등을 펼쳤다.

조형호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스펙 쌓기로 참여했을 수도 있지만 봉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눈빛부터가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누는 기쁨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며 “해외봉사는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할 소양을 길러준다.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동기부여로도 적격이다.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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