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인류의 근본 틀을 바꾸는 기술이에요. 따로 중개자가 없어도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해주죠. 인간이 개발한 기술 중 가장 위대할 걸요.”

▲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사진=김진희 기자)

다보스 포럼이 뽑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반 기술,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된 공개 장부로,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이다. 최근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를 이용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등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을 만나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 및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을 ‘탈중앙화된 신뢰 컴퓨터’라고 소개했다. 보통 거래를 할 때는 개인과 개인 간 중개자, 즉 중앙 서버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 서버가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신뢰성이 보장되면 거래가 진행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는 따로 중개자가 없다.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다.

여기서 바로 블록체인의 정치사회적 의의가 탄생한다. 박 센터장은 “중개자, 즉 중앙 서버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는 이들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게 돼 빅브라더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거래 당사자 모두가 정보를 나눠 가져 빅브라더의 탄생도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진짜’ 신뢰 기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가 처음 블록체인에 빠져든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었다. 박 센터장은 “내 전공이 암호학이다. 정보를 암호화할 수 있어야만 빅브라더 사회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하지만 암호만 가지고는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했다. 놀랍게도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내가 추구하던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확산은 금융, 교통,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정치 변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 센터장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촛불혁명은 정보 및 권력의 독점에서 벗어나자는 시민들의 외침이었다. 블록체인이 정치에 적용되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자 선거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선거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어 실시간 선거, 나아가 국회의원 소환제도 가능하다.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라 직접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이용해 공공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작은 블록체인 국가’로 일컬어지는 에스토니아는 전자시민권, 부동산 등기 발급 등에도 블록체인을 이용한다. 호주나 영국도 공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박 센터장은 아직까지는 법체계의 미흡함 때문에 블록체인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센터장은 “기존 법은 중개자의 존재를 가정해 만들어졌다”며 “블록체인은 이와 다른 새로운 시스템이니 블록체인으로 저장된 데이터에 법적 효력을 주는 등 이에 적합한 체계를 다시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는 블록체인 캠퍼스도 따로 있을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관련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블록체인을 핵심 학문으로 인정하고 관련 학과도 만들어 학생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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