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락 전주비전대학 국제교류부 센터장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물리적인 세상에서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세상인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는 것을 디지털 시프트(Digital Shift) 라고 한다.

이러한 큰 변화의 중심에 전화기가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디지털 기술이 전화기에 접목되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고 단순 전화기능뿐만 아니라 수많은 웹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특정한 목적과 용도로만 사용했던 전화기와 같은 일상의 물건들이 이제는 계산기·카메라·MP3 플레이어·게임기 등 만능기계가 되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기존 대상에 프로그래밍 함으로써 기능을 변화시켜 새로운 제품으로 변화 시킬 수 있는 가변성(Programmability)이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프트는 고정적인 명사 중심에서 변화 가능한 동사 중심의 시대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지나간 산업화 시대에는 명사 중심의 세상 즉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이 포드 자동차·IBM 컴퓨터·소니 워크맨과 같은 물리적 제품이었다. 이러한 명사 중심의 세상은 이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개념 파괴는 단순히 제품 자체만의 변화가 아닌 그 주변 생태계의 변화까지 불러온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테도다’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이키가 파는 제품은 단순히 신발이 아니고 닌텐도가 파는 제품은 단순히 게임기가 아니라는 말이 아닐까 ?

이러한 흐름에 비춰 글로벌 대학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 본다. 물건의 명칭을 표현하고 분명한 경계를 나타내는 명사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대학은 ‘외국인 학생 유무’ 또는 ‘외국인 학생 수’로 표현된다. 한국 학생들을 교수했듯이 외국 학생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교수하는 대학이다. 그러나 움직임을 표현하고 다양하게 열려있는 동사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대학은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들이 서로 교수하는 대학’ ‘교수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학’ ‘다양한 언어·문화권 학생들에게 교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준비돼 있는 대학’ 등 다양한 대상과 결합해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대학이다.

동사는 그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공유·협력·협업 등 다양한 형태 교육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교육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던져준다. 유학생을 유치하는 목적에서도 명사적 접근은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적 수입 감소에 대한 수입 증가를 목적으로 한다면 동사적인 접근은 유학생을 통해 국내 학생들에게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세계시민으로서 다양한 문화의 접근을 통해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양성을 통해 학생들은 세계를 향한 비전을 갖게 되고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과 함께한 경험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따라서 ‘우리 대학은 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부터 ‘우리 대학은 어느 나라의 어떠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할 것인가? 유학생을 유치함으로 재학생들에게 무엇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전달할 것인가?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등 학교 중심 사고에서 학생 중심 사고로 틀을 바꿔야 할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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