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임용 비리 시리즈 첫회가 나가자 대학가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자신의 대학에도 본지에 제시한 유형과 똑같은 형태의 비리가 있다고 제보한 학생, 교수임용 비리는 어느 대학에도 있다고 주장한 교수, 이 기회에 교수임용 비리가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교직원 등 전화는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우리 교수 사회가 타락해 있다는 걸 반증하는 셈. 이에 두 번째 시리즈에서도 교수임용비리의 다양한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금품, 향응은 필수과목]

금품수수와 향응 요구는 교수 임용을 둘러싼 비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러한 사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 신설대와 중소규모대학에서 주로 벌어지지만 대규모 종합대의 예/체능계, 의대 등을 중심으로도 종종 발생한다.

서울 모 의대 대학원생들의 증언은 일부 교수들이 박사학위를 미끼로 온갖 추잡스러운 일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학 대학원생 3명은 취재팀에게 익명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의대의 교수 임용비리는 워낙 뿌리가 깊어서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모르겠습니다. 우리과 선배들은 대부분 의원을 개업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는 권위뿐만 아니라 병원영업에도 도움이 돼 대부분학위를 따려고 합니다. 이 심리를 일부 교수들이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거지요"

"어떤 선배는 한밤중에 박사학위심사를 하는 교수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룸살롱인데 술값이 없어서 그러니 돈을 준비해서 오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선배는 돈을 준비해서 강남의 룸살롱으로달려갔습니다. 그 선배가 그날 하룻밤 술값과 택시비 등으로 3명의 교수에게 쏟아 부은 돈은 5백여만원 정도나 됐답니다"

최근 모 사립대에 교수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박사학위 소지자이모씨는 "임용공고를 낼 당시 수억원의 학교 발전기금을 낸 사람이 이미 신규 교수로 내정된 것이 학교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이들의 꼭두각시 놀음에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지방의 조선대, 대불대, 경산대에서도 교수 채용과 관련해 금품수수의혹이 잇따라 불거져 최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조선대 치과대학과 영암 대불대 전임강사로 채용된 7명이 교수 공채에 지원하면서 금품을 건넨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으며대구지검 특수부도 경산대에 지난해 임용된 L교수가 임용때 재단에 3천만원을 준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94년 지방의 모 공전의 교수 신규 임용에서 발생한 금품 요구사례는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대학에 지원한 이 모씨는 학교측으로부터 임용이 확정됐다는 구두통보를 받았다. 이후 김 모학과장이 학장과 학과장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다른 대학의 경우 1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특별히 자신의 독일여행 경비 1천만원과 학장 5백만원 등 모두 2천만원을 요구, 강요에 못이겨 돈을 건네주었다고 실토했다.

이씨는 또 교수로 임용된 후에도 학장의 집을 방문할 때 2백50만원 상당의 선물을 해야 했으며 술시중까지도 들곤 했다며 분노했다. 이렇듯 일부 신임교수들은 임용된 후에도 금품 및 향응 요구로 시달리고 있는 것이 우리대학의 비뚤어진 한 단면이다.

[교수들 담합 내사람 심기]

교수임용은 1차적으로 학과 교수들에게 있기 때문에 대학후배나 제자를임용, 학과 교수들의 내사람 심기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은 규모가 큰 대학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임용한 측이나 임용된 측 모두가 이를 당연시하는 '도덕 불감증'에 중독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전공과 관계없는 부적격자가 임용돼 강의를 맡고 있는데 지난 96년 교육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70개 대학 3천8백96개의 강좌가담당교수의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팀에 의해 밝혀진 고려대 의대 내분비과 교수 임용비리도 교수가 내사람을 심기 위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본지 266호 1면보도)

실제 지방의 J대학 경영학과의 경우 학과 교수들의 의견대립으로 지난몇 년 동안 신규 교수를 한사람도 임용하지 못했다.

