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급감, 정부의 교원임용 수급 조절 실패가 원인

수험생들 ‘지방’ 기피로 일부 지역은 몇 년간 오히려 미달
“OECD 평균 수준 학급당 학생 수 맞추려면 오히려 증원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교육부가 오는 11월 11일 치러질 ‘2018년 초등교사 임용’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후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세밀한 교사 수급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선발 규모를 정하다 보니 이러한 사태가 빚어졌다며 교육대 학생과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당국은 학령인구가 줄어든 데다 임용 대기자가 많아 선발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3일 사전 예고한 올해 교원임용 정원에 따르면 전국 초등교사 선발예정 인원은 2017학년도 5549명에서 2018학년도 3321명으로 지난해보다 40% 급감했다. 선발인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선발인원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다. 지난해 1836명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인 868명만 선발한다. 서울시도 지난해 846명에서 올해 105명으로 선발인원을 대폭 감축했다. 무려 80% 넘게 줄인 셈이다.

■ 교대 학생·교수들 “올해 교원임용 예고 백지화” 촉구 = 이처럼 올해 초등학교 교사 선발 예정 인원이 전국적으로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자, 교대생을 비롯한 교원양성대 교수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거나 각 시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대 재학생 등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이 “정부와 교육청의 정책 실패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데 이어 교원양성대 교수협의회 연합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사전예고를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서에는 경인·공주·광주·대구·부산·서울·전주·진주·청주·춘천교대와 한국교원대 등 11개 초등교사 양성 대학의 교수평의회와 교수협의회가 이름을 올렸다.

연합회는 “한 교대생의 고귀한 일자리를 이렇게 대책 없이 망가트리고 임용 질서를 파괴한 교육청과 교육부는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재인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교대생의 일상적 바람과 열망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8월 3일 발표한 사전 예비정원 발표 백지화 △국가 차원의 초등교원 임용 대책 강구 △교원 수급 인원의 절대적인 조정·확충 세 가지를 요구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도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 전국교육대학생회연합 소속 10개 교대생 5천 여명이 11일 서울역광장에서 총궐기 집회를 벌였다.

■ 학령인구 감소, 박근혜정부 무리한 ‘일자리 정책’ 탓…미발령 대기 교사도 3800명 = 이 같은 교원정원 축소는 저출산 여파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돼 온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007년 61만769명에서 2016년 43만5220명으로 지난 10여 년간 17만 명 이상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원임용 수급을 조절하지 못한 박근혜정부의 무리한 일자리 정책도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 실업률 문제가 대두되자 교사 선발 규모를 유지해 취업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은 5489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고된 선발인원은 6022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선발 가능한 인원보다 500명 이상을 더 선발한 것이다.

이러한 ‘과잉 공급’은 결국 미발령 임용 대기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불렀다. 최근 3년간 임용 고시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미발령 대기 교사는 전국적으로 3800명에 이른다. 임용시험 합격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합격 후 3년 이내에 발령을 받지 못할 경우 임용이 취소되는 것도 문제다.

■ 일부 지방 초등교사 임용 미달 ‘양극화’ = 이번 ‘임용절벽’ 사태에 이면도 있다. 경기·서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해 대비 올해 임용 인원이 급감했지만 일부 지방은 몇 년째 임용시험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지방 기피’로 경기·서울권 등 일부 광역권 지역에만 몰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는 최근 3년간 초등 임용시험 지원자가 모집 인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임용유예자 등 대기 교원도 적다. 2017학년도의 경우 강원지역의 임용시험 합격 경쟁률은 0.49대 1에 불과했다. 충북·충남·전남·경북도교육청도 모두 최근 3년간 초등 임용시험이 미달됐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제시한 ‘임용 자격 유효기간 연장’도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대 3년인 대기 시효를 늘려서 임용 대기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대기 기간만 길어질 뿐 근본해법은 아니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한시적 임용시효 유예는 교대생들의 임용절벽 충격을 임용 대기자들에게 분담시키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 “학급당 학생 수 OECD 수준으로 맞추고 중·장기적 교원 수급 대책 마련해야” = ‘임용절벽’ 사태에 반발하는 교대 교수들은 그 해법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23.6명으로 전체 평균인 21.1명보다 2.5명가량 많다. 서울교대 교수협의회는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 수준이 되도록 발전적인 교원 수급 정책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교육 공약인 ‘1교실 2교사제’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4일 서울교대 학생대표들과 만나 이 제도를 앞당겨 도입해 교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내놨다. 그러나 교사 간 교육관 충돌과 학생지도 혼선, 비정규직 강사 양성 등이 나타날 우려가 있어 학교 현장에서 비판받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몇 차례 제기된 바 있는 ‘교원 양성체제 개혁’ 추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는 2004년 ‘교원 양성체제 개편 종합방안’ 시안을 발표하면서 교대와 사범대를 통합해 ‘종합교원대학’을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가 교육계 반대에 부딪혔다. 문재인정부도 전국 교대를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과 각 지역 국공립 사범대나 시립대를 교대와 통합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다.

중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임용절벽은 정부의 교원 수급 정책 실패를 예비교사에게 떠넘기는 비교육적 처사”라며 “그동안 임용고사 선발이 있을 때마다 선발인원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있어 온 만큼 올해 선발인원은 적정 인원으로 환원해 확정 공고하고 교육환경 변화를 주도면밀히 분석해 장·중·단기 교원 수급 대책과 제대로 된 초등교사 수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은 이달 말, 늦어도 시험공고일인 다음 달 14일 전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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