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단 지원 금지‧연구인력 50% 정년보장 전환 의무 삭제

HK+ 신규 사업단 지원금은 2억↑‧기간은 3년↓
HK협의회 측 “연구교수 92명 당장 실직할 수도”
교육부 “기존 사업단 총괄평가 우선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올해로 종료될 예정이던 인문학 진흥 국책사업 인문한국지원사업(HK)의 후속사업인 인문한국플러스(HK+)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기존 사업단의 지원을 막고 정년보장 관련 규정을 완화해 외려 사업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HK+사업 분야‧지원금 늘었지만 신규 사업단 수 ‘반토막’=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9일 ‘2017년 HK+ 지원사업 신청요강 공고’를 발표했다. 취지는 기존 HK사업과 같다. 인문학 연구 인프라 구축을 통해 선도적 인문학 연구소를 육성하고, 이를 위해 인문학 진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HK+사업에는 최대 7년간 총 136억원이 지원된다.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인문학 분야 부설연구소로서 한국연구재단에 등록된 곳이면 지원 가능하나, 기존 HK사업에 선정된 사업단은 지원할 수 없다. 전임 연구인력인 HK 교수를 정년보장 조건으로 4명 이상 임용해야 하는 대형 사업단의 경우 최대 17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단별 지원금은 기존 HK에 비해 2억원 늘었다. 또 기존 △인문기초학문 △해외지역 외에 △소외‧보호/창의‧도전 △국가전략‧융복합 분야 2개를 새로 신설했다. 연구 분야를 다양화하고 학문적으로 보호 가치가 있는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원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3년이 줄었고, 신규 유형에는 한 개 내외 연구소를 선정한다. 신규 사업단 수도 8개에 그쳐, 2007년 HK 첫 공고 시 16개 사업단을 선정한 것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HK사업이 인문학 진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어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어렵게 설득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 (표=교육부 HK+ 사업계획)

■ 정년트랙 임용 조건 완화‧HK 인력 정년보장 의무 삭제= 기존 운영규정이 개정돼 HK 교수의 정년트랙 임용조건이 완화됐고, 사업 종료 후 대학에 의무적으로 부여됐던 연구인력 50% 이상 정년보장 전환 규정이 삭제됐다. 다만 기존 사업단에는 개정된 규정이 아닌 기존 조건을 적용한다.

HK+사업에 지원하는 신규 사업단은 정년보장을 조건으로 고용해야 하는 HK 교수와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원인 HK 연구교수(비정년트랙)를 총 4명 이상 둬야 한다. 이 중 HK 교수는 최초 임용 시점부터 정년보장 심사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사업 종료 후에도 그 권리가 유지되는 교수에 한한다. 사업비에서 인건비를 지급받고, 이후에는 국고나 교비에서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개정된 운영규정에 따르면 지원금 3억원당 HK 교수 1명을 임용하면 된다. 기존 HK사업은 지원금 1억5000만원당 1명을 임용해야 했다. 대신 HK 교수의 정년트랙 임용 준수를 위한 연차점검과 단계평가, 총괄평가를 강화해 임용의무를 위반할 시 사업비를 회수할 계획이다. 사업비 회수 기준과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 종료 후에도 연구인력의 정년을 보장해야 했던 규정도 폐지됐다. 기존 HK사업에서는 10년 이내 규정상 확보된 인원 반 이상의 정년을 보장해야 했으나, HK+사업에 지원하는 사업단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의견수렴을 거친 결과 임용 규정이 다소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와 완화한 것”이라며 “인건비에 투입됐던 재정을 어젠다 연구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 기존 HK 사업단 반발…연구인력 고용불안 심화되나= 사업 재진입을 기대하던 기존 HK사업단들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2007년 진입한 16개 사업단의 지원이 당장 이번 달로 종료되면서 이곳의 비정년트랙 HK 연구교수의 고용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HK 사업단은 43곳이며, 이 중 이번 달로 국비 지원이 종료되는 연구소는 16곳이다. 교육부는 이들에 대한 총괄평가를 진행하고, 평가 결과와 내년도 예산 규모를 고려해 내년도 HK+ 2유형 사업지원 자격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유형 사업은 HK 교수에 대한 인건비는 지원하지 않으며, 지원비도 연 2억원 내외에 그칠 계획이다.

기존 사업단인 HK연구소협의회는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했다. 협의회는 HK사업의 일몰이 알려지자 신규 진입과 기존 사업단을 유지하는 ‘투 트랙’ 방안을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전 협의회장인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철학과 교수)은 “밥그릇 싸움이냐는 논리가 나올 수 있는데, 우리는 신규 진입에 반대한 적이 없다. 130여 억원을 나눠서 평가로 우수 기존 사업단을 선정해 지원하면 된다”며 “두뇌한국21사업(BK21)의 경우도 기존 사업단이 즉시 신규 사업에 지원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가 인건비를 떠안게 되면 2007년 진입한 사업단 16곳의 HK 연구교수 92명이 9월 1일자로 해고될 수 있다. 세계적 연구소를 만든다는 취지로 10년간 축적해 온 인프라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문재인정부의 고용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재진입 전에 기존 사업단에 대한 총괄평가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진입을 시켰는데 성과가 안 좋으면 그 책임이 부처로 돌아온다”며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사업도 총괄평가 후 재진입 자격을 부여한 선례가 있다. BK사업과 달리 HK는 매년 순차적으로 뽑아 왔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HK 연구교수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HK 교수들은 모두 정년트랙 또는 정년보장 심사를 받게 하고 인건비를 대학이 책임지도록 관리할 계획이나, 연구교수 정년 문제의 경우 애초에 신분보장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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