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문항 의미 파악 우선, 평가자 의도 파악해야

대학의 평가 시스템도 진보, 정량에 의미두지 않아
3년치 DB 토대로 표절은 대부분 걸려, 기재 불가 사항 확인도 필수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자기소개서는 수험생과 대학의 평가자들이 만나는 첫 접점이다. 대입을 위해 수험생이 자신을 소개하고 대학의 평가자들은 선발을 위해 소개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입의 첫 관문으로 볼 수 있다.

■ 최대 4문항으로 구성, 기재 불가 사항 확인 필수 = 대학마다 최대 4개 문항으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는 파악해야 할 문항, 자료, 작성하면 안 되는 항목 등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학생부종합전형에는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추천서가 주요 전형 자료로 쓰인다. 이 중 자기소개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작성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 항목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1500자 이내) △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등 3개 공통항목과 대학별로 다른 1개의 항목 등 총 4개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자기소개서는 고등학교 재학 기간 활동 사항을 통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리고 미래에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글이다. 과거의 경험과 미래 포부가 잘 정리돼있고 수험생의 특징이 적절하게 드러나면 금상첨화다.

자기소개서에는 TOEIC과 TOEFL, 한자능력검정시험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과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외국어대회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수상실적은 기록할 수 없다. 또한, 대회 명칭에 수학이나 과학처럼 교과명이 명시된 각종 대회 수상 실적도 작성하면 0점 혹은 불합격처리가 되니 주의해야 한다. 학교장의 참가 허락을 받았더라도 교외 수상 실적은 작성해서는 안 된다.

표절 역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금기 사항 중 하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표절을 검사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통해 수험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확인한다. 이 시스템에는 최근 3년간의 자기소개서 DB가 있으며 기존 자기소개서와의 비교를 통해 유사도가 수치로 나타난다. 수치가 높게 나올 경우 대학은 수험생에게 표절 여부에 대해 문의를 하게 되며 심할 경우 입학 취소가 될 수 있다.

대교협 정명채 대학입학지원실장은 “유사도 검색 시스템 통해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는 자기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숭실대에서 열린 '자기소개서 작성법 설명회'에서 이성록 한국외대 입학사정관 실장이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DB

■ 문항의 의미 파악이 중요 =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 작성 시 각 항목이 가진 의미와 평가자가 무엇을 보고 평가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도 파악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학습 경험과 전공적합성을 묻는 1, 2번 문항에서는 단순히 무슨 공부, 무슨 활동을 했느냐가 아니라 학업에 얼마나 열정이 있고 노력했으며 그 경험으로 어떤 학업적 역량이 형성됐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내신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부족한 교과목 성적을 보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작성하지만 내신 성적은 이미 학생부에 나와 있어 큰 의미가 있기 힘들다.

'자기소개서 전략집, 자기야'의 저자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최승후 정책국장은 “1번 문항을 가장 잘 표현한 성어는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책이나 유튜브, 테드, K-MOOC, KOCW 등을 통해 강의를 듣는 등 자기 주도적 활동을 하는 것이 우수사례”라고 말했다.

학생의 인성을 파악하는 3번에 대해 입학사정관들은 ‘베풂’을 강조했다.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진로 활동을 통해 학생 간 갈등을 풀었다는 ‘해결’의 내용보다는 다른 사람을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협력’의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조효완 회장은 “자기소개서를 보면 제일 차이가 안 나는 것이 3번 문항”이라며 “가령 수학을 잘한다면 수학을 못 하는 친구들을 모아 가르치는 등 내 역량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나와 같이 발전한다는 게 가장 가치 있다”고 전했다.

 자소서 평가 대학도 발전해… “과거와는 다르다” =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대학도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수험생들은 과거의 평가방식에 의한 자기소개서 작성보다는 현재 대학이 중점을 두고 있는 방향에 맞춰 작성하는 것이 좋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은 ‘정량’에 대한 인식 차이다. 과거에는 봉사활동 1000시간 등 정량적 데이터가 많으면 ‘좋다’라고 판단했으나 지금은 그런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을 지냈던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은 “초창기에는 봉사시간이 많으면 봉사시간이 투철하다고 인식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 동아리 등 다른 활동역시 마찬가지다. 정량적인 활동을 단순 나열하기 보다는 1개의 사례를 언급하더라도 깊이있게 드러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논문에 대한 평가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소논문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면 지금은 소논문이 아니라 소논문 작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가적인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김겸훈 입학사정관은 “소논문을 잘 쓰게 하는 것은 대학이 할 일인데 수험생들은 소논문을 잘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소논문의 성과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관찰과 창의력 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들은 자기소개서를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글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김정현 경상대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사실에 초점을 두고 학교생활을 넘어 먼 미래에 진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알릴 수 있는 자기의 글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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