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낙오 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서 전문대학이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이주호 전 장관이 14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UCN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2017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학습 혁명’을 주제로 발표를 맡아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월에 열린 다보스 포럼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현재 직업의 45% 정도가 자동화된다는 것과 한국이 전체 국가 중 42위로 이에 준비가 안 된 국가로 지목됐다는 것”이라면서 “실제 최근 조선업 불황, 청년실업 문제 등 4차 산업혁명의 전조 증상이 우리나라에서 벌써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1985년에서 2010년 사이, 즉 한 세대 사이에 제조업이 반으로 줄었다. 반면 인터넷, R&D, 소프트웨어, 제약 등은 계속 늘고 있다. 제조업은 반토막 났지만 다른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성되면서 적어도 일자리 자체는 줄진 않았다”면서 “한국의 경우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은 이미 포화상태며 반도체, 기계 등도 5년 내에는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다. 결국 무인택배, 인공지능,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신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것이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퍼스트 무버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존과 같이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er)에 머물러 있어서는 곧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는 낙오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너지산업, ICT, 첨단 신소재 등의 신산업에서의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생각보다 훨씬 미약하다. 중국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기존의 방식에서 완전히 변화하지 않으면 계속 어려워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 장관은 퍼스트 무버는 ‘개념설계 능력’이, 패스트 팔로우는 ‘실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가장 큰 차이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실행 능력’이 뛰어난 패스트 팔로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장관은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남이 주는 문제만 계속 푼다. 그러나보니 문제에 대한 실행은 잘 하는데 개념 설계는 못한다. 이것이 핵심”이라면서 “산업은 아직까지 패스트 팔로우에 머물러 있고 인재들은 실행능력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에서 선두로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퍼스트 무버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에서 학습 혁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실패’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패스트 팔로우는 실패를 얼마 안 해도 성공할 수 있지만 퍼스트 무버는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수십번, 수백번 실패하고 성공한다”면서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해야 한다. 실패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학교다. 학생들이 실패하더라도 뭐든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서는 계속 배워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주입식, 암기식 교육 등 ‘런 투 테스트’에서 벗어나 ‘런 투 런’ 학습으로 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마이클 주크버그는 매년 새해가 되면 ‘러닝 애니모어’를 결심한다. 구글도 새로운 인재를 선발할 때 딱 한 가지 본다. 바로 ‘러닝 애니모어’, 즉 얼마나 배우는 것에 미쳐있느냐다“라면서 ”우리나라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애들을 배우는 것에 지치게 만든다. 이제는 배우는 걸 즐기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아리조나대학의 예시를 들며 ‘프로젝트 학습’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조나 대학이 가장 강조한 것은 프로젝트 학습이다. 30개의 새로운 융합 전공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지구와 우주를 하나로 합쳤다. DNA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회학자와 연계해 연구한다. 여기서 배출된 학생들이 취업도 훨씬 잘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적극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명 한명 특성에 맞춘 어댑티드 러닝이 가능하도록 인공지능, 알고리즘, 빅데이터를 이용한 코스웨어가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다”며 “이미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교육현장에 들어와서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도 학습에 대한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UN 국가는 물론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도 학습에 대한 변화를 말하고 있다”면서 “미얀마 초등교육이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수직적으로 남이 지시 하는 것을 받아 적고 푸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고민해서 문제를 내고 해결하고 협동하는 프로젝트 학습으로 다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문대학들이 여기에 일반대학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사립대학으로 구성돼 있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규모도 크고 전공 간 벽이 굉장히 높은 일반대학보다 오히려 전문대학의 경우 훨씬 더 민첩하게 새로운 변화에 선도자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정부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기획하고 조정하려고 하는 대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대학과 과학연구소, 기업 등이 스스로 협력할 수 있게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역할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