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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심층대담]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어나갈 것"융복합형 교육 과정 개발로 창의적 인재 양성
김진희 기자  |  mrnet753@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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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7  17: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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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의 구조개혁평가는 경쟁력 떨어뜨려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네모난 탁자. 작은 화분. 사이클용 자전거. 성공회대 총장실의 단출한 풍경이다. 필요없는 물건은 최소화했다. 크기는 다소 작을지 몰라도 구성은 무척 알차다. 총장실 모습이 성공회대를 똑 닮아있다.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성공회대 영향력은 그 누구 못지않다. 인권·평화·생태·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특성화된 교양과목과 전인적 지성인을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인문사회분야의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이정구 총장은 2012년부터 이 대학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는 재임 동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성공회대만의 ‘인간적’ 교풍을 이어가되, 사회 변화에 따른 혁신도 놓칠 수 없어 동분서주한다.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온 융복합형 교육과정을 내년부터 시작하는 게 그 방증이다. 지난 12일 성공회대 총장실에서 이정구 총장을 직접 만나 성공회대가 새롭게 꾸려갈 노정과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제언을 함께 들었다.

- 총장 연임한지 1년이 넘었다. 목표는 무엇이었고 잘 실행되고 있는 지 궁금하다.

“한번쯤 총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연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더 그렇다. 성공회대를 작지만 특성있고 강한 대학으로 만들고 싶은 게 목표였다. 하지만 총장이 되자마자 구조개혁평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내세우며 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교육의 질 고양이다. 그러나 구조개혁평가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평가 준비로 인해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만 소요될 뿐이다. 성공회대가 지향하는 목표는 열림‧나눔‧섬김이라는 기독교 정신이다. 이를 대학 사회에 구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구조개혁평가다. 특성화 관련 지표가 들어 있는데 이런 토양에서는 특성화 대학이 자라나기가 힘들다. 세계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튼튼한 특성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최소한의 간섭, 그리고 풍부한 지원이 필요하다. ”

- 성공회대는 어떤 대학인가.

“성공회대는 작지만 자유로운 대학이다. 이런 표현을 써보겠다. 갑자기 비가 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보통 비를 맞지 않으려고 교육을 받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우산 아래서 비를 함께 맞자’를 모토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만큼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다른 장점은 소통에 강하다는 점이다. 학생 수가 적고 소규모 강의가 많은 특성 때문인지 교수와 학생들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덕분에 우리 학교의 인재상도 다른 학교와는 조금 다르다. 개성있고 자유로운 인간. 섬세한 감정을 갖고 풍부한 창의력과 굳센 용기를 겸비한 인간. 이렇듯 다양한 면이 골고루 발달한 융ㆍ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게 성공회대 교육의 목표다.”

- 문재인 정부 수립 뒤 100여일이 지났다. 성공회대 교수 출신이 잇달아 주요 보직에 등용되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교수가 기본적 책무만 다한다면 그 외 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게 우리 학교의 기본 방침이다. 그래서 정치적 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진보사학으로서 정체성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성공회대 총장이었던 시절, 고(故) 신영복 선생 등을 비롯한 진보적 인사를 교수로 많이 영입했다. 그리고 그분들이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일을 하게 됐다. 문재인정부에서 러브콜이 들어온 것도 그러한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싶다. 대학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명이 있는 만큼 진보적이어야 한다. 진보사학으로서의 정체성은 우리 학교가 가진 큰 장점이다.”

- 지난 4월 열린 성공회대 개교 103주년 기념예배에서 ‘대학 특성화를 위한 새로운 융복합형 교육과정 개발’을 내세운 바 있다. 융복합형 교육과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현재 우리 대학의 입학 정원은 500명 정도고 학과는 13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떤 과는 정원이 20명에 그친다. 이렇게 해서는 학과 운영이 어렵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ㆍ복합형 인재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내년부터 과거의 학과제와는 다른 융합학부제를 시행하게 됐다. 2018학년부터 신입생은 학과가 아닌, 인문융합자율학부‧사회융합자율학부‧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IT융합자율학부 4개 학부로 입학한다. 이후 충분한 전공 탐색과정을 거쳐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전공 선택의 폭도 넓혔다. 학생들은 최대 세 개까지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 전공을 융합해 새로운 융복합형 전공을 만들 수 있다. 즉, 자신이 직접 설계해서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융합한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려면 기초 교양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리큘럼도 바꾸었다. 1학년 때는 기초교양과정을 배우는 데 주력한다. 이어 2학년 때는 전공과정 개설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탐색하도록 하고 3학년 이후부터 전공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을텐데.

