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세종청사서 기자회견…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 한국비정교교수노조가 23일 오전 세종시 교육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강사법 폐기와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이연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강사법 앞에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삼아 잠시 목숨을 보전하든가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 어떤 이들은 박근혜정권의 겨울이 쫓겨나고 문재인정권의 봄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딴 세상 얘기로만 들린다."

비정규교수 시간강사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강사법이 해결될 기미 없이 그대로 내년 1월 1일 실시될 것으로 보이자, 이에 반발해 무기한 천막농성을 선언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임순광, 한교조)은 23일 오전 11시 세종시 교육부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국회가 모두 강사법을 두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교육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분회장은 지난 6월부터 조선대분회 조합원 292명이 지난 6월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새로운 정부가 민주주의와 구성원 자주성을 보장하는 교육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실망스럽다"면서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과연 김상곤 부총리께서 교육개혁 적임자이고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다하나 강사법과 2주기 대학평가정책 시행은 여전히 추진 중"이라면서 "이 위기 상황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교조는 지난 3월 교육부가 발의한 강사법은 더 정교하게 강사들을 억압하는 '개악이라고 평했다. 정부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예정대로 시행 추진하는 것을 두고도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를 활용하는 한 수업의 질은 떨어지고 강사들의 해고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이후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도 칼날을 세웠다. 이들은 2011년 강사법이 발의됐을 당시 민주당 소속의 변재일 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현 교문위 소속의 안민석 의원 등이 강사법 통과에 합의했으며, 한나라당과 같은 비중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록 시행을 앞두고 두 차례 유예에 나서기는 했으나 대안법안을 마련하는 대신 교육부에 협의체를 구성해 개정안을 발의하라는 부대조건을 달아 폭탄을 돌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강사법 폐기, 나아가 정부책임형 비정규교수 종합대책을 수립해달라는 내용의 노정교섭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농성에 돌입했다. 한교조는 또한 김상곤 부총리에게 △권리보장 △처우개선 △고용안정 등 3원칙을 담은 대학 비정규직 대책 수립을, 교육부에는 강사법 시행작업과 함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추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교조가 주장하는 종합대책은 △한국연구재단이 보편적 기본급인 연구보수를 지급하는 형태 △기본급과 인상된 강의수당을 지급하는 생활임금 제도 △직장건강보험 및 퇴직금 적용 △매칭펀드 퇴직기금 조성 △적절한 연구공간과 강좌개설 신청권 보장 △적절한 지분의 학내 의사결정권 보장 등을 포괄한다.

기자회견 이후 한교조는 강사법 폐기와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교육부 실무과에 전달했다.

▲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오른쪽)이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에게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수립 촉구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이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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