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S대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H씨(41)는 지난 5년간 10여 차례 신규 교수임용 공채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 가운데 몇 번은 총장 면접까지 갔지만 결과는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처음 한두 번은 '이것도 경험이겠거니'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거듭될수록 느껴야 했던 심적 고통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재단이나 학교당국, 하다못해 학과 교수들과 아무런 연고도 없이 교수직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지방 국립 K대 철학과에 지원했으나 채용 심사를 담당했던 교수가 자신의 출신학교 후배를 추천하는 바람에 또 다시 +낙방하는 불운을 겪었다. 암담한 심경에 처했던 H씨는 다만 몇 푼이라도 돈을 마련해서 수를 써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요구하는 액수는 억대를 호가했다.

H씨는 요즘 교수직을 얻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판단, 불면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H씨는 교수임용과 관련한 갖가지 악습을 볼 수 있었다. 교수임용의 기준은 학교마다 천차만별로 다양했다. 하지만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학교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는 것이 H씨의 결론이었다.

"실력 없는 교수나 비리교수를 물러나게 하는 교수 퇴출제도가 마련돼야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비리의 악순환이 절대로 그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학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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