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첩이 낳은 자식, 그나마 손발은 졸아들고 머리통만 키운 기형아쯤으로 폄하 당하고 있는 이 땅의 인문학은 발붙일 곳도 없어 차마 가출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천시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문, 사회과학의 현주소를 개탄하는 김영민 교수(전주 한일신학대 철학과)의 말이다. 김교수에 이어 장성중 충북대 인문대학장도 "국가가 교육목표를 인성교육에 두고 있으면서도 단기적이고 실용주의적 안목에서 이공계 위주의 교육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결국 인성교육을 주도할 인문, 사회분야는 사막화되고 우리사회는 점점 비인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인문, 사회분야의 피폐화 현상은 이제 그에 대한 독립적 지원정책을 별도로 강구해야할 만큼 심각한 지경까지 와 있다. 「전국국공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는 인문, 사회과학의 수준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로 '인문, 사회 학문 정보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모든 대학들이 학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문, 사회고학 연구 정보 채널'을 열 수 있도록 정부가 시설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폐화된 인문, 사회 분야의 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지 인문, 사회계열 대 이공계열의 연구비 지원 비율을 4대 6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기존의 관행을 감안할 때 그다지 신뢰하기는 어렵다. 또 인문, 사회계열을 지원하는 부처는 교육부뿐인 반면, 이공계를 지원하는 곳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 등으로 다양하다. 게다가 민간기관 자원의 이공계 편중까지 감안한다면 인문, 사회 분야의 앞날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이같은 문제는 '교육'을 '경제논리'로 재단하려는 발상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공계의 수요가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현실사회의 요구에 이끌려 단순한 직업양성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새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백년대계'가 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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