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가 “박근혜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보다도 후퇴했다”

조직 개편 우선돼야…과 수준으로는 제안된 정책 실행 못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은 단연 일자리 중심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고등직업교육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된 지난 7월 이후 전문대학가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보다도 후퇴했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의 방향성은 물론 구체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고등직업교육이 탄탄한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일자리 정책의 선순환 역시 불가능하다. 본지는 일자리 중심 정책의 기반으로 꼽히는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문재인정부의 정책 점검 및 제언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이전보다 후퇴한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②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해 ‘수업연한 다양화’ 필요
③ ‘현장실습체제 강화’로 실무중심 직업교육 다져야
④ 날로 어려워지는 전문대학 ‘재정’…그 해법은?
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재정지원 배분 방식 개선해야
⑥ 평생교육 ‘따로’ 직업교육 ‘따로’?…컨트롤타워 필요
⑦ 직업교육 활성화?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이 ‘답’
⑧ 전문가 간담회

▲ 지난 4월 20일 '고등직업교육 발전 대토론회'에 참석한 전문대학 총장, 교수, 직원 등 500여 명이 4개 정책 어젠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김진희 기자] 문재인정부가 주요 정책 목표로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문대학에 대한 정책은 실종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린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좋은 일자리 늘리기는 문재인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확대해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 규모가 처음으로 60조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교육부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교육부는 내년 5월까지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마스터플랜에는 고등교육 및 중등교육 단계에서 생애주기별 평생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일자리 창출 등 문재인정부에서 내걸고 있는 캐치프라이즈에 전문대학이 적격이다. 이번 정부가 전문대학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적기”라며 기대를 표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그쳤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문재인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교육부는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 공공성 강화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부분에서 고등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거점국립대 및 지역 강소대학을 육성해 공영형 사립대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이 첫 번째다.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많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전면 개편도 내세우고 있다. 그 외에 등록금 부담 경감이나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 등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안과 대입제도의 단순화, 대학생 기숙사 5만명 수용 등 대학생이 겪고 있는 불편을 최대한 경감시키겠다는 정책이 눈에 띈다.

한편 고용부는 ‘성별ㆍ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 부분에서 신중년 폴리텍을 지정·운영해 퇴직자들을 위한 평생 교육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중에서 일반대학과 겹치는 부분을 제외하고 고등직업교육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전문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있는 것도 구체성이 부족하고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전문대학 지원 확대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구호만 있을 뿐 대상과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19년까지 공영형 전문대학을 지정해 운영한다는 안도 마찬가지다. 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안은 제시돼있지 않다.

실제로 A 전문대학의 한 교수는 “현 상태에서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이 너무 부족하다”며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직업교육이 중시되더라도 전문대학보다는 중등단계나 폴리텍에 더 많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례로 국정개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8년도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제시한건 직업계고 지원을 높이겠다는 정책뿐이다.

이 계획안을 살펴본 A 전문대학 교수는 “현 정부의 약자층에 대한 지향점이 직업계고에만 쏠려 있다”면서 “직업계고와 전문대 간 연계를 활성화해야 단절 없는 경력 개발도 이어질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고용부에서 내세운 ‘신중년 폴리텍대학 지정 및 운영’ 안에 대한 우려도 깊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고용부는 평생직업교육의 일환으로 신중년들을 위한 폴리텍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전문대학 10개교에서 특성화전문대학육성(SCK) 사업 Ⅳ유형인 ‘평생직업교육대학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역할이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평직대 사업을 수행중인 B 전문대학 교수는 “이미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하고 있는 평직대가 10개교나 있다”며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 전문대학을 활용하면 되는데 굳이 ‘신중년 전용 폴리텍’을 신설할 필요가 있겠나”고 말했다.

C 전문대학 교수도 “폴리텍대학을 신설해 중복 투자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기반이 구축돼 있는 평직대에 지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면서 “폴리텍대학 하나를 만드는데 250억원 정도 든다. 반면 평직대 10개교 예산은 1년에 500억원 정도다. 게다가 권역별로 전국에 퍼져 있어 파급효과도 훨씬 클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근혜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보다도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박근혜정부 초기까지는 명확한 목표와 정책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정부는 임기 초 국정과제에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으로 집중 육성해서 학벌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등 전문대학 중심의 정책을 밝혔다. 

특히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이루기 위해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집중 육성 △전문대학 학위과정 및 수업연한 다양화 △전문대학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설치 △평생직업교육대학 육성 △전문대학생의 해외진출 활성화 등 5가지 주요 추진 전략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D 전문대학 교수는 “박근혜정부 초기 때는 구체적인 정책이 명시돼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기대조차도 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 실종의 이유로 대부분의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전문가 부재’를 꼽는다. 교육부에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할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해당 정책을 고안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전문대학가에서는 현재 교육부 수장을 맡고 있는 김상곤 부총리가 교육감 출신으로, 초‧중등교육에 정통한 전문가이며 한신대 교수 출신으로 일반대학에 대한 이해만 갖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E 전문대학 교수는 “김 부총리가 교육감 출신으로 초중등교육에는 관심이 있지만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를 상쇄시켜줄 인사가 필요한데 현 정부에서는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F 전문대학 관계자도 “김 부총리는 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명쾌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슈를 던지는 데 있어서도 미흡하다”고 평했다.

전문대학의 구체적인 상황을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A 전문대학 교수는 “정책 의사결정권자 중 전문대학 현안 및 이슈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대선 전 닥쳐서 하는 일회적인 행사로는 역부족이다. 전문대학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조직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 수준의 조직으로는 아무리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 개진을 하더라도 이를 실행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고등직업교육 관련 기능을 한데 모아 중점적 역할을 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F 전문대학 관계자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강력하지 않으면 어떤 현안도 제대로 추진될 수 없는데 현재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과’ 하나뿐”이라며 “‘국’이나 ‘부’ 수준으로 담당 부서를 키우는 등 조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전문대학의 목소리도 정책에 더 쉽게 반영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E 전문대학 교수는 “교육부 안에서도 중등교육은 평생교육국, 전문대학은 대학지원국이 갖고 있다. 또 직업교육은 고용부가 담당한다. 이렇게 전문대학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부처가 제각각이다보니 부처 간 연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서는 ‘직업교육청’이나 ‘직업교육처’라는 통합부서가 있어 업무를 관장하는데 이를 참고해 조직을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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