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또래 아이들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여중생의 모습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청소년 범죄와 소년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소년보호법을 전면 재검토해 청소년 처벌을 강화하자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개정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청소년 인성 교육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부모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기에’…학교 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해 학생의 ‘부모’ 역할을 탓하는 원성이 터져 나온다. 과연 학교 폭력은 가해자와 그 부모만의 문제일까.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이 생긴 나라다. 이 법은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이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시행 2주년을 맞는 인성교육진흥법이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이 법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제정됐다. 그러나 경쟁 중심의 입시 교육 위주 상황에서 대입과 관계없는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리며 현장에서는 외면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총이 교사 600여 명에게 인성교육에 관해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 가량인 46%가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돼 시행 중인 사실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법 적용 대상의 절반이 모르니 있으나 마나한 법인 셈이다.

최근 발표된 ‘2018년 국가 예산안’을 보자. 교육 분야는 올해보다 10.6%나 예산이 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적은 예산으로 ‘무늬만’ 국가사업이 돼 버린 항목이 있다. 바로 인성교육진흥법이다. 내년도 인성교육진흥사업 예산은 3억5600만원에 불과하다.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연구에 할당된 금액이다. 입시나 등록금 문제처럼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정책이 아니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옛말에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인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성을 교과나 강의만으로 올곧게 심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의 생활은 어떤가. 아쉽게도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쓸 형식적 봉사활동과 외부활동, 경쟁적 입시 준비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여의치 않다.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를 가정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인성교육은 개인·가족·사회·국가 어느 하나만으로 세울 수 없는 영역이다. 인성교육을 단순히 가정과 학교에만 책임지우기보다 인성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기반을 구축하고 가정·학교·사회가 협력하는 구조로 이뤄가야 한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주목되는 ‘인성 교육 활성화’라는 구호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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