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총장 “4차 산업혁명 대응할 수 있는 인력 배출 불가능” 토로

교육부 관계자 “1~4년 탄력적 운영 동의하나 정책연구 등 검토 필요”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 = 이연희·천주연·김의진·김정현·김진희 기자] 전문대학 총장들은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업연한의 다양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학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전문대학 총장들은 31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UCN 전문대학 프레지던트 서밋 2017에서 “지금같이 2~3년으로 국한돼 있고 경직돼 있는 체제 하에서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제대로 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수업연한 다양화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교육부에 촉구했다.

특히 그동안 수업연한 다양화 요구가 일반대학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했던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며 “일반대학 눈치를 볼 게 아니다. 적어도 이 문제가 우리 고등직업교육을 위해서 왜 필요한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추진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들은 “1~4년까지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그때그때 산업현장에 맞는 인력 공급한다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질 관리 등에서 정책연구라든지 고민해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 정영선 오산대학 총장

■정영선 오산대학 총장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해서는 학제 운영의 유연화 필요”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해서는 모든 분들이 다 공감하고 있다. 오산대학 인근 지역인 화성이나 평택, 안성 등에는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자동차, 아모레퍼시픽 등 굴지의 대기업이 많이 포진해있다. 이 외에도 수백 개 업체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우리 학생들이 취업에 있어 별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경우는 일반대학 학생을 채용한다. 전문대학 학생들은 실무인력 분야에 채용된다. 이런 전문대학의 경쟁자는 마이스터고와 폴리텍대학 졸업생이다. 업체 관계자 말에 따르면 부끄럽지만 마이스터고 졸업생과 전문대학 졸업생 간의 차이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유를 살펴보니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수업 연한은 3년이다. 전문대학은 대개 2년이다. 종전에는 실업계고 졸업생들이 전문대학에 많이 들어왔다. 전공 연계해서 적어도 5년 정도의 수업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실업계고 졸업생들이 취업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빈자리는 인문계고 학생들로 채워진다. 그러다보니 실제 전공 공부하는 기간은 2년 정도에 불과하다. 더 숙련된 고급인력을 배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폴리텍대학의 경우 비학위과정은 3개월부터 10개월, 1년까지 수업기간이 굉장히 다양하다.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을 아주 유연하게 배출해낼 수 있다. 산업체 현장에서는 좀 더 나은 품성,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유연하게 학제가 운영돼야 한다. 지금같이 2~3년으로 국한돼 있고 경직돼 있는 체제 하에서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제대로 된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전문대학에서 수업연한 다양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반대학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4년제 대학, 전문대학 이렇게 많이 부른다. 전문대학 간호학과도 4년제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으로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혹은 학문중심, 직업교육중심으로 구분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이 아니니까 수업연한을 2년 아니면 3년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수업연한 다양화 문제를 해결해줘서 전문대학이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양성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을 간곡하게 드린다.”

▲ 정명진 광주보건대학 총장

■정명진 광주보건대학 총장 “전직은 1년·융복합 기술은 4년 등 목적에 따라 다양화해야”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산업 패러다임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직업을 전직할 때, 다른 협회에서 교육을 할 때는 정확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적 속성이라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메카트로닉스, 자동차 등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융‧복합 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4년제, 전직자에게는 1년으로 하는 등 수업 연한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최용혁 동아방송예술대학 총장

■최용혁 동아방송예술대학 총장 “학위 취득기간 단축해야 노동시장 진입 빨라져”
“이수 학점 중심의 학위체제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수한 학점에 따라 1~4년까지 수업연한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해주면 좋겠다. 학위 취득기간을 단축하면 노동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고 재취업 창업의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수요 변화를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 박기종 목포과학대학 총장

■박기종 목포과학대학 총장 “일반대학 우려 불식할 수 있는 해결방안 찾아야”
“수업연한 다양화는 대학이 어떤 특성화 전략을 가지고 갈 것이냐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가적으로나 대학 자체적으로 특성화, 차별화가 과제다. 일반대학에 (수업연한 다양화를) 허용할 경우 모든 전문대학들이 4년제로 쏠릴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체 정원의 20%~30%가 됐든, 일반대학 내 반대자들과 논의해 해결방안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박두한 삼육보건대학 총장

■박두한 삼육보건대학 총장 “한국형 나노 디그리, 수업연한 다양화와 어떤 관련 있나”
“어제 보도자료에 보면 한국형 나노 디그리(Nano degree) 모델을 개발해 6개월 단기간에 핵심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다. 그 모델이 앞으로 진행되겠다. 수업연한 다양화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또 어느 기관에서 진행되는 건지 묻고 싶다.”

 

 

▲ 이승우 군장대학 총장

■이승우 군장대학 총장 “일반대학 되겠다는 것 아냐…하위 개념 벗어나고 싶은 것”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학도) NCS 방식이 도입되면서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간호학과는 4년제면서 전문대학 학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다양화와 나노 디그리 다 합치면 할 수 있다. 이제는 전문대학이 일반대학의 하위 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지, 일반대학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 간호학은 4년제 하고 있지 않느냐. 국회나 일반대학에서 왜 인정 안 하는지 모르겠다. 간호학과도 4년제 하면서 4년제 기준에 맞춰 교수 채용하고 시스템을 갖췄는데, 메카트로닉스 등 여러 분야에서 요구하면 전문대학에서 4년제로 가는 경우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어떤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 이권현 유한대학 총장

■이권현 유한대학 총장 “2·3년제로는 4차 산업시대 융·복합 인재 양성 안 돼”
“우리가 1차, 2차, 3차 산업부터 현재 4차 산업을 얘기하고 있다. 1차 산업은 농업, 수산업이다. 현재 농업은 스마트팜으로 4차 산업 기술을 이용해 이뤄진다. 그 안에는 바이오텍, 드론 등 융합기술이 포함돼 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 후반까지 많은 전문대학이 설립됐다. 그때 당시의 학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산업은 대량생산해서 저가 제품을 갖고 해외수출을 했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고부가가치를 가진 소량 다품종을 생산해 외국과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2년제, 3년제 학제로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융·복합 인재가 양성되겠나. 대학의 책무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대학은 현장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 우리 대학도 그에 맞게 스마트팩토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 3년 과정이다. 실제 운영해보니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너무 짧은 시간이다. 돈 드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전문대학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다시한번 건의 드린다.”

