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안 통과가 필수적…대학가 여론·정치역학 변수로 적용될까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3주기에 걸쳐 치러지는 대학구조개혁 1주기가 지난 4일부로 마무리됐다. 2015년 처음 치러진 1주기 평가에서 67개 대학이 D등급과 E등급을 받아 재정지원제한을 받았으며, 이 중 41개 대학은 3년간의 컨설팅과 이행점검을 통해 재정지원제한이 단계별로 해제됐다. 1주기 최종 하위대학으로는 25개 대학이 남게 됐다.

일반대 중에서는 대구외대, 서남대, 신경대, 한중대, 한려대 등 5개교가, 전문대의 경우 광양보건대학, 대구미래대학, 영남외국어대학, 웅지세무대학 등 4개교가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돼 내년도에 모든 재정지원이 제한된다. 한려대는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해 편제 완성 2년 미도래 대학이라서 올해 새로 평가한 결과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대학들은 폐교될 가능성이 커졌다. 2주기 평가가 예정대로 추진되고, 2번 연속 하위대학으로 될 경우 폐교된다는 골자의 대학구조개혁법이 통과될 경우 말이다.

■1주기는 정원감축, 2주기는 퇴출에 방점 =이명박정부의 대학평가가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평가’였다면 박근혜정부의 대학평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 도입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기 때문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평가에 따라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평가를 통해 1주기(2015년~ 2017년) 4만명, 2주기(2018년~2020년) 5만명, 3주기(2021년~2023년) 7만명 등 총 16만명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5개 등급 중 최우수 A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일반대의 경우 A등급은 자율감축, B등급 4%, C등급 7%, D등급 10%, E등급 15%를, 전문대학은 A등급 자율감축, B등급 3%, C등급 5%, D등급 7%, E등급 10%를 줄이도록 했다. 그 결과 1주기 정원 감축분은 총 4만7382명이다. 물론 2014년 대학 특성화(CK) 사업과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SCK) 사업과 연계해 4만1943명의 정원 감축이 이뤄졌으며, 실제 2015년 평가결과에 연계된 추가 정원감축분은 5439명이었다.

1주기는 이처럼 등급별로 정원감축을 유도했다면 2주기는 하위대학에 대한 퇴출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정원을 줄일 예정이다. 2주기 평가는 상위권 자율개선대학과 하위 X, Y, Z등급으로 나눠 선정한 뒤 하위대학에 정원 감축을 강제하는 체계다. 자율개선대학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략 40~60% 사이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2주기 평가를 실시할 문재인정부는 정원감축 목표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기조로 바뀌었다. 류장수 신임 대학구조개혁위원장도 정부의 정원감축 목표보다는 한계대학 정리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로 1000억원대를 횡령한 사학비리로 수감된 이홍하씨가 설립한 서남대와 신경대, 한려대, 광양보건대학은 모두 최하위대학에 지정됐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신경대는 지난해 상시컨설팅은 벗어났지만 결국 다른 세개 대학과 묶여, 정부의 퇴출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처럼 하위대학 퇴출에 무게가 실리면서, 2주기 역시 정원 감축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도에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25개 대학의 면면을 보면 2700여 명 규모의 청주대를 제외하면 모두 1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이다. 이 대학들이 다시 2주기 평가에서 하위대학으로 분류돼 모두 정리된다고 해도 약 1만2000명 수준이다.

결국 학령인구 급감에 대한 대응으로는 부족한 결과가 나온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모집인원을 줄여달라는 요구, 기관평가인증 기준을 활용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구조개혁법 통과 시 2주기 평가가 퇴출 판가름= 대학가에서 구조개혁평가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거세기도 하지만 핵심은 역시 법안에 있다. 문재인정부가 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하기로 한 이상,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기조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초부터 대학구조개혁법의 쟁점사항인 ‘대학 해산 후 잔여재산 귀속 문제’를 비롯해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은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별도 추진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평가에 따라 정원감축과 폐교를 가능케 하는 조항은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수년간 국회에 계류된 대학구조개혁법이 단기간에 통과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시급한 조항부터 개정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역시 지난달 수정편람을 공개하면서 이달 중 대학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추진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밝혀, 수정 가능성은 높아졌다. 만약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른 폐교를 인정하는 조항이 통과된다면 1주기에서 E등급이 된 대학들은 이번 2주기에 대학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난다. 1주기 평가결과를 소급 적용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 때문에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해 2주기 평가를 피하려는 대학들의 통폐합 논의도 올해 하반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일재단 또는 같은 설립자 산하에 복수의 대학이 있는 곳은 총 24개(분교대학 제외)다. 교육부는 본·분교 통합이나 최하위 대학간 통폐합의 경우에도 구조개혁평가에서 제외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정부에서 대학구조개혁법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정당이지만, 정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유지하기로 했고 여당이 된 지금은 정부와의 긴밀히 협조해야 할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유성엽 위원장이 속한 국민의당이 힘을 보낸다면 수정 법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유은혜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이 됐으니 교육부에서 관련 법안에 대해 수정 의사를 밝히면 협의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논의한 바는 없고, 정부입법과 의원입법 중 어떤 쪽으로 택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2차 의견 수렴을 앞두고 대학가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대학협의체 산하 기관에서 실시하는 기관평가 미인증 대학의 수가 워낙 적고 지표별 기준이 높지 않아 일원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학 구성원들 역시 평가준비에 대한 부담과 결과조치가 구성원의 피해로 연결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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