심사과정에서 자질이 뛰어나면서도 교수들과 친분관계가 없는 후보자는점수를 낮게 책정하고 이보다 못한 후보자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자 학교측은 제도 개선 등신규임용을 위한 노력을 보였지만 학과 교수들간의 담합과 내사람 심기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소비적인 학과내의 소모전은 학과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이사장 친인척과 공모도]

재단비리는 교수와 교직원 인사를 중심으로 무차별하게 학사행정에 간섭하거나 학교예산과 자금을 불법 유용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같은 비리는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과 측근 교수들의 '공모'로 광범위하고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는 이사장의 전횡을 견제할 세력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많은 교수들은 대학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있는 현행 사립학교법 아래서는 이같은 부정비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사장의 아들, 며느리, 사위, 동서, 조카사위, 조카, 외손자, 조카며느리, 처 조카사위' 등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D전문대는 이런 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같은 교수들이 무려 12명에 이르며 핵심측근 교수들까지 합치면 50여명 정도에 이를 정도로 '가족잔치'를 벌이고있는 것이다.

또 지난 94년 교수임용 당시 이 대학 피부관리과와 안경광학과의 후보자 중 적격자가 없어 전원 불합격처리 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용심사에서탈락한 2명이 객원교수로 있으며 더욱이 이들은 주 1~2시간 강의로수백만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아연케 한다.

최근에는 노골적인 인사전횡을 눈가림하기 위해 이사장끼리 친인척을 물물교환(?) 형태로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대학에서 경력 및 서류 조작을 통해 교수를 임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박사학위 소지자 대신 석사학위자를 임용하는 사례도 반발하고 있다.

[총장입김에 꼴찌가 선발]

이 형태는 해당학과의 서류심사 이후 대학 심사위원회의 최종심사과정에서 이뤄지는 부정인데 연구실적, 경력 등 객관적 평가기준보다 면접에 과중한 배점을 주고 총장이 인사위원들을 자신의 측근들로구성하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실제 많은 대학에서 학과 교수들이 평가한 서류심사의 순위가면접단계에서 순위가 바뀌어 임용되는 사례가 빈발, 학교측과 학과 교수들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 C대학은 지난 95년 경영학과를 비롯한 11개 학과 교수임용에서학과 평가 1순위자들이 대거 탈락하고 하위순위, 심지어는 최하위 순위가 임용돼 불공정 시비를 낳기도 했다.

특히 경영학과에 지원한 김모씨는 학과평가에서 1순위였으나 면접전형에서는 4위로 밀려나 학과평가에서 3위를 한 신모씨가 임용됐으며 전자계산학과에 지원한 고모씨는 학과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으나총장이 고득점을 부여, 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의 모 사립대에서는 지난달 초 총장의 아들이 시스템공학과 교수에 임용된 것을 놓고 뒷말이 많았다. 다른 학부 및 학과는 공개채용 심사를 거친데 반해 유독 이 학과만은 비공개 경쟁을 통해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쳐 임용했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이 과정에서 재단 관련 기술연구원 3명을 전임교원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아들을 슬며시끼워 넣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

[재임용심사 '한몫' 기회]

지난 93년 이후 대학 및 전문대에서는 61명에 달하는 교수가 재임용에서탈락했다. '교수의 연구 진작'이라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교수 재임용제는 일부 인사권자가 이를 악용, 교수 길들이기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J대학은 본부 인사위원회에서 사범대의 강 모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교수들이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특히 이 대학은 지난 82년 종합대로 승격된 이후 처음 있었던 일로 같은 과 김 모교수와 종종 마찰을빚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재임용 탈락의 고의성 의혹이 제기된것이다.

특히 이번 재임용 심사에서 다른 단대의 교수들은 대부분 1천점 만점에 9백점 이상을 받은 반면 강 모교수만이 유일하게 6백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인사위원들의 조직적인 담합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부 교수들은 강교수 재임용 문제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을 폭로했으며 강교수가 재임용에 저촉될 학문적, 인격적 하자가 없다는 것 등을 들어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D여대, S대, C대, H대 등 일부 대학에서 전개되고 있는 재임용제도의 악용사례는 인사권자의 권력남용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장치가 없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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