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철 서강대 교수(교육대학원)

▲ 정용철 서강대 교수(교육대학원) (사진=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흑인 선수들은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넬슨 만델라가 수감생활을 했던 로벤섬의 마카나 리그는 1966년 창설돼 흑백 화합에 일조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인권 개선의 목소리를 낸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이제는 스포츠를 통해 인권을 논해야 할 때다.”

코치 갑질을 비롯해 선배들의 폭행까지, 스포츠계에 만연한 반인권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용철 서강대 교수(교육대학원)다. 정 교수는 올 초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으로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 박정준 인천대 교수와 함께 ‘스포츠, 인권을 만나다’를 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생소한 ‘스포츠 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들어봤다.

정용철 교수는 “스포츠와 인권의 만남은 항상 서걱거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승자 독식 분야다. 약자에 대한 배려나 감수성이 길러질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스포츠 인권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수영선수 시절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모든 운동선수가 그렇듯, 나 역시 선수 시절 폭력의 피해자였다.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맞는 불합리한 상황이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스포츠계는 상명하복식 질서가 매우 뚜렷하다. 이런 뿌리 깊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포츠 인권 개념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최근 ‘엘리트 선수 학습권’은 중요한 스포츠 인권 담론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는 “국내 엘리트 선수는 대부분 ‘운동기계’처럼 길러진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자란 선수들은 은퇴하면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능력을 상실한다. 이 선수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방법을 알려 주자는 것이 스포츠 인권의 주요한 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용철 교수는 그가 재작하는 서강대는 ‘공부하는 선수’를 양성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서강대에는 체육 관련 학과가 없기 때문에 동아리 위주로 체육 교육이 이뤄져, 아마추어리즘을 반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학으로 손꼽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서강대 학생들이 운동과 공부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는 사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이 엘리트 체육 위주로 성장한 한국 체육계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생활체육을 실천하는 정 교수의 수업에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의 강의는 항상 강의평가에서 상위권이다. 정 교수는 2014년부터 ‘서사적 체육:스포츠와 스토리텔링’이라는 교양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운동을 함께 한다. 신체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성찰한 바를 기록하도록 한다. 이에 몸으로 느낀 경험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체육의 고질적인 이슈는 금메달 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한탕주의 문화’다. 정 교수 역시 체육교육학자로서 다가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마냥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고 전했다.

“더 이상 금메달 수로 줄 세워서 선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런 관행이 스포츠계를 기형적인 문화를 만들었다. 일례로 ‘C 학점 미만 출전 금지’ 조항 같은 당연한 조치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초래한 폐해다. 엘리트 체육계에도 인권 친화적인 교육을 받은 선수가 많아져야 체육계 적폐가 청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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