▲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인천재능대학 총장) “일부 필요 학과에 대해서만 하겠다는 것”
“지난번에 (수업연한 다양화 입법화를) 추진할 때 반대하는 대학들이 몇 군데 있었다. 그들이 내세웠던 주장이 전문대를 4년제 대학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그 법안에는 모든 학과가 아닌 일부 필요 학과에 대해 교육부 승인을 얻어서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지난해에 일반대학에 평생교육단과대학을 만들었다. 일 년 만에 몇몇 대학은 포기했다. 더 중요한 것은 나머지 대학도 입시 경쟁률이 0.5 대 1도 안 된다는 거다. 일반대학에서 좋은 학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도 학생들이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는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학생들도 그걸 알고 있는 거다. 직업교육 분야에서는 명칭만 요란한 대학을 졸업해봐야 취업도 못하고 실익이 없다는 게 증명된 거다. 일반대학이 하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를 전문대학이 그동안 축적한 경쟁력을 갖고 하겠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교육부도 이 점에 대해서 일반대학 눈치를 볼 게 아니고 적어도 이 문제가 우리 고등직업교육을 위해서 왜 필요한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추진한다고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 이진석 대학정책실장

■이진석 대학정책실장 “탄력적인 수업연한, 동의는 하지만 학위와 자격 등 종합 고려해야”
“어떤 기술과 기능을 갖춰줄 것이냐에 따라 탄력적으로 수업연한을 운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수업연한에 따라 학습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학위나 자격을 고려하게 되고, 대학 입장에서는 학위나 자격을 부여해야 하니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학제는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그 분야 직종에 맞는 기술과 능력에 따라 단·장기적으로 양성하는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예를 들어서 현재 학위수여 기준이라든가 자격을 자동적으로 주는 자격 조건을 보면 꼭 필요한 일정한 교과목 일수와 전공과목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 4년제 학위를 주려면 일정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전문학사를 주려 해도 어느 정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나노 디그리는 단어 뜻과 달리 학위 개념이 아니다. 새로운 학위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일정한 요건들을 나열하고, 또 몇 학점을 이수해야 학위를 줄 수 있을지 체계가 정해져야 한다. 따라서 학위와 자격, 수업연한이 한꺼번에 얽힌 문제다. 1~4년까지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그때그때 산업현장에 맞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씀 다시 드린다.”

▲ 김영곤 대학지원관

■김영곤 대학지원관 “전문대학 석사학위, 필요한 요건과 기준 모니터할 기구 필요”
“전문대학이 석사학위를 수여하고 있고, 물론 3~6개월짜리 바리스타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일반대의 석사학위와 전문대학의 주는 석사학위는 어떻게 다른지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전문대는 좀 더 실무적이고 기업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분야에서 수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있다. 교육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학위 자격을 평가할 수 있는 기구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기구에서 학술적 의미의 석사학위에 필요한 교육과정과 요건, 실용적 석사학위가 갖춰야 할 기준을 모니터링 및 체크해야 하는데 교육부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바로 그런 부분을 함께 논의해야지 않을까. 나노 디그리는 국정과제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총장님들도 아시겠지만, 세계적으로 MOOC가 유행하면서 3~6개월간 짧은 기간 학습 이후 학위 자격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기업에서도 짧은 기간 재직자가 공부하길 바라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무크를 중심으로 교육기구와 산업계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국내는 K-MOOC를 도입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나노 디그리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어떻게 제도화하고 활성화 시킬지는 논의하고 있다.”

▲ 유재원 한국영상대학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 총장 “심화과정 모집정원부터 늘려야”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것부터 건의 드릴까 한다. 단기 교육과정의 학제 다양화도 필요하겠지만 전문대학에서는 심화과정도 하고 있다. 그런데 심화과정을 하면 정원이 모자라서 다 수용을 못하는 대학도 있다. 왜 그러냐면 2, 3년 학제를 마치고 대부분 4년제를 좋아하는 풍토 때문에 다른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탈락률도 많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신이 나온 바로 그 대학에서 학사학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우선 쉬운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심화과정 정원을 모집 정원의 20%로 해놓은 것을 자유화 시키든지 비율을 높여주든지 한다면 학생들이 전문대학의 학사를 받고자 하는 것은 많이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 검토 부탁드린다.”

▲ 최성부 전문대학정책과장

■최성부 전문대학정책과장 “전문대학 학사·석사학위 질 담보가 관건”
“교육부도 상당히 고민하는 부분이다. 수업연한 다양화와 마찬가지로 전공심화과정은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외부에서는 학위 질적인 부분을 거론한다. 전문대학에서는 출발선이 30년 전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질을 담보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여러 규제를 지적해주셨는데, 우선 140학점 규제는 풀렸다. 4년제와 달리 전문대학은 최대 3년제라 질 제고가 필수여서 140학점이 묶여있었다고 했다. 그런 부분은 충분히 공감하는데 정책연구라든지 고민해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장애인과 재외국민, 새터민들의 정원 외 모집 규제는 다 풀렸다. 나머지 모수가 20%로 제한돼 있는데, 희한하게 전체 모집의 15% 수준이었다. 모수 변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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