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에 부응하는 고등교육 콘텐츠 연구한 한동숭 전주대 교수(게임콘텐츠)

공부도 게임처럼, 문제해결 재미 찾아주는 ‘게이미피게이션(게임화)’ 강조
“창의적 인재는 자유에서 나와”…온오프라인 결합 블렌디드 러닝 주목
플립드러닝, 메이커스페이스 교양학습에만 치중, 전공교육에도 도입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4차 산업혁명. 변화의 정도와 그 신빙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의 여지가 있으나 사람들이 변화를 느끼고 있다. 전주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한동숭 교수도 그렇다.

외국에서는 교육적 도구를 바꾸고 고민하는 연구가 많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논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나온 미국 뉴미디어 컨소시엄(NMC)의 고등교육 호라이즌(Horizon) 연차 보고서를 종합해 해외의 고등교육 방법론을 정리한 이유다.

지난해 9월 ‘인문콘텐츠학회’ 학회지에 실린 그의 논문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교육과 콘텐츠>가 학술지식 플랫폼 디비피아(DBpia) 인문학 분야 논문 이용 횟수 1위(7월)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서울을 찾은 한 교수를 신촌에서 만났다.

■ “학생들의 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은 전적으로 선생님 탓”= 한동숭 교수는 지방 사립대 학생이 노력이 부족해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거부한다.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는 문제풀이의 희열을 한국 교육에서 없애버린 “선생님 탓”이라고 말했다. 수학도 결국은 게임처럼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콘텐츠를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재미는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물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수학도, 게임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인데 왜 게임은 좋아하고, 수학은 싫어할까? 게임의 방법론과 기본적 형태를 유지하면서 교육을 하면 어떨까. 실제로 게임 이론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게이미피게이션’이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판서에 그치는 기존의 대학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가 ‘4차 산업혁명’ 현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4차든 3.5차든, 그 용어보다 사회적 변화가 있다는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 뒤의 시간을 알기 위해 미분과 적분을 배우듯이, 학자라면 불확실성을 회피하지 말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정치적 유행어인 것도 공감하고, 아직 학문적 용어로 정립할 때는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가 일어날 것은 예견됐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정치적 과제로 받아들였다. 내용이 없는 것은 맞지만 사회, 산업 그리고 학자가 나서서 그 내용을 채워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4년 동안 정의를 못 내리다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적폐로 드러나 폐기됐던 창조경제와는 결이 다르다.”

■ “창의적 인재는 자유에서, 문제해결의 논리는 컴퓨팅적 사고에서” = 그렇다면 다음 시대에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가. 한동숭 교수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체하고 인간은 고도의 창의적 노동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게 한 교수의 전망이다. 허나 지금껏 한국 대학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교수는 자유가 핵심이라고 짚어낸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 모든 인간은 창의적이다. 산업과 사회가 이 사람의 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해 단순노동과 지식주입을 강요했던 것이다. 한국 사회는 고등학교까지 대학 입시라는 명목으로 너무나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요구했다. 대학에서는 사회가 어려워지니 취업에만 매몰된다. 창의는 기본적으로 자유다.”

많은 사례 중 한 교수가 꼽은 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학습을 결합하는 ‘블렌디드 러닝’이다. 학생들이 수업 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교육 콘텐츠 논의는 오프라인은 교수법, 온라인은 공개수업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에 치중해 서로를 결합하는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를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발굴한 뒤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아간다.

“창의적 사고 다음에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문제를 풀고 앞으로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컴퓨팅적 사고가 필요하다. 대학가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단순히 가르치는 데 머물러 있는데, 틀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그 언어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을 길러야 한다.”

 

■ 전공교육, 교육환경 변화 필요…관건은 재정지원= 한 교수가 논문을 낸 지 1년, 그의 논문에 나온 고등교육 기법 중 일부를 국내 대학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플립드러닝’(역진행 수업, 교수의 강의보다 소통에 방점)과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도록 하는 공간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 등이다. 한 교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양 수업에만 머무르거나, 공간과 장비 등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교양 교육도 좋지만 전공 교육을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려면 교육 환경을 바꿔야 한다. 사업비를 받아서 몇몇 강의실,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친다. 메이커스페이스도 한국이 ‘개러지(Garage 차고) 문화’가 있는 미국처럼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던 것도 아니다. 디지털 인프라가 잘 돼 있으니 가상현실(VR), 다채널네트워크(MCN)를 이용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만들게 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상적으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자를 아끼면 안 된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그 시간에도 대학구조개혁평가 하위대학에 대한 2단계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근본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는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고, 기업이 지방대학에도 고루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 이슈가 대두될 텐데 대학에도 일정 수준의 의무가 있다. 공영형 사립대와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긍정적으로 본다. 기업과 국가도 대학을 도와야 한다. 재원 확보를 늘려서 대학교육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 대학까지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도록 다양한 실험을 꾀할 수 있게 무리한 규제를 풀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각종 사업을 꾸려 나가는 게 시급하다.”

동영상 인터뷰 <2> https://youtu.be/diJ6hYrC44U
동영상 인터뷰 <3> https://youtu.be/VegEV1Lt_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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