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어나갈 것"
[심층대담]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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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형 교육 과정 개발로 창의적 인재 양성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평가는 경쟁력 떨어뜨려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네모난 탁자. 작은 화분. 사이클용 자전거. 성공회대 총장실의 단출한 풍경이다. 필요없는 물건은 최소화했다. 크기는 다소 작을지 몰라도 구성은 무척 알차다. 총장실 모습이 성공회대를 똑 닮아있다.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성공회대 영향력은 그 누구 못지않다. 인권·평화·생태·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특성화된 교양과목과 전인적 지성인을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인문사회분야의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이정구 총장은 2012년부터 이 대학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는 재임 동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성공회대만의 ‘인간적’ 교풍을 이어가되, 사회 변화에 따른 혁신도 놓칠 수 없어 동분서주한다.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온 융복합형 교육과정을 내년부터 시작하는 게 그 방증이다. 지난 12일 성공회대 총장실에서 이정구 총장을 직접 만나 성공회대가 새롭게 꾸려갈 노정과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제언을 함께 들었다.

- 총장 연임한지 1년이 넘었다. 목표는 무엇이었고 잘 실행되고 있는 지 궁금하다.

“한번쯤 총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연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더 그렇다. 성공회대를 작지만 특성있고 강한 대학으로 만들고 싶은 게 목표였다. 하지만 총장이 되자마자 구조개혁평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내세우며 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교육의 질 고양이다. 그러나 구조개혁평가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평가 준비로 인해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만 소요될 뿐이다. 성공회대가 지향하는 목표는 열림‧나눔‧섬김이라는 기독교 정신이다. 이를 대학 사회에 구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구조개혁평가다. 특성화 관련 지표가 들어 있는데 이런 토양에서는 특성화 대학이 자라나기가 힘들다. 세계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튼튼한 특성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최소한의 간섭, 그리고 풍부한 지원이 필요하다. ”

- 성공회대는 어떤 대학인가.

“성공회대는 작지만 자유로운 대학이다. 이런 표현을 써보겠다. 갑자기 비가 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보통 비를 맞지 않으려고 교육을 받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우산 아래서 비를 함께 맞자’를 모토로 교육을 진행한다. 그만큼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다른 장점은 소통에 강하다는 점이다. 학생 수가 적고 소규모 강의가 많은 특성 때문인지 교수와 학생들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덕분에 우리 학교의 인재상도 다른 학교와는 조금 다르다. 개성있고 자유로운 인간. 섬세한 감정을 갖고 풍부한 창의력과 굳센 용기를 겸비한 인간. 이렇듯 다양한 면이 골고루 발달한 융ㆍ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게 성공회대 교육의 목표다.”

- 문재인 정부 수립 뒤 100여일이 지났다. 성공회대 교수 출신이 잇달아 주요 보직에 등용되는 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교수가 기본적 책무만 다한다면 그 외 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게 우리 학교의 기본 방침이다. 그래서 정치적 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진보사학으로서 정체성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성공회대 총장이었던 시절, 고(故) 신영복 선생 등을 비롯한 진보적 인사를 교수로 많이 영입했다. 그리고 그분들이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일을 하게 됐다. 문재인정부에서 러브콜이 들어온 것도 그러한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싶다. 대학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명이 있는 만큼 진보적이어야 한다. 진보사학으로서의 정체성은 우리 학교가 가진 큰 장점이다.”

- 지난 4월 열린 성공회대 개교 103주년 기념예배에서 ‘대학 특성화를 위한 새로운 융복합형 교육과정 개발’을 내세운 바 있다. 융복합형 교육과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현재 우리 대학의 입학 정원은 500명 정도고 학과는 13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떤 과는 정원이 20명에 그친다. 이렇게 해서는 학과 운영이 어렵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ㆍ복합형 인재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내년부터 과거의 학과제와는 다른 융합학부제를 시행하게 됐다. 2018학년부터 신입생은 학과가 아닌, 인문융합자율학부‧사회융합자율학부‧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IT융합자율학부 4개 학부로 입학한다. 이후 충분한 전공 탐색과정을 거쳐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전공 선택의 폭도 넓혔다. 학생들은 최대 세 개까지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 전공을 융합해 새로운 융복합형 전공을 만들 수 있다. 즉, 자신이 직접 설계해서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융합한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양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려면 기초 교양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리큘럼도 바꾸었다. 1학년 때는 기초교양과정을 배우는 데 주력한다. 이어 2학년 때는 전공과정 개설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탐색하도록 하고 3학년 이후부터 전공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을텐데.