“융복합형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무려 4년 여를 준비했다. 이렇게 늦어진 까닭은 늦게 가더라도 학생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과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학생회가 항상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소통하다보니 지금은 조정국면에 들어가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중이다. 융복합형 교육과정 개발은 시대 요청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학과를 없애고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생각해보자.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진 과가 얼마나 많나.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두려움 정도는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 융ㆍ복합형 교육 개발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나.

“이번 교육과정의 특징은 자신이 직접 자신의 전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건 주어진 정보를 암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정보를 취합하고 자신의 관점대로 분석하는 능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성과 감성’도 중요하다. 단순히 기능공을 양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좀 더 섬세한 감성과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 발전한 기술도 올바른 곳에 쓸 수 있다. 이렇게 융ㆍ복합형 교육 과정을 적용해 다양한 감성이 골고루 발달한 학생들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

- ‘지역사회 와의 공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에 관심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를 통해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시대가 변화하면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특히, 우리같이 작은 규모 대학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려서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래서 서울시가 지원하는 ‘캠퍼스타운사업’ 일환으로 ‘구로마을대학’을 개소하게 됐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대학이 공생하는 모델을 잘 개발해내는 게 필요하다. 지역사회는 지역청년, 고령자 재교육 및 취‧창업교육을 대학에서 제공해주길 바란다. 반면 학생들은 지역사업체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이 두 가지 요구를 잘 아울러야 한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공생 모델 개발, 지역사회 경제 주체와 대학생 간 일자리 연계, 지역 주민과 대학의 공동체 문화 창달, 대학의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 크게 네 가지를 목표로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

- 지난번 졸업식에서 축사를 학교 경비원에게 맡겨 화제가 됐다. 이러한 행사를 고안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학교 차원에서 학생 장학금을 확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재정상황이 어려워 한계에 봉착했다. 그때 학내 경비와 미화를 담당하는 분들이 학교 사정을 배려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기부했다. 이에 대한 답례의 의미가 컸다. 한편으로는 ‘더불어 함께 사는’ 학교의 교육 이념을 상기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번에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축사를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원이 축사 요청을) 계속 거절했는데 간신히 설득해 성사됐다.”

-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중 관심을 끄는 게 ‘공영형 사립대’ 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의 지원을 더해 사립대를 ‘반 공립대학’으로 만드는 정책이다. 이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립대는 창립자가 있고 그에 따른 건학이념이 있다. 만약에 법인 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강제하면 (창립자 입장에서) 학교를 뺏기는 게 아닌가 하는 반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이러한 반감을 없애줘야 한다. ‘학교 경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만 정부가 지원한다. 언제든지 준비가 됐을 때는 독립해 나갈 수 있다’고 보장해주면 ‘공영형 사립대’는 성공할 수 있다. 비리 법인은 정리하는 게 옳다. 하지만 법인의 재정 상태만을 보고 대상을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청렴한 법인들이 불이익을 받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공영형 사립대’는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면 좋겠다.”

-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한 말씀해달라.

“국가가 교육정책에 주도적으로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 지금은 정부 주도로 사업이 진행된다. 정부가 먼저 특정 사업을 제안하면 대학이 경쟁해 이를 따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특성화가 힘들다. 탄탄한 특성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자신의 성격에 맞춘 특성화 전략을 제안하고, 정부는 그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평가 제도를 철폐하고 정부 주도의 대학 지원 방식을 바꿔야 한다. 자율성 강화가 시급하다. 또한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악화도 문제다. 경제 악화로 대학 기부금 확보도 어렵다. 때문에 우리 대학을 비롯해 적자를 호소하는 대학이 많다. 가난하지만 청렴한 대학은 정부가 대학 운영비 지원을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

   
▲ 이정구 총장(왼쪽)이 이정환 편집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정구 총장은…

1954년생. 한신대 신학과‧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1999년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가 됐다. 2012년부터 성공회대 총장에 재임 중이다. 현재 대한기독교서회 이사와 전국신학대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교회건축과 기독교미술탐사》(2009) 《교회그림자 읽기》(2011) 《Architectural Theology in Korea》(2011) 등이 있다. 2007년에는 터키 여행에서 기록한 사진을 모아 '터키사진 초대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대담=이정환 편집국장  /  사진 ㆍ영상 =한명섭 기자 / 정리=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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