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티쳐] 김예진 삼육보건대학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수업을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적극적인 친구에게 놀라고 학생들의 창의적인 발상에 감동할 때도 있어요. 기존 수업처럼 강의를 했다면 몰랐을 거예요. 이 수업이 학생들의 숨겨진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 된다고나 할까요.”
전 세계에서 혁신교수법으로 촉망받고 있는 교수법이 있다. 바로 PBL(Project-based Learning) 수업’이다. 김예진 삼육보건대학 교수(간호학과)는 벌써 5년째 PBL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PBL 수업’은 강의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습자들이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이 이뤄지는 모형을 뜻한다. 그가 처음 이를 수업에 접목시켰던 건 2013년. 현재는 15주차 강의 중 4주를 PBL로 진행할 정도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김 교수의 PBL 수업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먼저 교수가 실제 사례를 변형해 학생들이 풀어야 할 하나의 상황을 제시한다. 이후 학생들은 조를 구성해 환자에게 알맞은 처방과 이 상황에 적합한 간호사의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한다.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셈이다. 말 그대로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특이한 건 학습과정뿐만이 아니다. ‘마지막’도 특별하다.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은 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신규 간호사로 분한다. 그리고 동료들을 대상으로 토론의 결과물을 발표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서 학습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게 된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발표를 거듭하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암기도 쉽게 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기주도’를 내세우는 수업이다 보니 김 교수는 관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교수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나머지는 학생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는 “덕분에 학생들이 발표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보여준다”며 “코미디 프로나 드라마, 영화들을 패러디해 역할극을 한다거나 게임을 접목해 친구들의 흥미를 끌기도 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수업방식이 기존과 다르다보니 평가방식도 다르다. ‘학생 참여’가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된다. 김 교수는 “결과만 평가하면 학생들이 의지가 꺾일 수도 있다. 학생들의 의지를 최대한 제고하기 위해 ‘학생 참여도’나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느낀 점을 기록하는 ‘성찰일지’ 등을 평가에 많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항상 바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이 토론을 나누고 있는 온라인 매체를 찾아 참여도를 확인한다. 만약 방향을 잘 못 잡고 있으면 가이드라인을 남겨주고 잘하고 있을 때는 칭찬 댓글도 남겨주기도 한다. 이런 걸 매일 하려니 몸이 하나라도 모자를 지경”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PBL 수업은 수업 준비 및 학생 관리에 있어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들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이를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상 현장에 나가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게 간호사에요. 그러면 이론적 지식만 배워서는 힘들어요. 배우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 상황, 혹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를 위해서는 협업능력, 의사결정능력, 신속한 판단력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데 그게 일방적인 교수법으로는 길러지기 힘들어요. 그래서 고안하게 됐죠.”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는 고민도 많았는데, 이를 잘 해내는 학생들을 보면서 능력을 확인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도 아주 긍정적이다. 강의평가가 이를 방증한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부담이 되긴 했지만 다들 ‘이번 수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법에 대해서도 터득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겨준다”고 답했다.
졸업생들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끔 현재 간호사로 일하는 졸업생들이 와서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문제가 터지는 실제 현장에서 이 수업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는 말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꿈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생이 되는 거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부각시켜주고, 만약에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유연성 있는 사고가 필요하고 학생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해야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PBL 수업을 더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수업에만 제한해 적용 중인데 이를 아예 연구 프로젝트로 확대하면 어떨까 싶다. 연구 프로젝트에서 PBL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