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래의 보석상자’,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들
[시론] ‘미래의 보석상자’,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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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숙 본지 논설위원/ 사이버한국외대 일본어학부 교수(입학학생처장)

1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다문화가정은 이제 30여 만 가정과 그 자녀들의 수가 약 20만명에 이르고 있다(여성가족부 2015년도 기준).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이 대다수이고 기타 러시아권으로 분포돼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여 안착시키기 위한 올바른 정책적 방향성과 지향점은 여전히 미흡하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다문화가족지원법’과 그 부수 법령에 따른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학습이나 생활상담 수준의 지원책이 고작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문화가정 지원에 대한 정책적 관점을 대학 등의 고등교육과 취업, 군입대 등 사회인 육성 영역으로 넓히고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자녀가 빠르면 5년 이내에 대학 입학과 군입대, 취업 등 사회인으로서 활동해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치열한 우리나라 대학입시 경쟁 구조 및 극심한 취업 경쟁 하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과연 가정환경의 열악함을 이겨내고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겠느냐 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들을 자신의 모국으로 유학 보내는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철웅이 엄마(가명)는 올해 초·중학교 1학년짜리 아들을 자기 고향나라로 유학 보냈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15년째 되는 그녀가 자신의 아들이 한국의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결혼이주 외국인 여성이기 때문에 아들이 겪는 냉대와 차별이 자신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자책감도 그녀가 이런 결단을 내리는데 한몫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이었던 이유는 아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에 능통하다. 그녀의 아들 역시 두 나라 언어 구사가 가능하다. 아이에게는 단순히 외국어 구사 능력 뿐만 아니라, 엄마 고향 나라 친인척들의 뒷받침으로 구축된 광범위한 인적네트워크가 강력한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수많은 한국 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생활의 희생을 감내하면서 막대한 교육비를 투자해 자식들을 해외로 유학 보냈다. 그러나 외국어와 문화 습득 등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나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현지화 구축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현지화는 단기간의 학교교육 학습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다문화가정 출신들이 진출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문화가정 출신의 자녀들은 ‘글로벌화’와 ‘현지화’가 결합된 가장 이상적인 인재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적자원의 힘으로 생존해 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교육에 있어서 글로벌 인재육성은 국가 생존에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에 자칫 우리 사회가 이들 문제를 소홀하게 다룰 경우, 언젠가 심각한 사회적 내부 폭발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에서 발생한 테러의 상당수가 이슬람 계 이주민 자녀들,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은 사회적 고립과 현지 사회 부적응 및 현지 국가의 높은 담벼락을 뛰어넘지 못하는 좌절감, 이에 따르는 사회진출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방치했을 경우에 장차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들은 현재 동일한 출발선 상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장차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를 고등교육기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다문화가정 출신 자녀들에 대해 외국인에 준하는 대학특례입학제도의 적용, 부모 출신 국가 유학 시 장학금 지원, 학점 상호인정, 튜터(보조 교사)제도 도입, 취업 시 입사시험에서의 가산점 부여 등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

이들을 사회적 문제아인 ‘외로운 늑대’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글로벌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보석상자’로 만들 것이냐는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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