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유학생 관리 비용 내국인 보다 더 들어 인상 불가피”

유학생 목소리 반영할 소통 창구 부재도 문제

▲ 최근 몇몇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들 등록금 인상안을 밝혔다. 건국대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유학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올 2학기부터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이 오르면서 대학가에서는 유학생들의 원성이 높다. 서울 소재 A사립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B씨는 “학교 측이 유학생 관리 비용을 이유로 등록금을 올렸다”며 “유학생들도 한국인 학생과 똑같은 수업을 듣는데 왜 우리만 등록금을 올렸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통해 2학기 외국인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학교는 국민대(5%)와 한국외대(8%) 등이다.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숭실대 △한양대 등은 이미 1학기에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3~8%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다. 고려대의 경우 2학기 등록금 인상률을 15~18%로 계획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외대 기획예산처 측은 등록금 인상 배경에 대해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교육이나 문화체험 등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며 “등록금을 올리면서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대 예산평가팀 조준 부장도 “지난 해 말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차등으로 등록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또 내부적인 분석 결과 외국인 학생들에게 나가는 비용이 내국인 학생들 보다 더 컸다”며 “외국인 학생을 위한 지원이나 서비스 차원에서 등록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에 영향을 준 이유 중 하나는 정부 방침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대학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원 외 모집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에 한해 등록금 상한제 적용 배제’ 입장을 발표하면서다.

현재 대학 등록금은 고등교육법 11조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과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정책 연계에 따라 인상이 제한돼 왔다. 이 조항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적용됐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등록금 상한선은 사라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애초에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 모집이라 상한제라는 게 없었다. 정원 내에만 등록금 상한제가 있었던 것인데 그 동안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관리에 추가적 비용이 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교육부는 대학의 질의에 정원 외 모집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변해 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은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다”며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체로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학생 김모씨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 대학에 입학하는데 등록금 인상 소식에 그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지금 당장 내 일은 아니지만 언제 나의 문제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학생들 등록금 인상이 비단 한국 대학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전모씨는 “자국민 보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비싼 등록금을 매기는 것은 해외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라며 “학교의 사정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준 고려대 총학생회장도 “(등록금 인상 논의) 당시에도 외국인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반면 외국인이라고 해서 등록금을 올리게 되면 이 문제가 내국인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우리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구자억 서경대 교수(인성교양대학)는 “현재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자체가 비싼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인상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유학생 수가 많아 장학금 혜택이 적은 학교들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들도 동등한 등록금을 적용받고 있기 떄문에 이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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