“융복합형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무려 4년 여를 준비했다. 이렇게 늦어진 까닭은 늦게 가더라도 학생을 포함해 전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과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학생회가 항상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소통하다보니 지금은 조정국면에 들어가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중이다. 융복합형 교육과정 개발은 시대 요청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학과를 없애고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생각해보자.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진 과가 얼마나 많나.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두려움 정도는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융ㆍ복합형교육개발로무엇을성취하고싶나.“이번교육과정의특징은자신이직접자신의전공을설계할수있도록했다는데에있다.이러한과정을통해서학생들은자신의정체성을스스로찾아갈수있다.4차산업혁명시대에필요한건주어진정보를암기하는능력이아니라그정보를취합하고자신의관점대로분석하는능력이다.4차산업혁명시대에적합한인재를양성하기위해서라도교육과정의혁신이필요하다고생각했던까닭이다.또,4차산업혁명시대에는‘인성과감성’도중요하다.단순히기능공을양성하는데그쳐서는안된다.좀더섬세한감성과바른인성을가진사람이발전한기술도올바른곳에쓸수있다.이렇게융ㆍ복합형교육과정을적용해다양한감성이골고루발달한학생들을양성하는게목표다.”-‘지역사회와의공존’에관심이많은것같다.이에관심가지게된이유는무엇인지,이를통해무엇을실현하고싶은것은무엇인가.“시대가변화하면서지역사회와의협력이상당히중요해졌다.특히,우리같이작은규모대학은지역사회에뿌리내려서공존하지않으면살아남기힘들다.그래서서울시가지원하는‘캠퍼스타운사업’일환으로‘구로마을대학’을개소하게됐다.이사업을성공적으로이끌어나가기위해서는지역사회와대학이공생하는모델을잘개발해내는게필요하다.지역사회는지역청년,고령자재교육및취‧창업교육을대학에서제공해주길바란다.반면학생들은지역사업체에취업하기를원한다.이두가지요구를잘아울러야한다.지역사회와대학의공생모델개발,지역사회경제주체와대학생간일자리연계,지역주민과대학의공동체문화창달,대학의지역사회문제해결등크게네가지를목표로사업을수행할계획이다.”-지난번졸업식에서축사를학교경비원에게맡겨화제가됐다.이러한행사를고안하게된이유는무엇인가.“당시학교차원에서학생장학금을확충하려고노력하는중이었다.하지만재정상황이어려워한계에봉착했다.그때학내경비와미화를담당하는분들이학교사정을배려해십시일반돈을모아기부했다.이에대한답례의의미가컸다.한편으로는‘더불어함께사는’학교의교육이념을상기하는측면도있었다.이번에는학내구성원들에게축사를맡겨도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경비원이축사요청을)계속거절했는데간신히설득해성사됐다.”-문재인정부의고등교육정책중관심을끄는게‘공영형사립대’다.이에대해서어떻게생각하나.“‘공영형사립대’는정부의지원을더해사립대를‘반공립대학’으로만드는정책이다.이게성공하기위해서는적절한전략이필요하다.사립대는창립자가있고그에따른건학이념이있다.만약에법인재정이여의치않다는이유만으로공영형사립대전환을강제하면(창립자입장에서)학교를뺏기는게아닌가하는반감이생길수있다.따라서사전에이러한반감을없애줘야한다.‘학교경영이일정수준에도달할때까지만정부가지원한다.언제든지준비가됐을때는독립해나갈수있다’고보장해주면‘공영형사립대’는성공할수있다.비리법인은정리하는게옳다.하지만법인의재정상태만을보고대상을판단하는건옳지않다.청렴한법인들이불이익을받는꼴이기때문이다.이런점을고려해‘공영형사립대’는차근차근추진해나가면좋겠다.”-문재인정부의고등교육정책에대해한말씀해달라.“국가가교육정책에주도적으로간섭하는건옳지않다.지금은정부주도로사업이진행된다.정부가먼저특정사업을제안하면대학이경쟁해이를따내는방식이다.하지만이렇게해서는특성화가힘들다.탄탄한특성화대학을만들기위해서는각대학이자신의성격에맞춘특성화전략을제안하고,정부는그사업을지원하는방식이돼야한다.천편일률적인평가제도를철폐하고정부주도의대학지원방식을바꿔야한다.자율성강화가시급하다.또한등록금동결로대학재정악화도문제다.경제악화로대학기부금확보도어렵다.때문에우리대학을비롯해적자를호소하는대학이많다.가난하지만청렴한대학은정부가대학운영비지원을확대해주었으면한다.”
▲ 이정구 총장(왼쪽)이 이정환 편집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정구 총장은…

1954년생. 한신대 신학과‧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1999년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가 됐다. 2012년부터 성공회대 총장에 재임 중이다. 현재 대한기독교서회 이사와 전국신학대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교회건축과 기독교미술탐사》(2009) 《교회그림자 읽기》(2011) 《Architectural Theology in Korea》(2011) 등이 있다. 2007년에는 터키 여행에서 기록한 사진을 모아 '터키사진 초대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대담=이정환 편집국장  /  사진 ㆍ영상 =한명섭 기자 / 정리=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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