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우기는 게 어떻게 과학인가”…개신교인도 "성경 잘못 해석"

靑 “종교활동”이라지만 과학계 “반론 거부하는 사이비” 반발
“신학적 소양 부족해 진화론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 분석도
총장‧연구재단PM도 회원...“창조과학자 공직‧강단 진출 부적절”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11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전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부적격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개인의 종교 활동이며, 신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청와대의 '박약한 과학관'을 성토하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를 통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연속 기고에 나섰다. 청와대는 물론 한국 사회가 한국창조과학회의 편향된 주장에 현혹돼 크나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다.

■ 창조과학회 활동이 유사과학이며 반(反)과학인 이유= 소위 ‘창조과학’이라 불리는 창조과학회 주장의 요지는 진화론이 틀렸다는 것이다. 성경의 창조론 부분을 과학적으로 보면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진화론, 지질학, 생명과학, 물리학, 천문학을 반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북대 교수인 한윤봉 한국창조과학회장은 “창조과학은 과학을 무시하지 않으며,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과학은 창조주의 설계에 의한 창조를 전제로 창조가 과학적으로도 사실임을 변증한다”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적 설계에 의한 창조가 과학적으로 사실임을 변증하는 과학적인 연구와 학문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실제 과학자들은 스스로 과학적 사실이 진리라고 주장하지 않으며, 어떤 전제를 갖고 가설을 강변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과학을 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창조과학회는 그들의 주장대로 '성경의 창조를 전제로' 주장을 꿰어 맞추며, 가설이 허위로 드러남에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반과학적 활동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진화학‧과학철학)는 “창조과학회의 해명 자체가 날조다. 과학철학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적어도 과학적 가설이라면 경험적 내용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것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견해가 같다”며 “과학은 권위에 의해 받아들여지거나 반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검증하려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집단적 공격을 통해 살아남거나 폐기된다. 이런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과학자 공동체에서 존재감을 획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본지가 취재한 한국창조과학회 회원들은 공통적으로 “과학계는 우리의 반론을 무시하며 핍박한다”고 주장했다. 그들 스스로 공신력 있는 국제학술지에 단 한편의 논문도 싣지 못한다는 원인을 과학계의 ‘카르텔’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10년 사설에서 “우리가 특정 분야에서 선입견을 지닌 소수의 심사자들에 의존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2009년 5400명의 논문 심사자들을 활용했으며, 특히 날로 새로워지는 기술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더 젊은 연구자들을 새로 심사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창조과학회의 주장을 인용하면 이는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 적어도 5400명의 과학자들이 모두 창조과학을 의도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심사 기준도 철저히 과학적 전문성에 기반한다고 사설에서 밝혔다.

장대익 교수도 “진화론은 160년동안 경험적 증거들의 세계에서 엄청나게 혹독한 검증의 과정을 견뎌낸 잘 확립된 가설로, ‘성숙한 이론’으로 분류된다. 현재의 진화론도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오류를 수정할지 보는 게 (과학계의) 큰 관심이다”며 “진화론이 틀렸다는 사실이 한국창조과학회가 옳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어떤 가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설명력, 예측력, 정확성 등을 담보해야 하는데, 창조과학은 이런 가치들을 확보하지 못하므로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 한국창조과학회는 성경이 오류가 없고, 성경 창조론을 전제로 창조론이 과학적으로 맞다고 주장하는 '창조과학'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일부.

■ “창조과학은 창조론과 달라...신학적으로도 편향”= 청와대의 해명처럼 한국창조과학회 활동을 '신앙의 자유'로 인정한다 해서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신앙의 자유만으로 덮어 주기는 힘든 편협한 신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창조과학회는 해명문을 통해 “극단적 문자주의를 따르지 않는다”면서도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본 회는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오류가 없음)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 개신교 목사들과 신자인 과학자들은 성서 무오설도 편향된 신앙이라고 본다.

예사랑감리교회 변영권 목사는 신학자 마커스 보그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를 인용하며 “성서 무오설과 문자주의는 앎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근대 과학을 낳은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며,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 최근에 생긴 주장이다. (개신교가 태동한) 종교개혁 시기 루터는 야고보의 편지(야고보서), 요한의 묵시록(요한계시록)을 신약 성서에서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기록도 있다”며 “성서는 원본도 없고, 사본간 차이도 있고 번역 과정에서 생긴 오역과 의역의 문제도 있다. 문자주의는 신학적으로도 의미 없는 반지성적 주장이며, 성경과 기독교의 의미를 단순화, 획일화로 축소해 궁극적으로는 왜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 목사는 “이 같은 근본주의 성향의 교회들이 창조과학을 옹호하고, 진화론이 기독교 신앙을 위협한다고 여기는 이유는 창조-타락으로 인한 원죄-예수의 십자가 대속과 구원으로 이어지는 개신교의 전통적 신학 구조를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근본주의 성향의 목회자들은 이 부분(성경의 창조설)을 새롭게 해석하고 성도들에게 가르칠만한 신학적 소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유신론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우종학 서울대 교수(천문학)는 “신앙인도 과학을 수용하고 함께 갈 수 있다. 성경은 과학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과학적 기술이 아니라, 수천년 전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라며 “창조과학을 신앙으로 주장할 수는 있지만, 성경을 문자적, 과학적 기술로 해석하는 것은 구약성경을 연구하는 신학자들조차도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창조과학이 왜곡된 신앙이라고 단언한다. 변 목사는 “신앙의 진정성은 자신이 믿는 진리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해서 도전함으로써 사고를 넓혀가는 것”이라며 “창조과학은 삶을 걸고 고민해야 할 신앙의 문제를 협소한 문자적 의미에 가둬버리고, 개신교를 반지성적이고 반사회적 종교로 만든다. 사유하기를 거부한 신앙이므로 진정성 있는 모습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진화론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과거 한국창조과학회 강연 중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며 해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 캡쳐.

■ 각계 포진한 숨은 창조과학자들...박성진 인선문제 본질은= 창조과학회 활동은 과학도, 합리적인 신앙도 아니다. 비판적인 과학자들과 개신교인들은 개인 신앙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공직자로서는 편향된 시각을 갖고 공적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창조과학회 회원들이 과학계 요직 곳곳에 진출해 전문가로서 과학을 호도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가 창조과학회 활동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한국연구재단의 전 단장(PM)이었던 한 생물학자가 단장 재임 시절 창조과학회 학술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 창조과학회장인 L 교수는 대학에서 유전체, 단백체 의과학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현직 대학 총장과 중견기업 대표이사 등 과학계 주요 보직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한윤봉 회장도 화학공학자로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BRIC의 창조과학 연속기고를 기획한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세포분자의학)는 “창조과학운동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은 제대로 된 과학기술 관련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편협한 신앙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다는 뚜렷한 상징”이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해치는 데 전혀 꺼리김이 없는 사람들이다. 개인적 신앙은 보호해줘야 마땅하나, 공공의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창조과학회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한국 학자들과 시민운동단체들의 무대응을 빌미로 훌쩍 커버린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적어도 과학교육과 관련된 공적 영역에 이들이 발을 붙히지 못하게 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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