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조, 천막농성 “강사법 폐기하지 않으면 청와대로”

고용불안 심화에 처우는 제자리걸음…시급인상·고용보험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들이 천막농성에 돌입하며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에야말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데 반해, 당사자들은 고용불안을 이유로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강사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강사법을 폐기하고 열악한 처우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시간강사법에 반대하는 비정규 교수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한국대학신문DB)

■“강사법 폐기하고 비정규교수 종합대책 수립하라” 천막농성 돌입=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8월 17일 국공립대총장협의회 비공개 간담회와 다음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4단체와의 면담에서 “강사법 시행일인 내년 1월 1일까지 개정안을 만들 여유가 부족하다”면서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강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개악’으로 평가한 강사법이 폐기되기는커녕 그대로 실시될 것으로 보이자, 교육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은 지난 8월 23일 기자회견에서 강사법 폐기와 올바른 비정규교수 정부책임형 종합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종합대책이란 △보편적 기본급인 연구보수 지급 △생활임금(기본급+인상된 강의수당) 제도 △직장건강보험과 퇴직금 적용 △매칭펀드 퇴직기금 조성 △적절한 연구공간과 강좌개설신청권 보장 △적절한 지분의 학내 의사결정권 보장 등을 말한다. 또 한교조는 대학부문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 대응과 법안 준비 및 예산 확보 활동도 더욱 활발히 전개할 것이며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청와대 앞 투쟁을 비롯한 더욱 강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은 “의지의 문제”라며 “김 부총리가 강사법 폐기를 선언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3차례 시행 유예…‘고용불안’으로 강사조차 반대= 강사법은 열악한 처우에 시간강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정부가 2013년 시간강사 교원지위 인정 등 제도개선을 위해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을 내놓으며 탄생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풍선효과를 우려한 당사자들의 반발로 세 차례 시행이 연기되며 ‘폭탄’이 됐고,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상태다.

강사들은 지난 3월 개정된 강사법이 고용불안을 심화할 것이라고 본다. 먼저 ‘1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퇴직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강사들은 제한적으로나마 교원의 고용 안정을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인 교원소청심사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연퇴직 조항으로 대학은 1~2년짜리 계약직을 실컷 뽑을 수 있어 비정규교수직이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1년 미만 계약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조항도 비판 대상이다. 팀 티칭 과목의 경우 한 강좌를 여러 명이 담당하는 ‘강좌 쪼개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사에게 교원 책임시수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 역시 강의시수 쏠림 현상이 심해져 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측에서 일부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고 상당수를 해고해서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강사법이 국회 통과됐던 2011년 이후 시간강사 수는 꾸준히 줄었다. 교육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시간강사 수는 2012년 7만4644명에서 2016년 5만3319명으로 약 2만 명 줄었다. 특히 시간강사 강의담당 비율은 2011년 35.9%에서 2016년 23.7%로 12.2%p 하락했다. 일부 대학에서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전임교수에게 강사들의 강의를 대신 맡도록 해서 비용을 아끼려 한 것이다.

■월평균 61만원, 건강보험 사각지대…처우개선 시급= 대학가에서는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정부의 시간강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 표. 지난해 대비 시간강사 강사료 비교(자료=한국대학신문DB)

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이슈가 된 지 5년여가 흘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국공립대 강사 강의료 시급은 7만2700원으로 전년 대비 1000원(1.4%) 상승했다. 사립대학의 경우는 2900원(5.8%) 상승한 5만2700원에 그쳤다.

시간강사 64%는 주당 3~6시간 강의를 하는데, 평균 월급은 61만8000원이다. 시간강사 16%는 3시간 미만의 강의를 해 20만원을 벌었다. 9시간을 초과해 강의한 경우 월평균 급여는 67만6400원이었다. 2017년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월 181만1223원에 비하면 대부분의 시간강사가 최저생계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교조는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으려면 임금 인상이 대폭 이뤄져야 하며 다른 고임금 노동자보다 상향 인상되는 조치가 몇 년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강의료 지원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예산을 만들어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인건비로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강사들은 복지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어지는 건강보험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되기 위해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 시간강사는 주당 6시간 미만 수업을 맡고 있다. 또 짧은 계약기간 탓에 퇴직금도 받기 힘들다.

서울 소재 대학 교무처 관계자는 “1년 이상 근무자에게 퇴직금을 지불해야 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기간을 채우지 않고 해고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대학에게 처우개선을 강제하기 전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했다.

▲ 교육부MI(사진=교육부)

교육부에서는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사업을 2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강사에게 서적 구입비를 지원하는 강의장려금 지원 사업 예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대학가에서 예상하는 부작용을 완화하기란 더 요원해졌다.

임순광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여러 정권을 거쳤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문재인정부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주장해온 권리보장, 처우개선, 고용안정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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