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8.6.24 일 23:53
기획사람과 생각
[인터뷰] 조형물에서 소리가?…“큰 영향 받지만 의식 않는 음지의 영역”오윤석 계원예술대학 교수
천주연 기자  |  heroine@unn.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8.19  18:05:1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기사URL
   
▲ 오윤석 계원예술대학 교수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서울시청 앞 광장 한 켠에 높이 5m의 거대한 청동 조형물이 등장했다. 1970~1980년대 사용된 스피커 200여 개를 청동으로 본을 떠 쌓아올린 김승영 작가의 작품인 ‘시민의 목소리’다.

이 조형물의 특징은 탑 안에서 다양한 소리가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빗소리, 새 소리, 전화 벨소리, 무전기 소리, 사람 목소리, 노랫소리 등 가짓수만도 50개가 넘는다. 10분 간격으로 같은 소리가 반복, 재생된다. 배경으로 사용된 다양한 소리는 사운드 디자이너인 오윤석 계원예술대학 교수(애니메이션과)가 채집, 편집했다. 여기에는 오 교수가 직접 작곡한 곡도 포함돼 있다.

“웃음소리, 흥얼거리는 소리, 대기 오염과 관련돼 의견을 표하는 말소리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명확한 내용이 전달되는 건 피하려고 했어요. 여러 목소리가 겹쳐지게 했죠.”

이미 작업된 소리들만 흘러나와서는 작품에 한계가 있겠다고 판단한 오 교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작품 앞에 마이크를 설치하는 것. 실제 그 앞을 지나다니는 누구든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그 소리가 변형돼 이미 작업된 소리들과 섞여 나오도록 했다. 일종의 라이브인 셈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

최근 정치적인 상황 등을 통해 ‘소통’이 화두로 떠오른 탓인지 5900여 명이 참여한 시민 투표에서 서울시민들은 이 작품을 택했다. 때문에 오 교수는 이 작품에 최근 정치적인 상황이나 작년 촛불집회와 연관된 의도가 담겨 있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기자가 채 묻기도 전에 “아니다”고 답했다.

“개막식 날 기자들이 많이 왔었어요. 혹시 최근 정치적인 상황이나 작년 촛불집회와 연관된 작품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이 쇄도했죠. 그렇지 않아요. 본래적인 광장의 의미에 주목했을 뿐이에요. 광장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에요. 그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작업을 했죠.”

사실 김승영 작가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작가와의 인연은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김 작가가 자신이 만든 조형물에서 소리가 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오 교수를 찾아와 부탁했던 게 계기가 됐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여러 작업을 함께 해왔다. 1년 전에는 이번 작품과 비슷한 작업을 대구에서 한 적도 있었다. 오히려 그 경험이 이번 작업에서 소심하게 만든 점도 없지 않아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과 유사한 작업을 1년 전 쯤 대구에서 했었어요. 현재도 대구 문화예술관 건물 앞 길거리에 설치 돼있죠. 당시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발생했어요. 밤늦게 그 길을 지나가다가 어디선가 소리가 나는데 어디서 나는지 몰라 무서워서 그 길을 못 다니겠다는 민원이었어요. 조형물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거죠. 결국 24시간 소리가 나던 것을 밤에는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했어요. 이번 작업할 때는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느라 소극적으로 되기도 했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진 않아서 좀 더 소리를 키워도 되겠다 싶어요.”

김 작가와의 만남은 오 교수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생소한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됐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사운드 디자이너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어느 책을 보니까 내가 보기 싫어도 보게 되는 시각과 달리 청각은 사람들이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들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한텐 안 들릴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소리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감동을 하고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은 음악이 해요. 이처럼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의식하거나 인식하지 않아요. 앞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음지의 영역인 것이죠.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오 교수는 오래 전부터 김 작가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을 스피커로 쌓아올려 만들어보자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그 안에서 세계 여러 나라 언어가 흘러나오도록 하자는 계획이다.

“꽤 오래된 아이디어인데 아직 실현을 못하고 있어요. 그야 말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죠.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생소한 사운드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여전히 희소하기도 하면서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다만 여러 미술관, 예술기관 등에서 이런 분야의 전시를 자꾸 기획해주는 등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서 활성화 시켜줄 필요도 있어요.”

<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천주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엇갈리는 희비…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된 대학은?
2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20일 오전 9시30분부터 확인
3
일반대 120大, 전문대학 87大 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
4
예비 자율개선대학 결과 발표, 서울 ‘화창’ 지방 ‘흐림’
5
87개 전문대학,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이름 올려
6
일반대 예비 자율개선대학, 서울 ‘화창’ 지방 ‘흐림’(종합)
7
[수요논단] 대학 기본역량 진단 그 이후...
8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 위해 힘 모아야”
9
서울대 제27대 총장 최종후보자에 강대희 교수
10
‘비리 근절’ 기치 내세운 정상화 심의원칙, 실효성은 여전히 ‘불투명’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등록번호 : (주간)서울 다 - 05879(1988.08.31) | 회장 : 이인원 | 발행인 : 홍남석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이정환
대표전화 : 02- 2223-5030 | 편집국 : 02)2223-5030 | 구독문의 : 02)2223-5050
대학 광고 : 02)2223-5050 | 기업 광고 : 02)2223-5042 | Fax : 02)2223-5004
주소 : 08511 서울특별시 금천구 디지털 9길 47 한신 IT타워 2차 14층 (가산동) ㈜한국대학신문
Copyright 1999-2011 ㈜한국대학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unn.net
Family si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